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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학습

질 높은 진로체험은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져

질 높은 진로체험은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져




청라중·미산중 학생들의 ‘지역 맞춤형 진로체험’ 현장 돋보기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질 높은 진로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미산중과 청라중 등 충남지역 벽지 중학교 1, 2학년 학생 39명은 24, 25일 이틀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해 과학 분야 진로체험을 하고 관련 직업 멘토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지역특화체험벨트’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지역특화체험벨트’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종합 진로체험 프로그램이다. 과학특구가 있는 대전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울산, 섬유 산업 특화 단지인 대구 등 특화 산업이 발달한 9~10개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 학생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진로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문승태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 과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보다 질 높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협력해 여러 자원을 투입·, 제공한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진로체험이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산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진로·, 학습 설계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생 언니, 형과 함께해 더 즐거운 진로체험

 



카이스트 재학생으로 구성된 대학생 멘토와 함께지질박물관과 화폐박물관을 견학하는 미산중·청라중 학생들

대전에서 열린 이번 프로그램은 과학특구라는 대전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과학연구 분야에 대한 진로체험으로 진행됐다. 첫 날인 24일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방문해 각 연구원의 역할과 주요 연구내용, 연구원의 업무 특성에 관한 설명 등을 듣고, 에너지, 전자통신, 지질자원, 항공우주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을 해보는 체험 활동이 예정됐다.
체험 활동이 예정된 연구원들은 모두 보안이 철저한 국책연구기관들로 평소에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점에서 학생들의 기대가 컸다. 충남 미산중 1학년 정한샘 양은 체험을 앞두고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교에서도 박물관을 관람하거나 소방관 체험, 제빵 체험과 같은 진로체험 활동은 여러 번 했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처럼 실제로 연구소를 방문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진로체험에는 카이스트 재학생도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미산중, 청라중 1, 2학년 학생 4~6명이 한 조를 이루고, 각 조에 카이스트 1~4학년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한 명씩 배정돼 1박 2일간 학생들의 인솔과 지도를 도왔다. 선생님보다 친근한 ‘언니’, ‘누나’, ‘형’, ‘오빠’의 존재에 학생들은 보다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직접 경험해야 ‘재미’도 생긴다



댄스로봇의 춤을 보며 즐거워하는 학생들(왼쪽)과 1인용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를 타 보는 학생


이날 맨 처음 진행된 프로그램은 ‘휴보랑 함께 카이스트 구경하기’. 카이스트 홍보관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카이스트 소개영상을 보는 활동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의 눈길을 끈 건 단연 ‘로봇’.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여러 로봇들이 학생들 앞에서 다양한 재롱을 선보였다. 가수 싸이의 노래 ‘젠틀맨’과 K팝 메들리에 맞춰 단체 군무를 선보인 댄스 로봇은 여학생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남학생들은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상대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하는 격투 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이후에는 ‘왕발통’으로 알려진 1인용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를 학생들이 직접 타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직접 세그웨이에 올라 시범을 보인 봉원길 카이스트 선임행정원은 “물체의 방위변화를 측정하는 자이로센서가 부착되어 사용자가 몸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진과 후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세그웨이를 타 본 청라중 1학년 강동연 군은 “세그웨이를 처음 봤지만, 시연이 재밌어 보여서 꼭 타보고 싶었다”면서 “실제로 타 보니 몸이 앞으로 쏠려도 넘어지지 않는 점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 연구소별 전문성 살린 체험활동




항우연을 방문해 드론을 직접 조종해보는 학생들(왼쪽)과 한국에너지연구소에서 태양전지 비행기를 만들어 보는 학생들

“왼쪽에 있는 조종간은 드론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해주고, 오른쪽에 있는 조종간을 조정하면 드론이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정훈 항우연 연구원)
카이스트 견학에 이어 조별로 희망하는 연구원을 방문해 체험 활동이 진행됐다.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던 곳은 항우연. 미산중에서는 항우연에 지원한 학생이 많아 사다리 타기로 학생을 배정할 정도였다.
학생들은 2인 1조로 드론 조종에 나섰다. 처음부터 한 자리에 안정적으로 떠 있는 드론이 있는가하면 뜨자마자 이내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드론도 눈에 띄었다, 조종간을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드론이 이리저리 흩날리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태양전지로 움직이는 목재 비행기를 조립해보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구성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 암석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화성암과 퇴적암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 진행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에서는 가상의 공간에서 손동작만으로 실제 낚시를 하듯 물고기를 잡는 가상 아쿠아리움과 같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에 대해 알아보는 전시관 견학이 이뤄졌다.


○ “장관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
이준식 장관은 이번 진로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직접 수료증을 나눠줬다.
25일에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학생들을 만나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청라중 2학년 이승규 군이 “장관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라고 묻자, 이 장관은 “어릴 때는 정비사들이 입는 한 벌로 된 작업복이 멋있어 보여서 정비사가 되려고 했다”면서 “‘정비사를 하려면 공과대학’에 가야 한다는 말에 공과대학에 진학했고, 그 결과 공학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말을 주의깊게 듣던 미산중 1학년 조연수 양이 “그럼 도전하려고 하는데 용기가 안 날 때 다시 도전하는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여러분에게는 앞으로 무한한 기회가 있으니 절대 낙담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보길 권한다”면서 “만약 목표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상의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약 30분 간 진행된 토크콘서트 끝에 이 장관은 “앞으로는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향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1박 2일간 이곳에서 한 다양한 경험들이 앞으로 여러분의 진로 설계는 물론,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를 갖는데 뜻 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이 외에도 카이스트영재교육원의 류지영 박사가 진행하는 진로특강과 중앙도서관 견학으로 대전에서의 지역특화체험벨트 프로그램 일정은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이날 카이스트 창의학습관에서 이번 프로그램의 유관기관인 △대전시 △대전시교육청 △충남교육청 △한국과학기술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번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대전에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난 개선점과 참가 학생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대다수 중학교들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2학기에 시작에 맞춰 9월에 시작된다.

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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