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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30년 무명이던 여수화양고... 최우수학교에 선정돼

30년 무명이던 여수화양고... 최우수학교에 선정돼

2015년 전국 일반고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최우수학교에 선정

16.01.19 09:17l최종 업데이트 16.01.19 09:18l 오문수(oms114kr)

 여수화양고등학교. 도농복합 기숙형 특성화고등학교이다
ⓒ 오문수

여수시 화양면에 위치한 여수화양고등학교(교장 최홍섭)가 교육부에서 선정하는 '2015년 전국 일반고 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 최우수학교'에 선정됐다.

교육부는 전국 일반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도교육청에서 1차 심사를 거쳐 추천된 44개교 중 현장실사와 서류 심사를 통해 최종 10개교를 선정하고 13일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농촌의 어려운 교육환경 때문에 중학생들로부터 경원시 당했던 화양고등학교가 당당하게 최우수학교에 선정된 데는 주민과 지자체 및 교사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화양고등학교는 여수시청에서 13.6km떨어져 있다. 지도를 검색해보면 버스로 21분 걸린다고 나와 있지만 손님이 없을 때 얘기다. 학교까지 가는 도중에 하차할 손님이 있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10여 년 전 여수에서 화양고등학교를 다녔던 학생들은 새벽밥을 먹고 나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고 그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후에 차가 왔다. 

그러나 2009년 교육부의 기숙형고등학교 지정과 도교육청 및 여수시의 교육경비 지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통학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 학생들은 기숙형 고등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교육부가 화양고등학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돌고개 행복포털 만들기로 나를 찾아가기' 프로그램이다. 학교 정문 바로 옆에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어 마을주민들이 '돌고개'라 불렀고 '돌고개 프로그램은 여기서 유래됐다.

'돌고개 행복포털 만들기로 나를 찾아가기'는 학생 맞춤형 진로지도 프로그램으로 기숙형 고등학교에 맞는 선택과목의 다양화와 진로집중과정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행복교육 실현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운영내용에는 기숙형고등학교에 맞는 맞춤형 수준별 교육과정 편성, 수준별이동수업(n+1), 과목중점형 교과교실제 및 블록타임제 운영이다. 또한 기존 2개 과정을 4개 과정(인문사회, 경상교육, 생명과학, 기술이공)으로 확대 편성하고, 방학 중에는 과정 구분 없이 학생의 선택에 따라 5개의 심화과목(체육과진로탐구, 음악과진로, 드로잉, 환경과녹색성장, 실용경제)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또 직업 교육을 위해 전문교육기관에 위탁교육(4명)을 실시하고 있으며, 취약시기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해 3학년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수능시험 이후에 블록타임으로 실시하고, 1, 2학년은 학기말 시험 이후로 편성하여 운영함으로써 진로교육의 내실화에 노력하고 있다.

수업 방법혁신 방안으로는 학생 참여형 수업 실천, 토론중심, 실험중심, 프로젝트 체험중심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주안점을 두는 건 행복한 기숙사 문화조성이다. 이를 위해 자율동아리 활동과 졸업생 진로 멘토링 실시, 인성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명문대 체험활동 등이 있다. 상위권학생들의 진학지도를 위해 수도권 소재 유명강사가 지도하는 원격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방과후학교 및 자기주도학습을 완전 자율화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수준별 선택형의 소집단 수업을 실시함으로써 학습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프로그램을 도교육청과 여수시의 예산 지원으로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 학부모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1월과 2월중에는 신입생과 재학생의 진로 탐색을 위한 비전스쿨 및 명문대 탐방을 실시하며 인성과 학력을 조화롭게 향상시켜 최근 3년간 98.3%의 높은 진학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선정하는 '2014년 대한민국 행복학교 박람회'에 전남대표로 참가, 2014년 전국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발됐다.

순천이 집이지만 학생지도를 위해 학교관사에서 기거하며 학생과 숙식을 같이하는 최홍섭교장의 이야기다.

 학생의 가능성을 키워주는게 교육의 역할이라며 학생을 섬기는 학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여수화양고등학교 최홍섭 교장
ⓒ 오문수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이 몇 명 있어 걱정이 됩니다. 저는 교사들이 학생을 섬기는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학교는 학생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교장과 교사가 소통하는 마음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번 우수학교 선정을 계기로 본교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지역사회와 학부모가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장실을 나오려는 찰나 "학생들의 기특한 생각에 깜짝 놀랐다"며 학생들이 기획한 내용을 보여줬다. '저소득가구 연탄후원'이라고 적힌 계획서에는 학생회장 박성희 외 50명의 명단과 방학 중인데도 학교에 출근한 10명의 교사들이 동참한 '2015학년도 학생주도 연탄기부 및 연탄 나눔 행사활동'계획서가 있었다.

지도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인근 용주리에 거주하는 저소득가구에 연탄 1000장을 전달했다(16일). 학생회장인 박성희(고2) 양에게 연탄나눔행사를 기획한 동기를 들었다.

 기숙형고등학교로 선정돼 국민과 정부 지자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편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기 위해 연탄나눔행사를 기획했다는 화양고등학교 학생회장 박성희(앞줄 중앙)양과 1,2학년 학생회 부회장. 맨 오른쪽은 인솔책임자 이선재 교사
ⓒ 오문수

 즐겁게 연탄을 배달하면서도 서로의 얼굴에 연탄칠을 하며 장난치는 학생들. 임사현(고1) 학생은 "드라마에서 보았지만 연탄이 이렇게 생긴줄은 몰랐고 무겁다"고 말해 교사들과 어른들이 폭소했다.
ⓒ 오문수

"저희 학교는 기숙형고등학교잖아요? 기숙형고등학교인만큼 국민과 정부, 지자체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소외된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갚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도 동참하셨어요"

최홍섭 교장은 "최우수학교 성과를 거둔 것은 도교육청이 역점과제로 추진중인 고등학교 교육력 제고, 여수교육지원청의 '내고장학교보내기 운동 전개', 여수시의 적극적인 교육경비 지원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학생과 교사들의 노력과 연탄불 같은 따뜻한 마음씨가 한 겨울 추위를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