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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의 이야기

‘우리시대 스승’ 신영복 교수 타계, ‘마지막 강의’의 유훈

‘우리시대 스승’ 신영복 교수 타계, ‘마지막 강의’의 유훈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나는 신문지 크기의 햇볕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것은 손해가 아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받지 못했을 선물입니다, 지금도 문득 그 시절의 햇볕을 떠올립니다.나에게 햇볓이 죽지 않은 이유였다면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습니다. 여러분의 여정에 햇볕과 함께 끊임없는 성찰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15일 희귀 피부암으로 타계한 ‘우리시대의 스승’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마지막 강의’란 부제가 붙은 저서 ‘담론‘에서 독자들에게 권고한 말이다.

20년동안 수형생활속에서 그는 신문지 만한 창살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축복으로 여겼고, 그 곳에서 동양고전을 교과서 삼아 인간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의 삶을 살았다.

그는 성찰하는 개인, 사회가 되길 소망했다. 이는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는 그 길이 공존에 있다고 봤다. 공존은 그의 화두였고 그가 평생 강조해온 ‘관계론’의 핵심이다. 그는 그 길을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이라고 불렀다.

“진정한 공존은 차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지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존이 필요한 것이지요. 어떠한 경우든 차별화는 본질을 왜곡하게 마련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 점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요.”(‘강의’중)


그는 공존의 철학을 일반대중들도 알아듣기 쉽게 들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서 강의실은 늘 북적였고 그의 책은 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90년 출간돼 지난 25년동안 쇄를 거듭해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바로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타인을 인식하는 과정을 감옥의 일상 속에서 정감어린 글로 담아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 ‘담론’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담은 책.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거듭 강조하며 각성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의 동양고전 독법을 담은 ‘강의’는 시경, 주역, 논어, 맹자 등 감옥에서 깊이있게 읽은 동양고전에 대한 강의록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주역을 통해 그의 평생의 화두인 ‘관계론’을 깊이있게 제시해 놓았다. 사람을 온전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개인으로, 심지어 하나의 숫자로 인식하지 말고 그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 그 사람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강조하고 있는 인성교육도 개인의 존재론적 차원이 아니라 여러 개인이 만들어내는 관계망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인성을 고양시킨다는 것은 ‘나인 것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것’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뒤 그것을 통해 자기를 키우는 것이다. 즉 나의 자식과 남의 자식, 나의 노인과 남의 노인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평생 강조해온 ‘더불어 함께’의 길이며, 우리에게 남긴 유훈이다.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