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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행복한 책읽기

새해 새로 뜨는 책은 ‘Self 성찰’

새해 새로 뜨는 책은 ‘Self 성찰’

[동아일보]
특정 권위자나 이론 따르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책 급부상
불안 해결 사회적 리더십 부재 반영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듯, 답은 나에게 있다. 연말연초에 많이 팔리는 책에는 그해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많은 이가 올해의 첫 책으로 ‘나’ (Self)를 주제로 다룬 서적을 골랐다. 동아일보DB
“첫 페이지를 펼쳤다. 2016년 1월 1일, 첫 질문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였다. 고민 끝에 질문 밑 공란에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쓰며 답을 적었다. 1월 2일 질문은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3일 질문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였다.”

30대 회사원 강모 씨가 전한 책의 내용이다. 그는 새해를 맞아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형식의 ‘5년 후 나에게 Q&A a Day’란 도서를 구입했다. 이 책은 연말연초를 거치며 6쇄까지 찍는 등 독자에게 호응이 크다.

 


○ 새해 주목받은 첫 책은 ‘셀프 성찰’

1월이면 외국어 학원과 헬스장에 사람들이 붐비듯 의미 있는 ‘책 한 권’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새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한 책은 뭘까.

동아일보가 교보문고, 예스24와 함께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새해 1월 3일까지 가장 많이 팔린 서적을 집계한 결과 장기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유지했던 책들을 제외하고는 책 제목에 ‘나’ 즉 자신(셀프·Self)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이 많았다.

‘5년 후…’는 12월 교보, 예스24 월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없다가 연말연초 2위에 올랐다. 이 책을 낸 토네이도출판사 김지혜 기획실장은 “1년간 365개씩 5년간 총 1825개의 답을 쓰도록 돼 있는데 해마다 자신의 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호응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판매 순위 5~7위를 오간 오른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역시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토대로 자신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책이다. 9위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도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란 주제를 다룬다. 10위권 밖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11위),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14위) 등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셀프 성찰’을 키워드로 삼았다.


○ 불안 해결할 사회구조, 리더십 부재가 원인

지난해 초에 오스트리아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가 급부상했다면 최근에는 권위 있는 특정 학자의 이론을 따르기보다는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성찰을 돕는 책이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연초에 ‘뜨는’ 책은 그해의 문화 트렌드를 주도한다”며 “취업, 해고, 노후 불안 등 모든 세대가 삶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결해 줘야 할 리더십의 부재가 심각하다.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올 연초에는 학습서의 대약진은 없었다. 이전에는 1월 1일부터 공부를 결심하는 사람들 덕분에 토익책 등 학습서가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2013∼2015년 매해 1월 1일부터 3일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외국어 교재, 참고서 등 학습서의 구매 점유율이 그해 학습서 분야 전체 구매 점유율보다 41∼58%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학습서 중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책이 없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