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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풍부한 지식 튀는 상상력… 한국서 더 인기 있는 외국 작가들

풍부한 지식 튀는 상상력… 한국서 더 인기 있는 외국 작가들



베르베르, 한국서만 800만부

전세계 판매량 30~40% 차지

작품 속에 한국 이름 등장도

벌써 7~8차례 방한‘제2고향’

보통, 獨·佛·日서는 무명작가

매년 1~2회 방한 강연 등 친숙

뮈소 출세작 佛보다 국내서 떠

번역 40개국중 한국 판매 최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소설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기자간담회. 2013년 공쿠르문학상 수상작 ‘오르부아르’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르메트르는 이날 동료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제가 한국에 가면 베르베르의 책보다 제 책을 더 많이 읽히게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베르베르가 저에게 제발 한국에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유쾌한 입담을 가진 르메트르의 농담. 하지만 이것이 결코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베르베르에게 한국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 그는 자국인 프랑스 현지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작가로 통한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지난해 8월 실시한 네티즌 설문조사에서 베르베르는 수많은 작가를 제치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작가’ 1위에 올랐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2위), 전 세계 판매 부수 1억 부를 돌파한 파울루 코엘류(3위), 매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4위)도 그의 뒤였다.

출판사 열린책들에 따르면 베르베르의 책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약 800만 부가 팔렸다. 그가 전 세계에서 올린 판매 실적의 30∼40%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무엇보다 한국에 그의 존재를 각인시킨 ‘개미’라는 강한 한 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예빈 열린책들 문학팀장은 “상상력과 과학적 지식이 버무려진 형식은 당시 한국 독자에게 굉장히 신선했다”며 “‘개미’에 매료된 이들이 그의 후속작을 계속 구입하면서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개미’가 200만 부 나갔고, 이후 ‘신’(전 6권) ‘뇌’(전 2권) ‘나무’ 등이 모두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넘겼다. 내년 상반기 5, 6권 출간으로 완간되는 ‘제3인류’도 현재까지 80만 부다.

문화일보가 지난 3월 교보문고와 함께 집계한 ‘최근 10년 최다 판매 작가’ 순위에서 베르베르는 87만3400부로, 무라카미 하루키(89만4000부)에 바짝 다가선 2위였다. 베르베르는 이미 한국을 7∼8번 방문했으며, ‘제2의 고향’처럼 여긴다. ‘카산드라의 거울’ 등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 이름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홍 팀장은 “꾸준히 어린 팬층이 생겨나는 것도 베르베르의 장점”이라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베르베르 못지않게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역시 그에겐 강한 한 방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있다. 50만 부가 팔렸고, 이 책과 함께 ‘사랑 3부작’으로 불리는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도 각각 30만 부, 20만 부가 나갔다. ‘불안’ ‘여행의 기술’ 등 에세이 또한 기본 5만 부가 넘는다. 이진희 도서출판 은행나무 주간은 “보통은 자국인 영국보다 국내에서 책이 더 많이 팔린다”며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 예술, 종교, 미디어,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하게 뽑아낸 그의 글은 특히 한국 직장인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고 했다.

보통은 소설가라고 하기엔 활동이 다방면에 걸쳐 있다. 2008년 영국 런던에 설립한 ‘인생학교’의 교장으로 있고, 올해 초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는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한국에는 최근 1년에 1∼2번 올 만큼 접촉이 잦고, 강연 능력도 탁월해 책이 덩달아 잘 팔린다. 이 주간은 “보통은 독일, 프랑스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일본에서도 무명작가에 가깝지만,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만큼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기욤 뮈소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도 각별하다. 물론 뮈소는 프랑스 내에서 지난 10년간 누적 판매 부수가 3위권에 들 만큼 자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벨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등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인지도 역시 높다. 하지만 그가 프랑스를 벗어나 가장 먼저 성공을 거둔 곳은 한국이다. 김동주 도서출판 밝은세상 편집실장은 “그의 출세작인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한국에서 70만∼80만 부가 팔렸는데, 프랑스보다도 먼저 뜬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는 당시 자국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는 아니었다”고 했다.

뮈소의 작품은 40여 개국에 번역됐지만, 프랑스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40만 부가 팔린 ‘종이 여자’를 비롯해 출간하는 작품마다 15만∼30만 부는 나간다”며 “11권의 작품이 한국에서 나왔으니 200만∼300만 부에 달하는 판매 부수를 올린 것”이라고 했다. 밝은세상은 뮈소의 독창성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잘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밝은세상 관계자는 “뮈소는 현대 테크놀로지를 가미하거나 이모티콘, SNS 형식 등을 쓰는 등 작품마다 소설의 틀을 자유롭게 깬다”며 “그러면서도 로맨스와 스릴러, 판타지를 어색하지 않게 결합하기 때문에 한국의 젊은 독자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10년 최다 판매 작가’ 순위에서 뮈소와 보통은 각각 6위(52만9200부)와 11위(40만1900부)에 올랐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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