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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고려대, 현재 고1부터 논술전형 완전 폐지한다

고려대, 현재 고1부터 논술전형 완전 폐지한다

등록 :2015-10-28 20:15수정 :2015-10-28 21:36

정시선발인원도 전체 15%로 축소
수능 대신 생활부·면접 전형 늘려
고교추천전형 50%까지 대폭 확대

고려대 “공교육 정상화 위한 출발점”
한쪽에선 “특목고에 유리” 우려도
고려대학교가 2018년 입시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정시 모집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학교 생활부와 면접 중심인 ‘고교추천전형’을 전체 정원의 절반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취지이지만, 구술면접 과외 및 내신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는 2018년 입시부터 전체 인원의 27.4%(2017년 입시 기준)를 차지했던 논술전형을 전면 폐지한다고 28일 발표했다. 고려대는 2015학년도부터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한 서울대나 면접 중심의 입시제도를 가진 연세대(2016년 기준 46%)에 비해 논술 선발 비중이 높은 학교로 알려져 왔다. 김재욱 고려대학교 입학처장은 이날 “논술(전형)로 인한 사교육 확대 등의 부작용과 ‘논술지도에 부담이 크다’는 일선 고교의 반응을 종합해 논술전형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시 선발 인원도 25.9%(2017년 기준)에서 15% 수준으로 낮춘다. ‘물수능’의 변별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김 입학처장은 “수능의 변별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정시 선발) 폐지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를 축소하는 대신, 고교추천전형(학교장추천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16.7%에서 50%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고등학교 교사들을 통해 추천받은 고3 학생들은 교과 성적과 학생부, 면접을 바탕으로 선발된다. 학생 추천과 학생부 작성, 학생활동 지원을 하는 교사와 학교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전의 고교추천전형과 달리 일반고뿐만 아니라 특수목적고에도 추천 인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고려대가 이런 내용의 입시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학교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수능을 통한 ‘줄세우기’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남호 고려대 교육부총장은 “입시는 사회에서 대학이 변화를 이끄는 가장 큰 부분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시작점으로 2018년 입시제도를 손질하게 됐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려대의 이런 변화가 곧장 다른 대학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재수생을 비롯해 응시생이 줄어드는 만큼 경쟁률 등에서 손해다. 다른 대학들이 이를 바로 따르긴 어렵고 당분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구술면접 사교육 시장 확대나 내신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도 “대부분 (고려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제도 개편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어 입장을 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성룡 1318입시연구소장은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는 수능과 논술을 줄이고 고교추천전형을 확대하면, 학교와 교사의 격차가 큰 현재 상황에서 ‘왜 우리 학교는 입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지원해주지 않느냐’ ‘왜 우리 선생님은 생활부를 잘 기록해주지 않느냐’는 등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준호 엄지원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