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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가난해도… 신문·책 읽으니 '개천용' 되더라 / 고교 때 신문 읽은 학생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갔다

집안 가난해도… 신문·책 읽으니 '개천용' 되더라

[오늘의 세상]

신문 읽은 고교생이 좋은 대학·직장… 활자매체 효과, 실증적 조사로 확인

- 부모 月收 200만원 안돼도…

신문 구독 가구의 학생들 '좋은 직장' 취업률 31.3%… 月收 400만원 이상과 비슷

- 독서도 수능·취업에 도움

신문 병행 땐 성적 더 높아… 문학보다 교양서적 더 효과

신문 읽기가 수능 성적은 물론 ‘좋은 직장’ 취업률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지난해 2월 대전 대성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신문을 읽는 모습. /신현종 기자

인터넷·SNS 등이 범람하는 세상이지만 신문·책 등 활자 매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11년 추적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특히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거나 부모의 학력이 낮은 학생이라도 신문만 잘 읽으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결과"라고 직능원은 밝혔다.

◇"중학교 때부터 신문, 취업 잘돼"

4000명 조사 대상 가운데 한 명인 강모(여·29)씨는 충남 한 고교와 H대를 졸업한 뒤 현재 천안에 있는 금융회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매일 5~10분씩 신문을 읽고 있다"는 강씨는 현재 약 43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온 친구들에 비해 취업이 잘된 건 분명하다"면서도 "부모님의 후광이나 사교육 덕분은 아니었다"고 했다. 강씨 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원 미만이었고 그가 받은 사교육은 고교 시절 월 15만원에 다닌 단과 학원이 전부였다.

강씨는 중학교 시절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면서 자연스레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고교 때는 학교 선생님들의 신문을 챙기는 당번을 하면서 틈틈이 신문을 펼쳐봤다고 한다. 강씨는 "지금은 매일 출근 직후 회사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본다"고 말했다.

◇신문은 자녀 교육 최후의 보루

이번 조사 결과, 부모의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학생들의 수능 점수가 높고 '좋은 직장' 취업률도 좋았다. 직능원은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거나 부모의 학력이 낮은 학생이라도 신문만 읽으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예컨대 부모의 소득이 월 200만원 미만이지만 신문을 구독한 학생은 가구 소득이 월 200만~400만원이라도 신문을 읽지 않은 학생보다 수능 과목별 평균 점수가 3~4점씩 높았다.

 

 

취업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200만원 미만 소득에 신문 구독 가구 학생의 '좋은 직장' 취업률은 31.3%로, 200만~400만원 소득에 신문 비구독 가구 학생들(27.1%)보다 높고, 400만원 이상 소득인 비구독 가구 학생(31.4%)과 엇비슷했다. 특히 신문을 구독한 학생들의 현재 월평균 임금은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 학생보다 10만원 더 많았다.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부모의 소득 수준뿐 아니라 학력 수준을 따져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 같은 사실은 신문 읽기가 자녀 교육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독서량 같아도 신문 읽기가 효과

똑같은 양의 책을 읽었더라도 신문을 구독한 학생의 경우 모든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수능 성적이 높았다. 이는 신문 구독이 독서와 무관하게 성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채 위원은 "독서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신문을 구독한 학생은 신문을 보지 않고 평균 수준의 독서를 하는 학생과 비슷한 성적 향상을 보였다"고 했다. 특히 수리와 외국어 영역에서 이런 경향은 더 두드려졌다. 책은 보지 않고 신문만 구독한 학생들의 외국어 영역 평균 점수(91.29점)는 문학책 10권을 읽었지만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 학생들(87.96점)보다 오히려 높았다. 교양서적 6~10권을 읽었지만 신문을 구독하지 않은 학생(91.49점)과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교양서적 많이 읽어야

고교 시절의 독서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수능과 취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문학서적보다 교양서적의 효과가 더 컸다. 고교 재학 시절 교양서적을 11권 이상 읽은 학생의 경우 '좋은 직장' 취업률은 44%로 한 권도 읽지 않은 경우(24%)보다 20%포인트 더 높았다.

[高3들 4000명 조사 어떻게]

대학·취업·월급까지… 11년동안 매년 추적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신문 읽기와 독서 습관이 향후 학업·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04년 고등학교 3학년(1986년생) 학생 4000명을 전국에서 무작위로 표집했다. 직능원은 이 학생들이 당시 고교 입학 후 3학년 여름방학 기간까지 문학·교양 서적을 몇 권 읽었는지, 집에서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지 여부 등을 기록했다. 또 유전적·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알아보기 위해 부모의 소득 수준, 학력 수준과 독서량도 함께 조사했다.

이후 직능원은 학생들의 수능 성적, 대학 진학, 졸업 후 취업 현황, 월평균 임금 등 삶의 주요 지표들을 11년 동안 매년 추적 조사했다. 수능 성적과 진학 대학은 정보 공개 동의하에 교육부·교육과정평가원의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4000명 가운데 대학 비진학자 등을 빼고 수능 성적이 확인된 경우는 약 2200명이었다. 2014년 현재 다니는 직장은 직능원 측이 직접 개별 연락을 취해 설문 조사했다. 총 1700여명이 설문에 응했다.

 

[배준용 기자] [박승혁 기자]

 

 

 

고교 때 신문 읽은 학생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갔다

[2004년 高3생 4000명 11년간 추적 조사해보니…]

수능서 언어·수리·외국어 등 6~8점 높고, 취업률도 좋아

신문을 구독하는 가정의 고교생들은 비구독 가구의 학생보다 수능 시험에서 과목별로 6~8점 높은 점수를 받고,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취업률도 더 높다는 실증(實證)적 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고교 시절 교양·문학 서적을 많이 읽을수록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4년 당시 고교 3년생이던 일반계 및 전문계 학생 4000명(현재 30세)을 대상으로 11년간 추적 조사한 '신문·독서 읽기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직능원은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간다는 사실이 실제로 증명된 것"이라며 "'활자 매체의 힘'이 생각보다 컸다"고 26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집에서 신문을 구독한다'고 답한 당시 고3 학생(1849명)들은 언어 영역의 평균 표준점수(200점 만점)가 96.5점으로 '구독하지 않는다'는 학생(2031명)의 점수(89.35점)보다 7.15점 높았다. 수리 영역은 5.91점, 외국어 영역에서도 7.79점 더 높아 모든 과목에서 '신문 읽기'가 효과가 입증됐다.

신문 읽기는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업, 외국계 기업의 정규직' 등 이른바 '좋은 직장' 취업률과 임금 수준도 높였다. 직능원이 지난해 같은 조사 대상자 가운데 약 1700명에게 '현재 직장과 임금 수준'을 물은 결과 고교 시절 신문을 구독한 학생들의 좋은 직장 취업률이 32.2%로 조사돼 비구독 가구 학생(26.5%)보다 5.7%포인트 더 높았고, 월평균 임금 수준은 '구독 가구 학생' 223만원, '비구독 가구 학생'은 213만원으로 10만원 차이가 났다.

교양·문학 서적을 11권 이상 읽은 학생과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들의 수능 점수는 3점에서 많게는 19점 차이가 났다. 특히 서적 독서량이 같더라도 신문 구독 가구의 학생이 비구독 가구 학생에 비해 언어·수리·외국어 과목 모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았다.

채창균 직능원 선임 연구위원은 "청소년기에 신문을 읽고 독서를 많이 하는 습성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조차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의 취업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박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