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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

이 봄을 위한 화초 키우기

이 봄을 위한 화초 키우기

수선화 한 송이, 봉오리를 틔운 화분 하나만으로도 집 안에는 봄기운이 돈다. 기온을 높일 수는 없어도 봄을 연출할 수는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씨앗 심기부터 도전해보자. 파릇한 새싹은 가장 강력한 봄의 상징이다.

 

화초는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바로 꽃이다. 식물을 통해 심신의 치료를 받는 ‘원예치료’는 외국에서도 이미 인정받은 분야다. 거리의 가로수가 대기 오염을 정화시키듯 꽃과 나무는 집 안의 공기를 맑게 한다. 베란다나 집 안에서 키우는 화초는 외부에서 키우는 것보다 관리가 쉬운 편이다. 끊임없이 돋아나는 잡초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병충해의 전염도 훨씬 덜하다. 생활 반경에 속한 공간이라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관리할 수 있고, 뙤약볕이나 찬바람을 맞으며 일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또 집 안의 화초는 자연의 섭리를 배울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베란다 한쪽에 아이 전용 꽃밭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꽂아주고 관찰 일기를 적게 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돌볼 수 있다. 화초 키우기는 놀이터의 모래가 사라지는 시대에 흙과 친해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돼줄 것이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은 원예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수선화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5~20℃ /

햇빛 반양지

동화작가이자 원예가인 타샤 튜더는 “수선화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선화를 사랑했다.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리는 수선화는 키우기 쉬워 구근식물 입문용으로 좋다. 하지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화병에 꽂을 때는 수선화의 독성으로 다른 꽃이 일찍 시들 수 있으니 매일 물을 갈아줘야 하고, 구근은 먹지 않도록 유의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수선화 구근을 양파로 오인하고 먹었다가 단체로 병원에 실려간 사건도 있었다. 수선화 구근은 흙에서 1/3쯤 드러나게 심어 싹이 날 때까지 기다린다. 첫 꽃이 필 때까지 석 달이 걸린다.

일일초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8~30℃ /

햇빛 강할수록 좋다

매일 꽃을 피운다고 해서 일일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다. 1년 내내 꽃이 피지만 여름에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고 겨울에는 잠깐 성장을 멈춘다. 아무리 따뜻한 거실에 들여놓아도 겨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겨울잠에 들어간다. 어두운 곳에서 발아하는 것이 특징이고, 저온일 때는 발아하지 않기 때문에 고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씨앗을 띄엄띄엄 뿌리고 흙을 덮은 뒤 젖은 신문지로 덮어 수분 유지와 차광을 동시에 해결한다.

백일홍

물 속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5~25℃ /

햇빛 강할수록 좋다

 

씨앗을 띄엄띄엄 놓고 씨앗 두께 2배의 흙을 덮는다. 본 잎이 4~6장 정도 생겼을 때 분갈이를 하며, 직사광선 아래서 가장 완벽한 백일홍 꽃 모양이 만들어지므로 집 안에서 햇빛이 가장 좋은 곳에 둔다. 낮이 길수록 겹꽃이 화려하고 낮이 짧을수록 꽃수가 많아지는 것이 특징.

제라늄

물 속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20~25℃ /

햇빛 강할수록 좋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화초계의 1인자이다. 그만큼 꽃이 화려하다. 연중 꽃이 피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 제라늄의 씨앗은 껍질을 벗기고 심어야 싹이 잘 난다. 씨앗을 심고 랩으로 덮은 뒤 싹이 날 때까지 아침마다 분무기로 물을 뿌린다.

한련화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8~25℃

햇빛 강할수록 좋다

 

허브는 물론이고 관상용 식물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일 만큼 화려하다. 꽃비빔밥에 빠지지 않는 주연이고, 겨자 맛이 나는 잎은 고기쌈을 먹을 때 색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한련화의 딱딱한 씨앗은 발아를 방해하기 때문에 따뜻한 물에 하룻밤 불려서 심는다. 흙 위에 띄엄띄엄 올리고 씨앗 두께 2배의 흙을 덮어 물을 흠뻑 준다.

봉선화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8~25℃

햇빛 반양지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였던 추억이 담긴 꽃이기도 하지만 해충을 막아주는 특성도 있다. 봉선화는 화분에 씨앗을 띄엄띄엄 올리고 씨앗이 보이지 않을 정도만 흙을 덮는다. 한 달이 지나 본잎이 4장 정도 됐을 때 분갈이를 한다. 배수가 원활하도록 분갈이를 하면 석 달 뒤에 꽃이 핀다. 꽃이 피기까지 넉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임파첸스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20~25℃ /

햇빛 반양지

서양의 봉선화를 말한다. 씨앗을 심으면 두 달 만에 꽃이 피고 연중 개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분에 먼저 물을 뿌리고 아주 작은 임파첸스 씨앗은 물을 묻힌 이쑤시개로 하나씩 옮긴다. 흙은 덮지 않고 물을 분무해 싹이 날 때까지 랩으로 덮어놓는다. 임파첸스는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키우면 먹을 수도 있어 꽃비빔밥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폴리페놀 성분이 가장 많은 식용 꽃이라 인기가 높다.

프리뮬러

물 겉흙이 마르면 흠뻑 / 온도 15~20℃ /

햇빛 반양지

꽃을 보기까지 1년이 걸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다림을 상쇄할 만큼 꽃의 모양과 색감이 화려하다. 식용으로도 쓰여 얼음을 얼릴 때 넣으면 아이스티나 화채에 장식 효과를 톡톡히 한다. 불면증과 신경 안정에 효과가 있어 따뜻한 꽃차로 마시는 것도 좋다. 씨앗은 물 묻힌 이쑤시개로 하나씩 화분으로 옮겨준다. 흙을 덮지 말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하루 한 번 분무기로 물을 준다.

Mini Interview

“화초는 가장 우아한 심리치료제입니다”

이선영(「베란다 꽃밭」 저자)

봄 화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겨울의 시련을 견딘 봄꽃은 강한 생명력과 함께 화려한 색과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어요. 벌레가 깨어나지 않은 시기에 피는 봄꽃은 병충해 염려가 없어 꽃차나 샐러드 등 식용으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화초가 채소보다 좋은 이유가 있나요?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와 실용성을 이유로 채소를 재배한다면, 화초는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예쁜 꽃을 본 사람들은 꽃과 함께 사진 찍기 바쁘잖아요? 이렇게 아름다움을 즐기는 정서가 사람의 근본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소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꽃을 좋아해요. 봉선화 씨앗을 직접 심어서 꽃이 피면 환호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면서 성취감을 느끼죠. 요양센터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화초를 더 좋아하시더군요. 생계로 농사를 짓던 분들은 채소가 일처럼 느껴지신다고도 하고요.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꽃과 화초를 키우는 일은 몸과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씨앗과 모종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좋은가요? 가능하면 씨앗부터 키우기를 권합니다. 발아부터 개화, 채종까지 겪으면 애정과 성취감이 훨씬 크죠. 게다가 씨앗부터 성장한 화초들은 집의 환경에 최적화돼서 모종보다 적응률이 높고 병충해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씨앗이 모종보다 훨씬 저렴해요.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없거나 비싼 화초의 경우 해외에서 직접 씨앗을 주문해서 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씨앗부터 키우기 어려운 화초나 씨앗을 맺지 않는 개량 품종, 관엽식물 등은 모종을 사다 키우는 것이 훨씬 유리해요. 베란다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경우에도 모종으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화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프리뮬러’예요. 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진 프리뮬러는 봄의 전령사로 봄 화단에 심는 대표적인 꽃이죠. 꽃이 피기 전까지는 화초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초라해요. 쌈채소 같은 생김새에 어찌나 연약한지 기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온갖 병충해에 시달리죠. 그러다가 원색의 빨강, 노랑, 보라 등의 꽃을 부케처럼 활짝 피우는데, 이전의 쌈채소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컬러풀하고 화려해요. 마치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된 것 같은 대변신이죠. 저는 이런 반전미 때문에 프리뮬러를 좋아합니다.

꽃밭을 위한 필수 준비물

 

●씨앗&모종

꽃집에서 기르고 싶은 화초의 씨앗이나 모종을 하나씩 구한다. 인터넷이나 꽃시장을 이용하면 저렴하지만 묶음 구매는 초보에게 비효율적이다.

●화분 시작 단계에서는 페트병, 스티로폼 박스 등 재활용품이나 생활용품을 화분으로 활용해도 충분하다.

●흙 ‘화단이나 밭에서 퍼오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 보기에 깨끗해 보여도 어떤 벌레의 알과 유충이 있을지 모른다. 때문에 ‘분갈이용 흙’이나 ‘원예용 상토’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꽃삽 가드닝의 필수품. 흙을 섞거나 식물을 파내는 등 제법 고된 노동을 하기 때문에 튼튼한 것을 선택한다.

●가위 꽃삽보다 더 자주 손에 쥐게 되는 도구다. 가지치기나 시든 꽃과 잎을 잘라낼 때도 쓰인다. 원예용 가위도 좋지만 녹슬지 않은 보통 가위도 무방하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제공 / 로그인 출판사 ■참고 서적 / 「베란다 꽃밭」(이선영 저,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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