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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애들아, 제발 좀 놀아"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왜?

"애들아, 제발 좀 놀아"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왜?

[머니투데이 정봄 기자] [[인터뷰]'놀이하는사람들' 이상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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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사람들 이상호 대표 /사진=정봄 기자

"제발, 애들 좀 놀게 하세요. 사실 놀이는 인류 역사 이래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활동이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현상을 넘어 인류의 비극이에요."

고작 '놀이'로 뭘 거창하게 말하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 이상호 대표(52)의 생각은 확고하다. 확고한 만큼 근거도 분명하다. 놀이에 대한 그의 철학은 초등학교 교사 경력 약 30년이 낳은 교육경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현재 충주 대미초등학교에서 현직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대와 같은 공교육이 사회에 자리잡은 지 200년이 채 안됐어요. '교육'이 부족했던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한국의 경우 해방 직후, 문맹률이 78%에 이르고 그 이전에는 95%이상이 문맹자였죠. 그런데도 인류는 어떤 식으로든 교육을 해 왔고 위대한 선조의 지혜와 지식이 현대에까지 이어져왔어요. 전 그 해답이 '놀이'에 있다고 봅니다."

기원전 400년 전 그리스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연날리기는 현대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놀이다. 한국은 삼국사기에 연날리기의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대표는 "연날리기는 세계적으로 통용된 대표적인 놀이로 단순히 재미로만 이뤄지진 않았다"며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높새바람, 하늬바람, 샛바람 등 우리나라에는 바람을 칭하는 단어가 유난히 많은 것도 농경사회였기 때문"이라며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바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들,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연날리기 등 놀이를 통해 지식이 전해진 것"이라고 평했다.

공기놀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공기놀이에서 한 알 집기에 성공하다가 두 알을 집게 되고 계속 시도하다가 네 알을 다 집을 수 있을 때의 기쁨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취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되던 일을 계속 시도함으로써 도전에 대한 끈기를 기르게 되고 만족감도 얻게 되는 것이다.

"공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조금 하다가 금방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도전할 것이 있어도 조금하다가 포기하는 아이들은 진전이 없죠. 이런 놀이를 통해서 인내심과 성취감이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내재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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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놀이하는사람들
인류가 해오던 교육이 놀이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인류의 교육은 크게 세가지 범주로 나뉜다고 봅니다. 사회가 필요한 인간을 육성해내는 '만드는 교육', 도덕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기르는 교육',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침의 교육'이 있죠."

이 대표는 '깨침의 교육'의 예로 인간의 '직립보행'을 들었다. 그는 "걷기 연습을 시키는 동물은 인간 뿐"이라며 "기어가고 붙잡고 넘어져가며 몸으로 걷는 것을 깨친다"고 말했다. 한번 깨우치면 죽을 때까지 갖고 가는 교육이 깨침의 교육이다.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이에 속한다.

"깨침의 교육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것도 놀이죠. 딱지치기를 하면 패배할 때 딱지를 빼앗기는 박탈감을 얻습니다. 딱지치기는 승자와 패자가 나뉠 수밖에 없거든요. 패배에 승복하는 법을 놀이를 통해 배우는 거죠. 하지만 뺏기다가 상대의 딱지를 따냈을 때의 '재미'는 뺏기는 안타까움을 담보했을 때야 오는 겁니다."

깨침의 교육을 놀이를 통해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대표는 1987년 놀이문화 활성화에 뛰어든다. 혼자의 힘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놀이연구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대표는 2008년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을 창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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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는사람들이 진행하는 놀이의 날에 재미있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사진제공=놀이하는사람들


'놀이하는사람들'은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창립됐다. 주요 구성원은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들. 서울, 경기, 충남, 인천, 제주, 충북, 경북 등 7개 지역에 18개 모임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 지부에서는 지역내 정기 모임 및 동네 놀이마당을 열고 다채로운 전래놀이를 아이들과 함께 즐긴다. 콩주머니 던지기, 고무줄, 비석치기, 사방치기, 죽방울놀이 등 요즘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래놀이가 마당 한 가득 펼쳐진다.

'놀이하는사람들'은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 교육·문화기관 등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래놀이 자원활동가 양성과정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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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놀이하는사람들

"거의 평생을 놀이와 씨름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사람다운 삶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그 답이 '놀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단순한 철학적 깨달음은 아니었다. 그는 놀이를 교육에 접목시켰고 아이들의 변화가 뒤따랐다. 학교 폭력, 소위 '왕따' 등의 사회문제가 감소했다.

"놀이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같이 해야 즐겁고, 즐거우니 같이 노는 거죠. 수업 중에도 문제풀이가 다 끝난 아이는 나가서 놀 수 있어요. 그러니 학습효과도 올라갑니다."

틱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놀이를 통해 증상이 많이 완화됐다. 이 대표는 "틱장애는 지나친 억압, 심적인 부담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에게 학원 4개에서 2개로 줄이도록 조언하고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줬더니 틱 할 여유도 없이 놀더라"고 웃음지었다.

"현대사회에서 양적인 행복을 논하는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땅콩 사장'처럼 돈 많고 잘 나간다고 행복한가요?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고 행복한 삶인지를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서 체험할 수 있어요. 가장 큰 변화가 그것이죠.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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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