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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가 재밌어요"…웃음 많아진 자유학기제 교실

"학교가 재밌어요"…웃음 많아진 자유학기제 교실


제주 자유학기제 현장 둘러보는 황우여 장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방문, 제주 자유학기제 운영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체험인프라 구축·예산지원·교사부담 완화 등은 과제

(제주=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완전 재미있어요. 1학기 때는 수업이 이론이나 외우기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체험하고 직접 참여하니까 재미있어요."

앳된 얼굴의 13세 여중생 이유림 양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교육부 출입기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찾은 제주도 서귀중앙여중에서는 자유학기제에 따른 교육 현장의 역동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양은 이날 학교 1층의 1학년 2반 교실에서 동아리인 '꿈책쓰기반' 활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학생 10명이 둘러앉아 '미래의 나의 모습'을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이다.

이 양은 직접 만든 두툼한 책에 '다재다능한 프리랜서'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여기에는 "이유림씨는 현재 광고, 요리, 건축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프리랜서"라는 꿈이 담겼다.

"그녀는 지금 외국인 남편과 살고 있다"는 표현에는 발랄함이 묻어났다.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꿈을 바리스타로 발표했고 한 학생은 장래희망을 외교관으로 소개했다.

 

제주 자유학기제 현장 둘러보는 황우여 장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방문, 제주 자유학기제 운영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꿈책쓰기반'을 지도하는 정혜심 교사는 "학생들의 웃음이 많아진 것이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글쓰기 솜씨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바로 옆 교실의 '제주문화반'에서는 학생들이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제주도 '해남촌'의 형성에 대해 발표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외부강사가 지도하는 연극반 학생들이 쉬지 않고 큰 소리를 냈다.

올해 2년차를 맞은 서귀중앙여중의 자유학기제 수업은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은 매주 하루는 진로체험 활동을 하고 사흘 정도는 예체능 수업을 즐긴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교육개혁'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듯했다.

이날 서귀중앙여중에서 열린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학부모, 학생, 교사들의 간담회에서도 자유학기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이 나왔다.

1학년 한규리 양은 "자유학기제를 체험하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 학부모는 "작년에 딸이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면서 좀 더 자기 생각과 꿈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간담회 하는 황우여 장관 (서귀포=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중앙여자중학교를 방문, 제주 자유학기제 운영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학생, 학부모, 교사, 기자들과 함께 자유학기제의 효율적인 운영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였다.

서귀중앙여중에서 제주문화반을 지도하는 한상희 교사는 "학생들의 체험 활동이 제대로 되려면 단순한 업무협약의 수준을 넘어서 제도적으로 지역사회가 학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고 공공기관, 기업체 등이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6년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도입되면 체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가 어렵고 학생들이 체험할 장소가 멀리 떨어진 학교는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과 교사들의 부담 완화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서귀중앙여중의 박향춘 연구부장은 "지금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연간 3천500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2016년도에 전면 시행되면 정부에서 지원 예산이 없어지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교사들이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 연수를 하고 체험 장소를 섭외하려면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선생님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자유학기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될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1년여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