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 D-23, 마무리 우습게 보면 ‘앙대요~’

수능 D-23, 마무리 우습게 보면 ‘앙대요~’
한겨레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달을 앞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고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최종 마무리 점검 수업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함께하는 교육] 선배들이 들려주는 조언

2015학년도 수능시험이 20여일 남았다. 수능을 치러본 선배들은 이때부터 수능 당일까지 마무리 공부 그리고 마음 다잡는 훈련을 하라고 강조한다. 평소 하던 실수를 줄이고, 1점이라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약 20일 전에 뭘 했었죠?”

고려대 국문과 1년 채희주씨는 이 질문을 받고 기자 앞에 네 권의 노트를 내밀었다. 에이4 용지 반쪽 크기의 스프링 노트였다. 표지에는 각각 ‘국어’, ‘수학’, ‘영어’, ‘사탐 한국사’라고 적혀 있었다. 노트 안에는 수능 모의고사에서 틀렸던 문제들과 그 유형, 틀린 이유 등이 적혀 있었다. “40번. 요약하기. 빈칸 요약에 들어갈 단어를 보고 딱 고르는 게 아니라 선택지 단어들을 비교하면서 찾아야 해. 특히 요약문제에서 내용과 비슷한 단어라고 무조건 답인 건 아니야.”, “듣기평가. 짧은 대화일수록 주의해!”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고 달아놓았다.

상위권 약점 담은 오답노트 활용
하위권은 기출문제로 개념 정리
긍정적 상상하며 마음 훈련 등
평소 실력 발휘할 환경 만들어야
주변서도 부담주는 발언은 조심

시험장에 갖고 갈 것들을 준비하라

지난해 수능 20일 전, 채씨는 이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능성적은 평소 모의고사보다 더 올랐다. 수학는 12점이나 올라 100점을 맞았다. 채씨는 “몰라서 틀렸던 문제, 실수로 틀렸던 문제가 뭐였는지를 바로 떠올려 유사한 문제가 나왔을 때 다시 틀리지 않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했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채씨가 쓴 노트는 수능 마무리 시기에 있는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오답노트의 ‘좋은 예’다. 수능을 40여일 앞두고 대다수 수험생들은 이른바 ‘수능 모의 훈련’을 한다. 수능 당일 시간표에 맞춰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훈련이다. 중상위권 학생이라면 이때 틀렸던 고난도 문제들을 노트에 과목별로 정리해두면 좋다. 그동안 써둔 오답노트가 이미 있다면 그 노트 내용을 더욱 간결하게 요약해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시기에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말은 “수능시험날 들고 갈 것을 준비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수능 당일 수험장에 그동안 풀었던 문제집을 모두 갖고 가야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능을 치러본 선배들은 “쉬는 시간에 그동안 풀었던 문제를 다 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괜히 혼란스러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그동안 오답노트를 거의 써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수능 모의 훈련’을 통해 틀린 문제를 정리하려고 해도 정리할 문제의 양이 너무 많아 그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중하위권이 이 시기에 새로운 오답노트를 만드는 건 시간낭비다. 이럴 땐 기존에 봤던 모의고사 문제지를 활용하면 좋다. 광주광역시 고려고 이삼남 교사는 “1년 동안 모아둔 모의고사 시험지가 있을 텐데 그 시험지에서 틀린 문제 옆에 필수 기본 개념 등을 간략하게 적어보고 오답노트 대신 가져가보라”고 조언했다.

독해지문 ‘흐름’ 읽는 감각을 익혀라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쉬운 수능 기조’에 따라 국어·영어 영역 등이 비교적 쉽게 출제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 영역들의 이비에스(EBS) 연계율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쉬운 수능’, ‘연계율’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 학생들은 쉽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의 이비에스 교재 독해 지문을 꼼꼼히 풀게 된다. 한데 ‘직접연계’라는 말에 흔들려 지금 시점에서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는 건 좋지 않다. 그보다 ‘독해’가 필요한 지문을 선별해 큰 틀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1년 하윤씨는 모의고사 때보다 수능에서 영어 성적이 많이 올랐다. 수능 전, 연계교재를 보며 독해 흐름을 잡았던 게 비결이었다. 주어진 지문이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면 ‘나무’, ‘줄기’, ‘열매’ 등 열쇳말을 곱씹으며 지문의 논지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이해하는 훈련을 했다. 덕분에 독해 지문이 주어지면 이 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는 감이 잡혔다. 하씨는 “영어의 경우, 어휘를 하나하나 모르더라도 맥락을 알면 답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어휘 등 상세한 부분에 관심을 두고 하나하나 분석하고 파고드는 공부보다는 지문의 맥락을 이해하는 훈련을 계속하라”고 강조했다.

수학 자신감 있다면 4점 기출에 집중하라

수능이 쉬울 경우, 중상위권 학생들한테는 고난도 수학 문제 하나를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이럴 때 고난도 문제는 당락을 가르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단국대 법학과 2년 김연화씨는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았다. 모의고사 때 1,2등급을 오가다가 실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데는 마무리 전략이 큰 구실을 했다. 김씨는 “막판에 나와 수준이 비슷한 친구와 함께 4점짜리 문제들만 놓고 정답을 안 보고 풀 수 있을 때까지 푸는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고난도 수학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좋지만 일반 문제집에 나온 고득점 문제를 푸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반 문제집에는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인 이른바 ‘질 나쁜 문제’가 고득점 문제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기존에 냈던 문제를 담은 ‘기출문제집’에서 고득점 문제로 훈련을 하는 게 좋다.

 

 

‘막판 뒤집기 강의’에 휘둘리면 안 된다

지금 시기에 각종 인강 사이트, 학원 등에서는 ‘막판 뒤집기 강의’ 등을 홍보한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이런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순천향대 의예과 1년 반태훈씨는 “이 시기에 인강 등을 들으면서 새로운 걸 배워서는 안 되고, 기존에 배운 개념을 한 개라도 더 확실하게 알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혼자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이 시기, ‘초대박 반전’에 대한 환상도 금물이다. 고려고 이삼남 교사는 “‘막판 뒤집기’, ‘파이널 족집게’ 등의 문패를 내건 강의들이 4등급을 2등급으로 올려준다는 말로 유혹을 하지만 절대 현혹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교사는 “수능에서는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게 아니다. 20여일 남은 시점에서 엄청나게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다는 착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국대 김연화씨는 “평소 실력이 나온 것만으로도 수능에서는 ‘대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알던 것을 틀리지 않는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라”고 했다.

나만의 ‘긍정 시뮬레이션’을 시작하라

“수능? 그날은 날씨가 안 추울 거야. 나는 6시30분쯤 일어나서 평소처럼 씻고 준비를 하겠지. 그리고 준비해둔 오답노트 등을 잘 챙길 거고. 국어영역에서는 교육방송에서 나오던 익숙한 그 지문이 나올 거야. 나는 평소처럼 답안지에 차분하게 마킹을 할 거야. 그날은 뭐든 하나하나 다 잘 될 거야. 평소 하던 대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년 진솔희씨는 수능시험 20일~30일 남은 시점부터 3일에 한 번씩 눈을 감고 이런 상상을 했다. 수능시험 날 눈뜬 순간부터 마지막 영역 시험이 끝나는 순간까지 내가 원한대로 일이 술술 풀리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런 ‘긍정의 상상’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불린다. 스포츠나 음악 분야에서 선수나 연주자가 특정 운동이나 동작 등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기술, 동작을 습득하는 훈련법을 말한다. 진씨는 “수능 당일에 내가 상상한 대로 이렇게 될 거라는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며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만 하던 친구들이 수능에서 그동안 받아본 적 없던 3,4등급을 받고 눈물 흘리는 ‘이변’이 일어나는 건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인의 성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사전에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통해 마음을 다져두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수능날까지 3일에 한 번 정도 20분 정도 눈을 감고 긍정의 암시를 하는 훈련을 하면 좋겠다.”

오글거려도 좋다, ‘명언’을 곱씹어보라

“지혜는 지식을 능가한다. 강제로 습득된 지식은 결코 마음속에 남지 않는다.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행동을 낳는다. 판단력보다는 대수적 계산을 신뢰해야 한다.”

고려대 채희주씨는 “누가 보면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오답노트 앞에 적어둔 이런 말들이 수능날 내 멘탈을 살렸다”며 웃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노트 앞에 적어둔 이런 문구를 읽으며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애썼다. 마음에 큰 의지가 됐다. 오답노트 준비할 때 이런 힘이 되는 문구도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다.”

수험생이 아니라면 이런 문구를 보고 ‘중2병 걸렸냐?’며 비웃을 수 있지만 극도로 긴장한 수험생들에겐 의지가 되는 말 한 마디가 간절하다. 고려대 기계공학과 1년 오은석씨도 “힘이 빠질 때마다 독서실 책상 앞에 명언을 하나씩 붙여둔 게 위안이 됐다”고 했다.

명언, 문구 등을 찾으려고 일부러 책이나 인터넷을 뒤질 필요는 없다. 채씨는 “한 달 남은 시점부터 누구나 풀게 되는 ‘봉투 모의고사’ 앞부분을 보면 이런 글귀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걸 활용하라”고 했다.

공부한 만큼 풀고 오자는 생각을 하자

이 시기에는 수험생 본인의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수능을 망쳤던 선배들은 이 시기에 학부모나 교사로부터 “네 성적이면 이 정도는 거뜬히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 좀 했으니 좋은 학교 가야겠지?”등의 말을 들었던 게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은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부터 수능 당일까지 수험생에게 부담 주는 발언을 안 하는 게 좋다. 수험생 스스로 이미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보고 와” 정도의 격려면 충분하다.

이런 주변의 격려와 함께 수험생 자신도 한번쯤 수능시험의 의미를 차분히 곱씹어보는 것도 좋다. 이화여대 하윤씨는 수능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능을 인생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적당한 긴장감’이 핵심이다. 지금부터 수능날까지 ‘열심히 공부한 만큼 억울하지 않게 실력을 발휘하고 오자’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 좋겠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