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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9시 등교’ 1개월… 첫 제안 의정부여중 지금은 “1교시 집중도 높아져” “학원 가는 시간 늦어져

‘9시 등교’ 1개월… 첫 제안 의정부여중 지금은 “1교시 집중도 높아져” “학원 가는 시간 늦어져”

29일 오전 8시50분쯤 경기 의정부시 가능1동 의정부여중 정문 앞. 의정부에서 학교 밀집지역인 이 일대 거리엔 의정부여고와 의정부중학교의 남녀 학생들이 등교시각 10분 전을 앞두고 북적였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받쳐 든 학생들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교문에 들어섰다. 경기도교육청에 앞서 지난 8월25일부터 ‘9시 등교’를 시작한 의정부여중은 정책 제안학교답게 9시 등교가 한 달여 만에 정착된 모습이었다.

교문에서 만난 3학년 이지연양(16)은 “전에는 지각할까봐 녹양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는데, 이젠 20분 정도 걸어서 학교에 오니까 교통비도 줄이고 운동도 돼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최은혜양(3학년)은 “하교 시간이 30분 늦춰져 학원 가는데 불편하지만 아침시간에 여유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양은 “9시 등교의 제안 배경에는 수업시간도 줄여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며 웃었다. 전예진양(15·2학년)은 “학급 25명 중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은 여유가 생겼다고 좋아하고, 학원에 다니는 10여명은 하교시간이 늦다며 불평하지만 친구들끼리 갈등을 겪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여중 2학년 9반 학생들이 ‘9시 등교’ 한 달을 맞은 29일 1교시 영어수업 시간 중 모둠활동을 하다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의정부여중 학생들과 교사들은 ‘9시 등교’ 한 달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교사들은 평가한다.

이 학교 손미나 교사는 수업시간을 이용해 9시 등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학년과 학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9시 등교에 동의하는 학생은 시행 전과 시행 후 마찬가지로 74%대였다. 학생들은 ‘9시 등교’ 후 달라진 점으로 ‘가족과 아침식사’, ‘수업시간에 졸지 않음’, ‘아침시간이 힘들지 않음’, ‘컨디션이 좋아짐’, ‘원거리 통학에 여유’, ‘아침밥을 천천히 먹어 속이 더부룩하지 않음’ 등을 꼽았다. “아침에 부모님과 식탁에 마주앉아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반면 ‘학원에 늦음’, ‘아침시간이 애매함’, ‘버스 혼잡’ 등의 불만도 나왔다. ‘수업일수 및 수업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손 교사는 “전에는 1교시에 졸거나 자는 학생들이 많아 교사들이 1교시 수업을 기피했으나 9시 등교 이후 1교시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하교시간이 늦춰진 것에 불만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체로 9시 등교를 수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익 교장(54)은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9시 등교를 시행한 만큼 아직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불만이나 갈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9시 등교는 학생 수면권과 건강권 측면도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경기도 내 각급 학교에서 시행된 ‘9시 등교’가 한 달이 됐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9시 등교’는 전북·제주·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전 의견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되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정교한 사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문제와 고3 수험생의 등교시간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총은 ‘9시 등교’ 시행에 앞서 학생·학부모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없었다며 정부에 국민 공청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정부 |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