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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통 관심사 찾아 아빠와 배우니 집중력이 '쑥쑥

공통 관심사 찾아 아빠와 배우니 집중력이 '쑥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찬우·찬민이네|왼쪽부터 박찬우군, 박정서씨, 박찬민군.재민·수민이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손영달·김영자씨, 손재민군, 손수민양.동현·민재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성진·김보성씨, 김동현·김민재군. /조혜원 객원기자

'효과 만점' 아빠와 함께하는 교육

다음 달 12일부터 학교 내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된다. 학생의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의도인데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의 확대라는 풍선 효과가 일어나는 모양새다. 과연 선행학습은 꼭 필요하고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맛있는공부는 사교육 없이도 뛰어난 교육 효과를 거둔 '아빠' 셋을 만났다. △직접 가르치고 △공부하는 시간을 함께하며 △같이 봉사활동하는 게 학원보다 낫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빠 선생님' 덕에 3D프로그래밍 대회 대상 수상

손재민(충북 옥포초 3년)군은 지난 1일 열린 제3회 로봇융합 페스티벌(대전광역시 주최,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에서 △3D 입체 콘텐츠 창작 △블록로봇 부문 대상을 받았다. 영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대회에서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 비결은 '아빠 선생님'이다.

손군의 아버지 손영달(42)씨는 아들이 만 4세가 되자 집에서 한글, 수학, 과학을 가르쳤다. 두 살 터울인 수민(옥포초 1년)양도 마찬가지였다. 손씨는 전공인 정보통신 분야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수학·과학을 가르쳤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아버지 덕에 아이들은 공부를 즐기게 됐다. 초등 3학년이 된 손군은 아빠에게 영어,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배우기 시작했다.

아빠 교육의 장점은 아이들이 수업에 몰입한다는 점. 평소 아이들은 엄마 김영자(36)씨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이 때문에 엄마가 말할 때 아이들은 장난치거나 딴짓 하기 쉽다.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친근하게 설명하는 '아빠 선생님' 덕에 아이들은 공부할 때 집중력을 유지했다. 여기에는 손씨의 노력도 한몫 거들었다. 그는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대여섯 권의 교육 책을 읽고 '어떻게 아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지' 연구도 했다. 아들은 아빠가, 딸은 엄마가 각각 공부시킬 때도 곧 수민양이 아빠를 찾아와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떼쓰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손씨는 "자녀가 전교생 20명뿐인 작은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도 사교육 걱정 없는 건 아빠가 직접 가르치기 때문"이라며 "이는 자녀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말했다.

두 아들 대원외고·영재학교 합격은 함께 달린 아빠 덕분

내년 개교하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1차 우선선발 합격자는 단 10명. 여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박찬민(서울 대광중 3년)군은 형 찬우(대원외고 2년)군과 함께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하다. 초등생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도서관에 다니고 △EBS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형과 함께 연구 활동한 덕분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원단 도매업을 하는 박정서(44)씨가 아이들 교육에 뛰어든 건 2004년. 찬우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박씨는 "찬우 또래 아버지 중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그날로 화이트보드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수학 공부를 했다. 아이들 수준이 오르자 2006년에는 고려대 사회교육원에서 수학영재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자녀와 함께 EBS 인터넷 강의도 시청했다. 어려운 내용을 배울 땐 박씨가 먼저 강의를 본 뒤 아이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박씨의 전문성은 유명 입시 컨설턴트 못잖다. '맛있는공부' 등 교육 신문을 매주 모으며 △명문대 △특목고 △대형 학원 등의 홈페이지를 PC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고 자녀와 관련된 입시 정보를 매일 스크랩한다. 이때 찬민군의 장래 희망인 생명과학자와 관련된 정보를 얻어 서울대병원(종로구 연건동)이 주최하는 '의과학 세미나'에 매달 한 번씩 참여하고 있다.

박씨는 "아이가 공부에 내몰릴 때 옆에서 함께 달리며 목마를 때 음료수를 건네주는 아버지가 되려 했다"고 말했다. "찬우도 교육청 영재교육원, 대원국제중 탈락 등 수많은 실패를 겪었어요. 두드리고 도전했던 모든 문이 다 열린 건 아니었지만 마침내 열었던 문 중에 끝까지 두드리지 않은 문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를 믿고 아이와 함께 달려보세요."

직접 문화재 시설 정비하자 역사에 대한 관심 증가

김보성(44) 포스코 국제협력팀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두 아들 동현(잠실초 5년)·민재(잠실초 2년)군과 함께 매달 1~2회씩 '문화재 가꿈 봉사'에 나섰다. 회사 근처 선정릉(서울 강남구 선릉로)을 청소하고 문화재 해설관이 선정릉에 대해 설명하는 연계 프로그램이 계기였다.

"가족 공통 관심사가 생겨 대화거리가 늘었다"는 동현군은 지난 6월 종각(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다녀오고 학교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역사를 배워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둘째 민재군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쓰레기가 있으면 치우고 정리하는 등 궂은일도 나서서 한다. 이 덕에 동현·민재군은 지난해 학교에서 모범 어린이 표창을 받았다.

자녀 관심이 커지자 김씨와 두 아들은 명절을 맞아 동구릉, 헌릉 등에 찾아가 문화재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둘러보기도 했다. 김씨는 "요즘 아이들은 쓰레기를 줍는 식의 단순 노력 봉사에 쉽게 질린다"며 "아이 흥미를 끌면서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 함께하라"고 조언했다.



[박기석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