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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행복한 책읽기

책 가지고 놀기, 이게 되네…파주출판도시 '여행'

책 가지고 놀기, 이게 되네…파주출판도시 '여행'


 

【서울=뉴시스】효형출판 책방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흔히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한다. 수많은 글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오랜 세월 쌓여온 삶의 지혜를 전하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혜는 때로 위안이 된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만히 마음을 만져주기도 하고, 가벼운 웃음으로 걱정거리를 잊게도 하며, 되풀이하는 역사를 살펴보며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끔 한다. 그래서 사람은 늘 책을 가까이하려 노력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꾼다.

자유로를 따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의 고향, 파주출판도시를 만난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곳에 자리한 국가문화산업단지로 250여 출판 관련 업체가 모여 책을 만드는, 말 그대로 책의 도시다. 도시는 4층 이하 나직한 건물들로 구성돼 평온하다. 건물은 저마다 특징 있게 지어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자녀와 함께 파주출판도시를 찾는다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들러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거대한 책 놀이터다. 공간은 기증자들이 기증한 책으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채워진 지혜의 숲, 시원한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책을 볼 수 있는 카페 인포테크, 책을 즐기며 편안히 쉴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세미나실 등으로 나뉜다.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기 좋다.

【서울=뉴시스】걷고 싶은 책방거리, 파주출판도시

책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하는 ‘레스 플레이 인 더 북 시티(LET’S PLAY IN THE BOOK CITY)’ 프로그램도 있다. 가족 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패브릭 독서노트 만들기(화요일), ‘천자문’ 활판인쇄로 전통 오침 제본 체험(수요일),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목요일) 중 한 가지와 책방 탐방으로 구성된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하며 예약제로 운영한다.

출판사 사계절의 북카페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에서 진행하는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제목처럼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다룬다. 어떤 책을 만들지(기획), 누가 글을 쓰고 다듬을지(편집), 책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디자인 출력 인쇄 제본), 어떻게 홍보하고 판매할지(마케팅) 등을 실제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과 체험 워크북 활동으로 배울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직접 기획해보는 특별한 경험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체험 활동이 있다. 동화책을 읽고 가족이 함께 활동지에 느낌을 표현해보는 책 놀이, 동화책의 그림이 어떻게 완성됐는지 볼 수 있는 원화전, 유치원생 이하 어린이와 함께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책 향기가 나는 놀이터 등이다. 책 놀이에 필요한 색연필, 풀, 가위도 준비됐다.

‘출판도시 활판공방’ 체험 교실에서는 ‘천자문 활판인쇄로 전통 오침 제본’ 과정을 운영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이 만들어지는 지금, 활자 하나하나를 모아 책을 만드는 활판인쇄는 신기하기만 하다. 활판인쇄에는 책의 역사가 담겼다. 손으로 글을 써 책을 만들던 시대를 지나 나무에 글자를 새긴 목판인쇄, 더 나아가 책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금속활자 인쇄로 발전해온 역사다. 컴퓨터로 뚝딱 책을 만드는 출판 시대에 활판인쇄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유다.

【서울=뉴시스】미메시스 아트뮤지엄

활판공방 체험은 활자 찾기부터 시작된다. ‘천자문’ 뒷면에 들어갈 판권을 인쇄하기 위해 자기 이름을 찾아 식자하는 것. 자리를 찾아 고정된 활자에 잉크를 바르고, 종이를 얹어 손으로 인쇄기를 돌리면 글자가 종이에 고스란히 옮겨 앉는다. 이렇게 인쇄된 종이를 ‘천자문’ 뒷면에 잘라 붙인 뒤 빨간 실을 바늘에 꿰어 오침 제본을 한다. 실을 엮기 위해 뚫은 구멍이 다섯 개인 오침 제본은 우리나라 전통 제본 방식이다.

연령에 따라 목판인쇄와 근대 인쇄를 비교해보는 ‘인쇄의 변천사’ 체험, 시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를 그리다’ 체험, 직접 쓴 원고 20~30자로 문선, 조판, 교정, 인쇄를 체험할 수 있는 ‘활판인쇄 전 과정’ 체험, ‘활판인쇄로 명함 만들기’ 체험 등이 마련돼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어린 왕자’ 등의 그림과 자체 개발한 다양한 일러스트를 활용한 디자인 문구 회사 7321스토어는 문화·예술 체험 학교 ‘몽솔레’를 운영한다. 이곳에서 현대의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책 만들기 인쇄’ 체험은 편집된 글과 그림을 옮긴 필름을 순서에 맞게 붙이기, 인쇄될 수 있게 금속판에 글자를 옮기기, 인쇄기에 종이를 넣어 찍기, 책의 형태로 종이 접어 자르기, 잘라진 책 내지를 책 표지와 붙이기 등을 거쳐 32페이지 작은 책이 완성된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책을 보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패브릭 독서노트 만들기’ 체험도 있다. 표지를 직접 꾸민 나만의 노트다.

파주출판도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 20명 이상이 신청해야 하므로 가족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 아이의 친구끼리 팀을 이뤄 원하는 체험을 신청하면 편하다.

【서울=뉴시스】활판공방

파주출판도시 중심 도로 양쪽 회동길과 광인사길을 따라 자리한 출판사들은 책방과 북카페, 박물관, 미술관 등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공간은 효형출판의 책방과 북카페 눈, 열화당책박물관이다. 효형출판의 책방은 출판사가 만든 다양한 책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이곳에서 종종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길가에 자리한 북카페 눈은 더위를 피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시원한 빙수 한 그릇과 함께 더위를 잊어보자.

열화당책박물관에서는 동서양의 고서를 만날 수 있다. 편안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도록 개별 조명을 설치한 박물관 입구도 인상적인 공간이다. 평소 눈여겨보던 출판사가 책방을 운영한다면 들러볼 것을 권한다. 할인 판매하는 책이 많아 원하는 책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열린책들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사자의 작품으로 거대한 책을 펼친 듯한 건물이 이색적이다. 28일까지 ‘홍순명전: 스펙터클의 여백’이 열린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