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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15세 대학생 "줄 세우기 공부 접으니 꿈이 활짝

15세 대학생 "줄 세우기 공부 접으니 꿈이 활짝"


방송대 최연소 입학 서민서·이미르군
중·고교 검정고시로 마치고 진학

"학원 돌며 지친 친구들 안타까워 스펙보다 능력이 중요한 사회로"

 

지난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서민서군.


최연소로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한 이미르군.강다연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4)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다음 날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웠어요. 공부도, 운동도 재미있게 하고 싶은데 순위 매기기에 익숙한 학교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지난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서민서(15)군은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대신 독학으로 지난해 8월 중학교 검정고시, 올해 4월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인 검정고시에서 두 번 모두 90점을 넘겼다. 그리고 이달 6일, 소년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의 서군은 대학생이 됐다. 방송통신대 2학기 신ㆍ편입생 모집에서 최연소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군은 학교를 다녔다면 중학교 2학년이어야 할 나이다.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7일 “친구들보다 빨리 대학생이 된 만큼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며 “취미인 피아노, 수영, 테니스 실력을 다른 사람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키우고, 공인회계사(CPA)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선수로 활동한 서군이 스스로 학교 교육의 틀 밖으로 나온 것은 배움터라기보다 ‘줄 세우기 전쟁터’에 가까운 학교가 달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부 학생은 공부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기는 학교의 ‘이상한 배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반에서 3등 안에 들었던 서군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게 공부 비결”이라고 했다.

서군의 아버지 서호석(44)씨는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 역시 성과를 내서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혹사당한다”며 “경쟁위주의 학교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매 순간 자기 결정에 따라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직 변성기조차 오지 않은 15세의 이미르군도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최연소로 방통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데 관심이 많았던 이군은 2011년 초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 뒀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독서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배우려니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기 싫은데도 부모님이 등록한 학원에 끌려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교실 안의 치열한 경쟁을 간접 경험한 것도 이군이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서도 반에서 1,2등을 했지만 그렇다고 경쟁의 틈바구니에 뛰어들긴 싫었다.

“다른 친구보다 대학에 일찍 진학했으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군의 꿈은 외교관이다. “20세 전까지 방통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군대에 다녀온 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도전할 거예요.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는 국가대표처럼 경제ㆍ문화 교류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두 소년 대학생은 “온라인 수업이 많아 학습시간 조정이 가능하고, 나머지 시간엔 하고 싶은 공부와 취미에 전념할 수 있어 방통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둘은 똑같이 “능력”을 강조했다. 이군은 “스펙보다는 자기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고, 서군 역시 “실력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능력을 키우면 어디서든 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