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자유학기제,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성공 ‘열쇠’

자유학기제,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성공 ‘열쇠’

ㆍ2016년 전면 시행 앞두고 살펴본 해외 진로탐색교육 사례
ㆍOECD 청소년 87% “학교 직업교육 유용”… 한국은 71% 수준

2016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유학기제가 실험대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담기고 진보교육감들도 공감하는 제도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 연착륙까지 고민할 게 많은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유학기제 등 좋은 정책은 (보수교육감이 시작했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여 이후 과정에서도 변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지난달 27일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학교(연구학교 6개교, 희망학교 87개교)를 상대로 컨설팅 지원단 28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워크숍을 실시했다.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들은 현재 교육과정과 수업시간을 자율로 결정하고 있다. 인천 부평동중학교는 지난해 1학년 2학기 과정에서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도덕은 그대로 두고 음악·미술·체육·기술가정·한문 시간에 진로체험을 했다. 서울 거원중학교도 1학년 2학기에 국어·도덕 교과에서 17시간씩 줄여 선택과목 ‘진로와 직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많은 학교들은 현실에 근접한 자유학기제 운영과 진로탐색 프로그램 편성에 크고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거나 고민이 많은 학교에서는 직업능력개발원이 소개한 해외의 학교 밖 진로탐색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소니생명보험이 중·고교 학생들과 인생설계 수업을 하고 있다. 일본 전역의 보험사 지점에서 하고 있는 수업은 2011년 파트너십교육 우수상을 받았다. | 직업능력개발원 제공


▲ 일본, 소니생보 인생설계 수업
영국, 네슬레의 아카데미 유명
호주, 삼성 직업교육이 대표적


일본은 2005년부터 문부과학성·경제산업성 등이 중심이 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니생명보험은 일본의 전국 지점에서 지역 내 중·고교 학생에게 인생설계 수업을 해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겪을 위험·기회 등을 포함해 미래에 대한 전망과 꿈을 얘기하고, 학생들이 가상의 인생 설계를 해보게 했다. 이 교육은 2011년 정부로부터 파트너십교육 우수상을 받았다. 파나소닉의 환경학습, 신세이금융의 금융교육, IBM재팬의 차세대 리더 교육 등도 일본에서 주목받는 진로탐색 교육이다.

영국에서도 2013년부터 16~19세 청소년 교육과정에 직업교육을 의무화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다양한 취업·진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노동시장 정보, 훈련 기회 확대, 학교와 기업의 연계 등이 직업교육의 중심 틀을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슬레이다. 이 회사는 2011년 네슬레아카데미를 만들어 3년간 300명의 청소년에게 직업경험 기회를 주었다. 공장·사무실 등에서 직업현장을 보는 것 외에 협상 능력을 키우는 법도 미리 배워본다. 네슬레는 나아가 학생들을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호주는 직업 교육이 너무 늦다는 지적에 따라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는 호주청소년재단 등에서 기업과 학교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청소년재단에 연락해 직업교육을 같이 하자고 제안한 삼성 호주지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갖추어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다. 올해만 300여명의 학생이 삼성을 방문해 직원들과의 멘토링 관계를 맺을 계획이다. 정유회사인 셸 역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호주 전역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설문조사 결과, ‘학교에서 직업에 관한 유용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응답한 한국의 청소년은 71.5%로 파악됐다. OECD 평균 87.1%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다. 이지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직업정보센터장은 “일본·영국 등 해외에서는 청소년의 다양한 진로탐색을 위해 기업·학교의 파트너십이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며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기업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유학기제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실습 등 참여수업 위주로 교과과정을 진행한다. 다양한 체험활동이 중심이 되며 진로탐색 교육이 핵심이다. 2013년 42개교가 시범적으로 시작했고 올해는 전체 25%에 해당하는 800여개교, 내년에는 50%인 1500개교로 확대된 뒤 2016년에 전면 시행된다.


<이범준·김지원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