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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교사가 특강 개설 … 내신 낮아도 '로봇학과' 보냈다

교사가 특강 개설 … 내신 낮아도 '로봇학과' 보냈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상문고 영어토론반 학생들이 ‘SNS는 민주주의에 긍정적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상대 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학생들. [최승식 기자]

서울 서초구 상문고 남준희(60) 과학교사는 2008년 교내에 ‘과학아카데미’를 만들었다. 1, 2학년생 30명씩을 뽑아 매주 토요일 오전 4시간 동안 과학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과학고 교사나 교수 등 전문강사를 초빙해 실험을 하는데, 이 학교 과학교사들도 나와 학생들과 조를 이뤄 실험 과정을 돕는다. 교사들은 실험 후 학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면 일일이 첨삭지도를 해준다. 이런 결과물을 1년간 모아 학생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다. 교사들은 또 학생부의 방과후학교 활동과 교과 특기사항란 등에 빠짐 없이 이런 활동을 반영한다. 프로그램 참여비용이 연간 84만원이지만 매년 선발 경쟁률이 3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사립 일반고인 이 학교에 변화를 가져온 남 교사는 “자연계가 진학이나 취업에 유리하지만 학생들이 어렵게만 여기는 게 안타까워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일반고에서도 과학고 못지않은 환경을 학생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동료 교사 6~7명과 전국 과학고·영재고를 직접 돌아다녔다. 유명 대학교수를 찾아가 강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과학아카데미가 호응을 얻자 인문학아카데미(44명), 영어토론반(36명), 로봇창작·휴머노이드로봇반(27명)도 생겨났다. 지난 14일 과학아카데미에선 ‘단열 변화를 이용한 구름 만들기’ 실험이 진행됐다. 로봇반에선 학생들이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해 로봇을 조정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내신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는데도 올해 숭실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한원식(19)씨는 “수시 면접 때 로봇반에서 배운 시스템회로·논리회로 같은 용어를 쓰며 ‘고등학교 때 로봇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소개했더니 면접관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상문고는 올해 서울대에 12명을 합격시켰는데, 전국 일반고 중 10위권에 해당하는 결과다. 육성부장을 맡고 있는 남 교사는 “토요 방과후 활동이 정착하게 된 것은 교사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라며 “일반고는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예산과 인력,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사가 열정을 갖고 노력해야 학교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 실적이 좋은 다른 일반고 역시 입시의 대세로 자리 잡은 수시에 대비해 교내 프로그램이나 동아리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곳이 많다. 올해 서울대 합격생 10명을 배출한 안양 신성고는 학교가 정한 필독서를 매년 10권 이상 읽은 뒤 감상문을 내거나 다독(多讀)상을 받아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학교 측이 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 서울대 합격생 수명이 나온 부산 대연고의 이충만 교장은 “자율학습 시간마다 학년당 교사 3~4명씩 달라붙어 지도한다”며 “영어는 1일 1지문, 수학은 1일 3문제를 매일 아침마다 내서 하교 전까지 풀도록 하는 등 교사가 학생을 끈질기게 붙잡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서울대에 10명을 합격시킨 서울 광남고도 매일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을 진행한다. 교사 사이에도 경력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이 학교는 학기 초에 워크숍을 열고 진학 정보 공유부터 한다. 박해영 교장은 “주말이면 입시 전문가와 대학교수를 초청해 진학·진로 정보를 제공한다”며 “ 목표를 분명히 정하는 데서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글=김기환·신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