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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국내 일등이면 뭐 하나"…인재들, 아이비리그로 // 하버드, 점수 보다는 가능성 보고 선발

"국내 일등이면 뭐 하나"…인재들, 아이비리그로

[서울대 ‘우물’을 깨자] (하) 세계 최고의 대학을 향해
 

 


“꿈요? 당연히 아이비리그죠.” 올해 국제고에 입학한 강모(16)군은 해외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해외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한 강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한 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아이비리그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오기도 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북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다트머스대, 코넬대 등이다. 강군이 국제고에 진학한 것도 해외 대학 입학을 위해서다. 강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남달랐기 때문에 일찌감치 해외 대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준비해왔다. 국내 대학은 국내에서는 알아주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지 않으냐”며 “어차피 국내 대학에 가도 유학을 가는데, 그럴 바에야 처음부터 외국 대학에 입학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에도 매년 1000여명의 한국 고교생이 해외 대학에 입학한다. 서울 강남에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 해외 대학 진학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원들이 즐비하다.

해외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일등 대학’인 서울대가 있다.

영국 타임스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 ‘2013∼2014 세계대학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평판도’만을 고려했을 때 26위에 올랐다. 

하지만 교육여건과 연구 규모, 논문 인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에서는 44위로 밀렸다. 이웃 일본의 도쿄대는 같은 평가에서 23위를 기록했다.

서울대의 교육여건은 해외 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도서관의 소장도서는 462만5000권으로 북미연구도서관협회(ARL)에 가입한 미국·캐나다 대학도서관 115곳의 평균 소장도서 481만9000권에도 못 미쳤다. 미국 하버드대 1680만9000권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HE의 필 배티 편집장도 대학 순위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로 재정투자를 꼽았다.

서울대의 지난해 예산은 8300억원으로 5조원에 달하는 하버드대와 비교가 안 된다. 차기 총장 후보자들이 재정적 확충을 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적은 예산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지난달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이 국제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레이던 랭킹(Leiden Ranking)’에서 서울대는 해외 대학들은 물론 국내 대학들보다도 뒤처졌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포항공대 (173위)가 가장 순위가 높았고 카이스트(283위), 이화여대(306위), GIST(광주과학기술원·456위)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520위에 그쳤다.

레이던 랭킹은 4년간(2009∼2012년) 국제논문을 1000건 이상 발표한 대학 중 인용률 상위 10% 논문의 비율을 조사한 순위다.

서울대는 4년간 1만2114건의 논문을 발행했지만 인용건수 상위 10%에 속하는 논문 비율은 7.4%에 불과했다. 

반면 포항공대는 서울대보다 9000여건 적은 2959건의 논문을 발행했지만 이 중 11.9%가 인용돼 상위 10% 안에 들었다. 서울대가 논문의 ‘질’보다 ‘양’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 서울대의 총예산 대비 도서관 자료 구입비는 국내 대학 중 8위에 머물렀다.

서울대가 ‘국내 1위’라는 우물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충과 함께 자구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학문 배양과 창의적 인재 양성, 국제적 개방과 교류, 유연한 학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근 대교협 사무총장은 “축구팀에 공격수만 11명이 있으면 안 되듯이 성적만 볼 것이 아니라 학과 특성별로 다양한 인재를 뽑아 세계적 인재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며 “교수진의 경우에도 해외 석학 비중을 늘리는 등 교수들 사이에서 건전한 학문적 경쟁이 이뤄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정부와 연구재단 등에서 재정 지원을 충실히 해야 하겠지만 서울대 스스로도 ‘열매’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뿌리부터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국내에서의 위치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세계적인 대학들과 비교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이선·김유나기자 2sun@segye.com

 

 

 

하버드, 점수 보다는 가능성 보고 선발

[서울대 ‘우물’을 깨자] 명문大로 도약 비결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 누구나 한번쯤 들었음 직한 이들 대학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성을 얻게 된 비결은 뭘까.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는 지난 3월 2013∼2014년 세계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가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스탠퍼드대와 MIT가 그 뒤를 이었다. 

하버드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 명문대학의 특징은 ‘입학사정관제’로 대표된다. 하버드 입학사정관제의 역할은 학생 선발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교육과정까지 이어진다. 2008년 이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가능성 있는 인재를 중심으로 매년 1500여명을 선발하는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수학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학생의 능력 개발에 무게를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어려워서 수업을 듣지 못하겠다’, ‘주입식 암기투성이다’는 등의 불평은 하버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산학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지는 점도 명문대의 특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인근에 자리 잡은 스탠퍼드대는 창업 희망자에게는 꿈의 대학이다. 실리콘밸리와 대학 간의 유기적인 조화로 하나의 ‘창업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US-아시아 기술경영센터장인 리처드 대셔 교수는 “스탠퍼드대 교수 대부분이 창업경험이 있다”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배운 학생들이 창업 후 성공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의 조언자가 된다”고 말했다. 

스탠퍼드 출신이 아니더라도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자로 알려지면 대학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생들의 멘토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손꼽히는 MIT도 학연과 지연은 물론 학벌까지 철폐한 인재 중용으로 명성이 높다. MIT 미디어랩에 2011년 취임한 사업가 출신의 조이 이토 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MIT미디어랩에 갔을 당시 학위가 없었다”며 “하지만 (학위가 없어도) 소장이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폭적인 투자 또한 성공 대학의 비결이다. 1991년 설립된 홍콩과학기술대는 2013∼2014년 THE 평가 57위, 2013년 QS 평가 34위를 차지했다. 설립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대학으로는 놀라운 순위다. 이런 빠른 성장에는 대학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뒷받침됐다. 

홍콩과기대 교수 90%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학위를 받았다. 홍콩 안에서의 연줄은 통하지 않는다. 

실력을 인정받아 임용된 교수들에게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과 함께 200㎡대 아파트를 제공하고 자녀 학자금과 가족 여행비도 지원한다. 교수들은 지원을 받은 만큼 연구 결과를 내는 데 전념한다. 

이 같은 성장을 일궈낸 폴 추 전 홍콩과기대 총장이 습관처럼 한 말은 “우물 안에서 벗어나라”다.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엄선된 교수들은 100%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2006년 포항공대가 작성한 ‘홍콩과기대 벤치마킹 결과보고서’는 홍콩과기대의 영어 수업이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