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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당선자, 금천구 고등학교 ‘조용한 방문’

조희연 당선자, 금천구 고등학교 ‘조용한 방문’
한겨레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고등학교를 방문해 일반고 학생, 학무보, 교직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06.13. 【서울=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첫 번째 학교 방문으로 금천구의 한 일반고를 찾았다. 일반고 교사·학부모들은 성적 우수 학생이 자립형사립고·특수목적고로 몰리는 고교 선택제로 인해 일반고가 황폐하게 됐다며 고교 선택제 폐지를 요구했다.

 13일 조 당선자는 서울 금천구 독산고등학교를 방문해 교사·학생·학부모 40명, 차성수 금천구청장과 함께 학교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에선 자사고·외고·사립고에 성적 우수 학생이 몰리게 된 원인인 고교 선택제를 없애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독산고 1학년 학생의 학부모인 최정윤 서울 금천구 안천중 교사는 “일반고 슬럼화가 고교 선택제 시행 이후에 자립형 사립고까지 만들어지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당선자가 과감하게 학교 선택제를 없애주길 바란다”고 말하자 5~6명의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지난해 고3 학생 반 담임을 한 권엄미 교사는 “학생들이 중3 정도로 단어 실력이 떨어져 단어 뜻을 계속 설명해야 했다. 상위권 아이들은 3월에 많이 전학을 가려고 했다. 고교 선택제의 결과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고 말했다. 영어를 담당하는 손지해 교사는 “학교에 영어 알파벳도 쓰지 못하는 수준의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고교 영어 교과서로 평가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수준별 수업만이 아니라 평가도 수준에 맞춰 다르게 하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학 입시에 관한 걱정을 꺼내놨다. 독산고 2학년 학생 학부모는 “그동안 아이가 학원을 한 번도 안 가다 이번 달부터 학원을 가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엔 실력 차이가 커 서로 눈치를 보면서 질문을 못 한다. 방과후에 수준별로 학생이 마음껏 질문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3학년 학생 학부모는 “대학이 수시 ‘학생부 중심 전형’에서 일반고 학생들을 서류도 보지 않고 광속으로 탈락시킨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차별을 없애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잘 열리지 않는 진로로 인해 품고 있던 불안감을 털어놨다. 2학년1반 조창기(17) 학생은 “저희 반에는 고2인데도 공부를 거의 포기한 애들이 많다. 학교에 와서 자거나 멍때리고 있다. 이 친구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회 임원인 2학년7반 모영민(17) 학생은 “학교 친구 중에 성적이 안 돼서 특성화고를 못 가고 직업반을 간 애들이 많다. 근데 직업반에서 배울 게 없다며 중간에 그마저 그만 두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고, 혁신교육지구를 활성화해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았다. 학부모 박영임씨는 “작은 아이가 혁신중학교를 다니면서 성숙해진 걸 봤다. 일반고에선 혁신교육이 연장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차 구청장은 “지난해에 문용린 교육감이 오면서 혁신교육지구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절망했다”면서 다시 혁신교육지구를 살리자며 조 당선자와 뜻을 모았다.

 조 당선자는 “비싼 수업료를 내는 외고나 자사고가 블랙홀처럼 성적 우수 학생을 빨아들이고 있다. 일반고 황폐화가 일어난 이유 중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있는 것이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일반고 현장 교사의 경험이라는 거울에 저의 정책을 비춰보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조 당선자는 지난 11일 구로구의 한 일반고를 방문하려다 학교 쪽에서 학생을 동원해 대청소를 하고 현수막을 제작하려는 ‘과잉 의전’을 준비해(6월15일자 14면) 일정을 취소했다. 이번엔 조 당선자 쪽에서 독산고에 이날 오전 연락해 행사를 준비했으며,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과잉 의전은 없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