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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책보다 리모콘 쥔 아이들

책보다 리모콘 쥔 아이들


 


학업에 밀려…10세 월평균독서량 18.7권…동화 ‘사랑해사랑해…’ 7년래 최다판매

10년간 베스트셀러에 ‘자기계발서’ 다수…우화집·문예작품 등은 찾아보기 힘들어

[특별취재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마음 깊은 곳부터 온몸 구석구석까지 너를 사랑해’

요즘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들어봤을만한 문구.

미국의 언론인 로제티 슈스탁이 쓴 유아 동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의 한 대목이다. 사랑해라는 석 자로는 부모의 마음을 다 담을 수 없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다는 표현이 쉴새없이 나오는 이 책은 2007년 이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가장 많이 팔린 유아 서적으로 기록되고 있다.

TV나 게임 등 자극적인 매체보다는 활자매체에 담긴 사랑과 온기, 속깊음을 아이들에게 전하려는 엄마들의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현실은 이 같은 엄마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 하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지난 2012년 전국의 5~10세까지의 어린이 1000명을 조사한 ‘어린이의 독서 및 도서관 이용현황’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시간은 TV나 게임, 인터넷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책 읽기는 26.4%로 TV보기(32%)의 뒤를 이었지만, 게임(17.6%)과 인터넷(9.1%) 등에도 상당수 노출돼있어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하는 시간이 70%를 넘겼다.

학교에 가면 독서량은 더 줄어든다. 학습량이 늘면서다. 5~9세까지의 한달 평균 독서량은 22~24권이었으나, 10세의 한달 평균 독서량은 18.7권으로 줄었다.

당연히 어린이 도서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집계한 결과, 유아도서(미취학 아동도서)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줄었고, 아동도서(초등학생 도서)는 7%가 감소했다.

많이 팔린 책들도 전과는 좀 달라졌다. 교보문고를 통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유아도서와 아동도서, 아동만화의 베스트셀러 상위 3권을 살펴본 결과 아동서적 가운데서도 시크릿(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어린이를 위한), 배려(어린이를 위한) 등 성인의 자기계발 서적 가운데 베스트셀러를 어린이용으로 출판한 책들이 이름을 올렸다.

스크린셀러도 눈에 띄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나 ‘샬롯의 거미줄’,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은 동화로 출간됐을 때에는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다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후 많이 찾았다.

어린이들이 책보다는 TV나 영화 등 영상 매체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방증이다.

유아서적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외에 최근 10년간 강아지똥(5회), 사과가 쿵(4회), 구름빵(4회)이 베스트셀러에 기록됐다. 아동용 학습만화 ‘마법천자문’도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아동도서다.

대신 과거와 같이 위인전이나, 우화집, 문예작품들은 순위 상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이들의 관심도, 책을 권하는 무모의 마음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가정의 달 5월이 마무리되고, 2014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올해 아이와 함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지금이라도 움직일 때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