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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교시험 어려울수록 수능 성적 좋아

학교시험 어려울수록 수능 성적 좋아

내신·수능점수 상관관계 분석
서울 강남구 A여고 졸업생 이모(20·여)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교적 잘 치렀다. A여고는 평소 국어와 영어를 비롯해 중간·기말고사 시험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어 공부할 때 힘들었는데, 수능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이다. 이씨는 “다른 학교에 비해 시험범위가 넓고 문제도 어려워 내신용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썼고, 결과적으로 수능 때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도봉구 B고를 졸업한 김모(20·여)씨는 내신성적이 괜찮았는데도 수능을 볼 때 진땀을 뺐다. 김씨는 “우리 학교 중간·기말고사와 수능의 수준 차이가 컸다. 수능이 훨씬 어려웠고 결국 재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내신성적이 좋으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말은 맞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정지역과 고등학교 유형 등에 따라 내신과 수능성적이 엇갈리는 고교가 많다. 각 고교에서 가르치는 수업 내용과 강도, 중간·기말 고사 난이도가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중간·기말 고사를 어렵게 내는 난이도가 높은 고교 출신 학생들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일보가 23일 단독입수한 하늘교육의 ‘고교 내신점수와 수능점수 간 상관관계 분석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학교알리미에 2013학년도 내신점수(인문·자연계열 구분전인 고1 기준)를 공개한 전국 일반고 1426개교와 서울 자율형사립고 13개교의 학교별 국어·수학(가/나)·영어 평균점수(100점 만점)와 이들 학교의 지난해 수능 평균 원점수( 〃)를 추정해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단위에서는 광주만 국어(내신 57.1, 수능 75.6)·수학( 〃46.6, 〃51.7)·영어( 〃51.8, 〃59.5) 모두 학교 시험이 수능보다 상당히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광주 쪽 수험생들은 수능의 체감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광주는 전체 17개 시도별 고교 수능 평균점수에서 국어만 대구(75.8)에 근소한 차로 뒤져 2위였고, 수학·영어는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모두 국어는 학교시험(평균점수 62.2)이 수능( 〃 70.6)보다, 수학·영어시험은 각각 수능( 〃45.6, 55.1)이 학교시험( 〃 48.2, 58.3)보다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적 교육특구로 수학·영어 수능점수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한 강남·서초구는 학교시험이 수능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와 일반고 간 내신·수능점수 격차도 뚜렷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서울 자사고 13개교의 수학과 영어 내신 평균은 수능보다 각각 10.4점과 4.0점 낮았다.

이와 관련,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학력 저하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일반고의 경우 학교 시험문제 난이도가 수능과 비교해 적절한지, 교수·학습법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