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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음대비리, TV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음대비리, TV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한겨레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JTBC 제공

사립 예술재단과 여기서 운영하는 음악대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밀회> 마지막회가 13일 방영됐다. 드라마 속 음대의 비리를 두고, 극적 과장이 아니라 현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인공인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의 “돌아올게요”라는 마지막 대사처럼 ‘음대 비리’는 입시철이 되면 돌아온다.

명예교수 소개로 산 8000만원 악기
알고보니 300만원…강매피해 입어

■ 교수가 악기 강매 <밀회>에서 한 첼로 전공 학생은 교수한테서 “악기가 후지다”는 말을 듣는다. 교수의 소개로 첼로를 비싼 값에 샀지만 소리가 이상했다. 진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수는 나 몰라라 한다.

첼로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 전공자들은 악기 ‘강매’가 꼭 픽션은 아니라고 한다. 한 음대 교수는 “이름난 명예교수의 소개로 8000만원을 주고 악기를 샀는데, 소리가 제대로 안 나서 악기점에 갖고 갔더니 300만원도 안 되는 악기였다고 한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한 대학 강사는 “교수들이 악기 가격을 부풀려 자기 수입으로 챙기는 일도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악기를 팔아 오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중간에 강의를 잘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는 자신이 입시 지도를 한 고등학생에게 자신의 악기를 이탈리아산 진품이라고 속여 1억8000만원에 팔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악기는 한국산 접착제 등이 쓰인 가짜였다.

“‘누구 제자’ 끈 없으면 발 못 붙여”
고3 입시때부터 ‘교수 라인’ 타야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JTBC 제공
■ 지도교수 놓치면 ‘끝’ 드라마에서 가짜 악기를 속아 산 학생은 지도교수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자퇴를 고민한다. 음대생들에게 지도교수는 절대적 존재다. 서울의 한 음대 성악과 학생은 “지도교수님이 은퇴해서 새 지도교수를 찾아야 하는데 다른 교수님들이 안 받아줘 고민이 많았다. ‘누구 제자’라는 게 없으면 밀어주고 당겨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음대 입학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은 ‘입시 과외’로 입학 전부터 사실상 지도교수의 ‘라인’에 서기도 한다. 서울의 한 음대 피아노과 졸업생은 “과외는 일반적으로 대학 강사들한테서 받는데, 입시가 임박하면 지도교수님한테 직접 과외를 받아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기도 한다. 대학도 자기가 과외받은 선생님 소속 학교로 지원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대 박아무개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그의 ‘제자’들이 ‘탄원 음악회’ 등 구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대 음대의 한 학생은 “저렇게 구명운동까지 하다가 다른 교수님들한테 찍힐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출강하는 예고서 제자들 뽑아” 소문
서울대·경북대 교수채용 잡음도

드라마 <밀회>의 한 장면. JTBC 제공
■ 교수 채용도 짜고 치기 드라마에서 학과장 등 교수 4명이 유력자 자녀 위주로 합격자 명단을 추리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 교수들이 한통속이 돼 부정입학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사례는 없다. “한 예고에 몰래 출강하는 교수가 있는데, 제자들 중에 해당 예고 출신 학생이 많다”는 식의 소문은 있다.

서울대와 경북대에서 신임 교수 채용을 하면서 교수들이 파벌 싸움을 하거나 담합을 한 게 드러나기도 했다. 경북대는 음악학과 교수 9명 가운데 5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특정인을 교수로 채용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서울대 성악과는 교수 간 파벌 싸움으로 신규 임용이 두 차례나 무산됐다. 서울대 박 교수 성추행 의혹도 교수 채용을 둘러싼 파워게임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