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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체험학습

봉사학습 열심히 한 학생이 취업도 잘됩니다

“봉사학습 열심히 한 학생이 취업도 잘됩니다”
[함께하는 교육] 마호카 홍콩 링난대 교수
한겨레
 

 

지난 3월24일 서울대 호암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학의 사회책무성 강화를 위한 국제포럼’에 참가한 홍콩 링난대 마호카 사회학 및 사회정책과 부교수가 ‘아시아에서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 교육 수단으로서의 봉사학습 활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글로벌사회공헌단 제공

[함께하는 교육] 마호카 홍콩 링난대 교수

“대학에서 스펙 쌓기를 위한 ‘의무 봉사’가 아닌 지역과 연계한 체계적 봉사학습(서비스 러닝)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가르쳐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봉사학습을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연결시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호카 홍콩 링난대학교 사회학 및 사회정책과 부교수의 말이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 단은 지난 3월 24~25일 ‘제1회 대학의 사회책무성 강화를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마호카 교수는 첫날 사회적 기업 세션에서 ‘아시아에서의 사회적 기업가 정신 교육 수단으로서의 봉사학습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포럼이 끝난 뒤 그를 만나 봉사학습이 왜 중요한지, 현재 대학의 사회책무성이 강조되는 이유를 들어봤다. 링난대는 홍콩 투먼 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로 1888년 설립됐으며 현재 전교생은 2700여명이다. 경영학·사회과학·인문학 계열 학과가 있으며 전인교육을 강조한다.

200여 기관·기업과 손잡고
전공과목에 봉사활동 접목
공부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
현장체험, 고용 가능성도 높여

─링난대는 ‘봉사를 위한 교육’을 모토로 하고 있다. 봉사학습이란 정확히 뭔가?

“교수들이 가르치는 전공과목에 봉사와 관련된 학습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가령, 역사학과 학생들은 2003년에 사스 전염병을 겪었던 의사·간호사·환자들을 10년이 지난 뒤 인터뷰했다.(사스는 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2003년 발생해 홍콩에서만 1800명이 감염돼 299명이 사망) 예전에는 학생들이 책으로만 역사를 배웠는데 이젠 현장을 직접 겪어본 것이다. 이 자료를 모아 학생들이 사스와 관련한 역사책을 직접 냈다. 역사 공부와 동시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부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봉사학습의 핵심이다.”

─링난대가 봉사학습을 체계적으로 확립하는 데 7년이나 걸렸다던데.

“지역기관을 찾아 우리의 교육목표를 이해시켰다. 현재 우리와 제휴를 맺은 지역 기관이 200곳이다. 선정 기준은 우선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을 저렴한 노동력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뭐든 배워갈 수 있게 교육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곳이다. 학생들에게는 강요하면 역효과만 불러오는 ‘봉사 오염’이나 반발심이 생긴다. 지역사회가 오히려 여러분한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라고 설득했다.”

─그동안 성과가 있었다면 얘기해 달라.

“우리 대학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강조한다. 봉사학습이 연계된 강의가 총 24개인데 매해 600여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는다. 요즘 학생들의 경우 세상 밖으로 나가서 배우는 걸 원하기 때문에 봉사학습에 매력을 느낀다. 소문을 듣고 봉사학습 때문에 학교에 지원했다는 아이들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지역에 나가 현장학습을 하면 고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봉사학습에 참여한 본교 학생들은 첫해 98% 정도가 취업하고 나머지도 이듬해 다 직장을 얻는다.”

─봉사학습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경영학 교수들은 봉사를 사회과학분야라고 생각해 다 반대했다. 하지만 경영에도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지금은 봉사학습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경영전략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이론을 토대로 실제 사회적 기업의 경영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세계적인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 컨설팅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그동안 배운 이론을 적용해 단순히 비즈니스나 ‘무조건 홍보’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 시각을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모든 교수들이 봉사활동을 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포럼에 나가 의견을 내거나 지역사회 파트너를 대학에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모임을 연다. ”

─한국에는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생들이 학점이나 취업을 위해 필요한 자격조건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의무적으로 봉사점수를 따는 학생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들이 학점이나 스펙을 쌓기 위해 봉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본인이 왜 참여해야 하는지 알고, 지역사회의 요구가 무엇이고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봉사해야 한다. 그냥 가서 하면 의미가 없다.”

─이번 포럼에서 발표하면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여러번 언급했다. 봉사학습이 사회적 기업가 정신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가.

“봉사학습의 목적은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 또한 사회적으로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정신이다. 즉, 지역사회의 이슈를 혁신적 방법이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어떤 영감을 줘서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 홍콩에서는 신입사원들이 휴가나 병가를 많이 내서 무책임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결국, 사회에 나갈 학생들에게 사회적 기업가 정신, 사회적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이다. 교수들이 대다수가 보지 않는 전문 저널에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들에게 전달된 지식이 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반영되고 기여하게 하는 게 더 의미있다.”

─한국에서는 매년 대학교육협의회나 언론사에서 대학종합평가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생의 취업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실 홍콩도 대학을 평가할 때 취업한 학생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대학 간 경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취업률이나 졸업생 연봉 등의 수치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