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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績보단 업무 잘 적응할 人材를 뽑으시오

成績보단 업무 잘 적응할 人材를 뽑으시오


/조선일보 DB

[기업 직무능력 중시 채용 확산]

LG, 전공이수 따라 가산점 차등

삼성, 産學협력 참여자 등 우대

"공부만 잘하는 사람, 이제 그만"

-공채가 사라진다

기아車 등 찔러보기 지원 차단

기업 85% "상시채용 전환 고려"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 40여년간 유지해온 대규모 공채 중심의 채용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정기 공채를 없애고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학점·출신 대학 같은 스펙(각종 경력과 자격증)의 비중을 낮추는 '열린 채용'도 확산되고 있다. 또 스펙 대신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모두 '맞춤형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회사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한국 법인 김재호 파트너는 "기존 채용 방식에 한계를 느낀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형 채용 방식을 도입·확대하는 과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기업 공채(公採)가 사라진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25일 "올 상반기에는 공채를 없애고 상시 채용으로만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현업 부서에서 인력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이미 지원서를 낸 사람을 대상으로 서류전형→필기시험→심층면접을 통해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대기업 공채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다 보니 그냥 넣어보는 지원자들이 많았다"면서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지원자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올해부터 인문계 출신은 상시 채용을 통해 선발하기로 했다. KCC도 올 상반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고 영업·생산·관리 등 부문별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상반기 공채와 별도로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7일 기업체 인사담당자 3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85.1%가 "채용 전형을 상시 채용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펙 비중 낮추고 직무 능력 중시

스펙 문턱을 낮춘 기업들이 대신 직무 능력에 대한 검증이나 면접을 강화하는 것도 트렌드다. 어학점수나 학력, 평균학점이 높아도 직무 연관성이 떨어지면 입사 후 직무역량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업무와 직접 관련이 되는 전공점수와 직무능력은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신입 사원을 선발 중인 LG전자는 전공의 평균 성적 및 전공 학점 이수 현황에 따라 가산점을 차등 부여할 방침이다. R&D(연구개발)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의 필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공 능력을 보다 면밀히 살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R&D직의 경우 산학협력 과제에 참여했거나 각종 논문상 및 경진대회 수상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한화그룹은 올 하반기로 공채에서 계열사별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국내 대기업의 인재상이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사람'에서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지원자들의 도전정신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강한 직원들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오디션' 방식을 채택한 '바이킹 챌린지' 전형을 도입했다. 자기소개서만으로 서류전형을 하고 필기시험 대신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해 어떤 역량을 쌓아왔는지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포스코는 채용 연계형 '챌린지 인턴십' 제도를 실시한다. 지원자들은 지원서에 학력·학점·어학점수·사진 대신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를 써내야 한다.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소양과 자질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활용이다. 잡코리아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3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SNS를 통해 지원자의 평소 생각이나 언행 등 인성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김승범 기자]

[정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