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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단순한 경험 나열보다 그 과정서 얻은 깨달음 담아야

단순한 경험 나열보다 그 과정서 얻은 깨달음 담아야

 


오는 8월 대입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수시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것 중 하나가 자기소개서다. 문항별로 1000자 혹은 15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지원자의 역량을 표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명덕외고 김영민 입학홍보부장은 “수시 1차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늦어도 4월에는 자기소개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확인할 것은 지원 대학의 자기소개서 양식이다. 2015학년도 대학별 자기소개서는 이르면 5월, 늦어도 7월에 각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전형이 코앞에 닥쳐서야 대학별 지원 양식이 확정된다는 얘기다. 이투스 오종운 평가이사는 “대학별 자기소개서는 한국대학교육협회(대교협) 공통 양식에 준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년 약간의 변화만 있을 뿐 전체 맥락은 동일하다”며 “2014학년도 자기소개서를 기준으로 준비를 해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 쓰기의 기본원칙은 ‘진정성’과 ‘구체성’이다. 경희대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유려하게 잘 다듬어진 글보다 다소 거칠더라도 생각이 진솔하게 녹아있는 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차정민 선임입학사정관 역시 “자기소개서는 글 솜씨를 평가하는 백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소개서란 고교 시절 경험과 느낀 점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검토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진정성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나타난다. 생각과 주장을 막연하고 추상적인 문장으로 표현해서는 대학 사정관의 눈길을 사로잡기 힘들다. 배문고 김보일 교사는 “스페인어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 그저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쓰는 것과 남미 문화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을 토대로 ‘남미 여러 국가의 문화와 언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쓰는 건 천양지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교육업체가 주최한 대학 수시전형 전략 설명회 모습.

김영민 교사는 또 학생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알려줬다. 바로 “자기소개서 문항에 딱 들어맞는 자신의 경험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이 자기소개서를 통해 평가하는 내용은 ▶학업의지와 전공적합성 ▶학업성취도 ▶성장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 ▶창의성 ▶인성 등이다. 각 문항도 이런 역량을 평가하는 데 맞춰져 있다. 경험담과 생각이 각 항목에 맞게 들어가야 설득력 있는 자기소개서로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권(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 대진고 교사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첫 단계로 “고교 시절 경험한 것을 사소한 것 하나까지 떠오르는 대로 일단 다 나열해보라”고 조언했다. 동아리 활동, 방과 후 수업, 교내 대회 수상, 임원 경력, 독서, 교우 관계 등 사소한 것까지 세세하게 적어보란 얘기다. 이 교사는 “경험을 다 살핀 뒤, 경중을 따져 자기소개서 문항에 맞게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멘토의 도움은 꼭 필요하다. 오 평가이사는 “교사나 부모·선배 등 평소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과 상의하며 적절한 에피소드를 고르고, 퇴고 과정은 최소 대여섯번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교사는 “고3 담임 교사보다 1학년 때부터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동아리나 방과후 수업 교사와 자기소개서에 대해 상담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 평가이사는 자기소개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빠지기 쉬운 착각에 대해 언급했다. 그중 하나가 특이한 경험을 담아야 좋은 자기소개서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자기소개서는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느냐’가 아니라 ‘경험의 과정에서 어떤 걸 느꼈느냐’가 평가 요소”라고 설명했다. 또 “유별난 일회성 경험보다 진로와 연관성이 강한 지속적 활동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또 하나는 고3 때 꿈이 바뀌면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김 교사는 “고2 때까지 교사를 지망해 소위 ‘스펙’을 맞춤 준비했는데 고3 때 외교관으로 꿈이 바뀌었다며 ‘대학 못 가는 거냐’고 상담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며 “꿈이 바뀐 과정을 진정성 있게 서술하면 오히려 훨씬 매력적인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박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