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스마트폰도 수업도구…“막을 수 없다면 활용해야죠

스마트폰도 수업도구…“막을 수 없다면 활용해야죠”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한겨레
이미숙 교사가 지난해 근무했던 부산 분포초등학교에서 당시 5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모둠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숙 교사 제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물론 스마트기기가 없어도 수업은 가능하지만 저는 교사로서 좋은 학습 전략을 짤 수 있는 무기를 하나 더 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16년차 교사인 부산시 남구 용소초등학교 이미숙(45) 교사는 수업시간에 아이패드 앱을 적극 활용한다. 원래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수업시간에 써보니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그가 사용하는 앱은 교육 분야뿐 아니라 예술, 과학 관련 앱까지 30~40개 정도다. “평소에도 교육 목표에 부합하는 앱이 있는지 틈틈이 찾아봐요. 앱을 이용하다 보면 요즘 흔히 말하는 교육 트렌드인 학생 중심의 개별화 수업이 가능하거든요.”

이 교사는 ‘오라즈마’(Aurasma) 앱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독후감 과제를 내준다. 이 앱은 증강현실(사용자의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가령, 아이들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이나 책의 내용을 이 앱의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저장한다. 이후 다른 친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에 대고 이 앱을 실행해 스캔하면 친구가 남긴 독후감 영상이 뜨는 것이다. 이 교사는 “친구의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낀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에 가서 친구가 소개한 책을 빌려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사시간에는 아이패드의 ‘아이무비’(imovie)를 이용해 직접 영화로 만들어본다. 보통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캠코더와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별도의 기술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찍고 바로 편집까지 할 수 있다. 실제 학생들은 이승만과 김구, 기자 역할을 나눠서 둘의 신념이나 정책의 차이를 기자가 인터뷰하는 식으로 영상을 찍었다.

수업에 유용하게 써먹는 교사들
독후감 동영상 찍어 앱 공유하고
도형, 별자리 등 배울 땐 앱 터치
“적극 관리하면 폐해보다 도움”

 

 

“일방적 수업이 아닌, 아이들이 스토리텔링을 하며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이후 공유가 필요한 경우 제가 수천 가지의 주제와 관련된 무료 강의·동영상·책 등의 자료를 모아놓은 ‘아이튠스유’(iTunes U)에 올려서 다 같이 보죠.”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교육을 권장하는 추세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할 수 있는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중독이나 잘못된 사용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신암초 김재동 교사는 스마트교육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요즘 초등학생만 해도 고학년이 되면 한반에 한두 명 빼고는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며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수업시간에 교과목별로 쓸 만한 앱을 자주 이용한다. 과학시간에 별자리를 배울 때는 터치용 천문학 가이드 앱인 ‘스타 워크’(Star Walk)를 보여준다. 앱으로 특정 위치의 하늘에 대고 가리키면 실시간으로 그 방향에 있는 별, 별자리, 위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까지 나온다.

수학시간에 쌓기나무(정규면체 모양의 입체도형을 위·앞·옆으로 쌓아 올려 여러 가지 입체 모양을 만들어 공간지각력을 키우기 위한 것)가 나오는 단원에서는 ‘토이블럭’(Toy Block)앱을 이용한다. 김 교사는 “가상에서 블록을 쌓은 뒤 교실 텔레비전 화면에 띄워서 3D 화면을 돌려가면서 설명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직접 들고 나오기가 힘들어 발표도 못 했는데 앱으로 만들면 발표하기도 편하고 신기해서 서로 해보겠다고 나선다”고 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도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 지원을 위한 ‘진로와 직업’ 스마트북을 개발했다. 초·중·일반고·특성화고용 4종으로 돼 있으며 일반 피시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 일대일 진로상담, 진로활동 포트폴리오 만들기, 발달 단계에 따른 진로교육 정보 등을 제공한다. ‘커리어넷 검사’ 앱을 이용하면 진로적성검사, 직업흥미검사 등도 직접 해볼 수 있다. 이밖에 학교 급식정보는 물론 시간표나 숙제 알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급식톡’이나 날짜별, 목표별 공부량을 자동으로 정리해주고 공부할 때 모든 알람을 차단해주는 ‘스터디 헬퍼’ 앱 등 학습이나 진로, 학교생활에 관련된 앱들도 많다.

교사들 사이에서 체육시간을 두고 하는 말이 있다. ‘아나공’으로 “아나(‘옛다’의 사투리), 공 가지고 가서 놀아라”라는 뜻이다. 공만 던져주고 알아서 놀라고 하는 편한 수업을 빗댄 말이다. 이 교사는 스마트기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그냥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스마트기기가 무조건 좋다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는 건 변명에 불과해요. 전 40분 수업에서 스마트기기를 10분 이상은 사용 안 합니다.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게임이나 이상한 사이트에 빠질 수 있지만 교사가 전략적으로 과제를 제시해준 다음 할 것만 하고 끝내면 됩니다. 스마트기기 이용 제한 시간을 두고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학생들이 정보를 가공해 자기만의 생각을 넣어 새로운 결과물을 내는 데 충분히 도움이 돼요.”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