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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중학생을 위한

겁먹지 말고, 내 생활은 내가 책임지는 마음을

겁먹지 말고, 내 생활은 내가 책임지는 마음을


선도부, 다양한 활동, 수행평가, 벌점…. 지난 13일,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잠실중 김경령(왼쪽)양, 이한별군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던 때를 떠올리며 ‘중학교에 가면 달라지는 것’을 열쇳말로 뽑고 관련 그림을 화이트보드에 그렸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예비 중1’이 입학 전 알아둘 것들

이달 하순이면 ‘예비 중1’들의 중학교 배정 결과가 발표된다. 중학교에선 어리광을 받아주던 초등생 시절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달라지는지 미리 알아보고 대비해놓자.

여러 학년 학생들을 섞어놔도 교사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쉽게 알아본다. 몸에 걸친 교복 재킷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알림 사항을 전달하면 듣고는 있지만 자꾸 까먹는다. 교사들이 중1을 “중학생이긴 한데 아직 초등학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중학교에 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요즘은 한자녀 가정이 많은 탓에 언니·오빠들의 경험담을 듣기도 어렵다. 중1 담임을 해본 중학교 교사들과 최근에 자녀와 중1을 생활을 겪은 학부모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초등생 때 쓰던 알림장은 없어요

1학년 담임을 3년 연속으로 경험한 서울 광성중 정부영 교사는 중1 아이들이 학기 초, 공통으로 하는 실수를 잘 안다. “자물쇠 내일까지 챙겨 와야 한다.” 조·종례 시간에 분명히 공지를 했지만 한 반에 몇 명은 반드시 공지사항을 놓친다. 초등학교 때 교사가 챙겨주는 ‘알림장’ 문화에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초등학교 때는 교사가 알림장에 쓸 내용을 칠판에 써주거나 불러주고, 학부모가 이걸 보고 옆에서 챙겨주지만 중학교에 올라오면 학생 스스로 알아서 기억하거나 메모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평소 공지사항 등을 자기 식대로 차근히 기록하는 습관부터 들일 것을 당부한다.

더군다나 중학교에 진학하면 학생들이 대하는 교사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영어전담교사 등을 제외하고 담임교사 한 사람이 모든 과목을 가르쳤지만 중학교에 오면 과목별 담당교사가 각기 다르고, 이 교사마다 공지하는 내용도 다 다르다. 정 교사는 “저는 도덕 교사인데 수업 시간에 들어가면 ‘담임샘! 영어 수행평가 범위 뭐죠?’ 이렇게 물어요. 심지어 관심없는 아이들은 교사 이름도 잘 모릅니다.(웃음) 환경이 바뀌었으니 담임에게 모든 걸 의존하는 버릇은 고쳐야죠. 초등학교 때는 쉬는 시간에도 담임교사가 교실에 상주하니까 담임교사에게 기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부터 담임교사는 물론이고 어떤 교사도 쉬는 시간에 교실에 머물지 않습니다.”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나뉩니다

초등학교 때 평가가 지필평가 방식이었다면 중학교에 올라와선 수행평가가 적극 도입된다. 수행평가란, 교사가 학생이 학습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 등을 보고 학생의 실력이나 성실도 등을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식을 말한다.

국·영·수와 같은 주요 과목은 일반적으로 수업 시간에 사전 예고를 하고 쪽지 시험을 보거나 평소 모아둔 프린트물, 과제물(독후감, 과학탐구문, 영어영작문 등) 등을 제출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과목은 각 과목과 관련한 실제 활동 결과물 등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수행평가 반영 비율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나눠주는 ‘학교안내책자’ 등을 보면 과목별 평가 방법이 나온다.

대개 학부모들은 ‘수행평가’라는 낯선 이름의 평가가 도입되면서 긴장을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꼼꼼함과 성실함만 제대로 발휘해도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항목이다. 자녀의 중1 생활을 곁에서 지켜본 선배 학부모들은 “평소에 챙기라고 하는 걸 질질 흘리지만 않아도 점수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예비 중3 딸과 예비 중1 아들을 둔 학부모 홍현숙(서울 송파구)씨는 “주요 과목의 경우, 수업 시간에 나눠준 프린트에서 시험문제가 나온다”며 “프린트를 얼마나 잘 모아뒀는지 그 개수로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수행평가는 상대적으로 덜 꼼꼼한 학생들에게 불리한 면이 있다. 평소 가방정리, 책상정리 등을 잘 못한다면 파일에 프린트물 등을 정리해두는 요령만 익혀도 몇 점은 벌 수 있다.

학교생활 관련 공지사항

스스로 알아서 메모해놔야

수업 과제물 성실히 내고

프린트물 챙겨두면 큰 도움

답안지는 OMR카드 사용 유념

 


영·수만 집중 말고 독서는 계속

초등생땐 벌서면 그만이지만

중학교선 벌점 누적되면 불이익


수학 서술형은 노트필기가 답입니다

중학교 진학 전,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가장 많이 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최근에는 서술형 평가·스토리텔링 등이 도입되면서 부모들이 지레 걱정하는 일도 많다. 서울 천일중 천태선 수학교사는 “수학 서술형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며 “초등학교 때까지 답을 내는 문제를 주로 풀었기 때문에 중학교 수학 역시 답을 내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답을 찍어서라도 내야 한다는 습관부터 버려라”라고 강조했다.

예비 중학생들이 수학 서술형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트필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수학 서술형 답안지를 보면 대개 글씨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일단,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씨를 쓰듯 풀이 과정을 손 글씨로 차근히 써보는 훈련부터 해봐야 한다. 흔히 수학문제를 풀 땐 해답지를 보지 말라고 하지만 서술형 대비를 위해선 해답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천 교사는 “문제를 다 풀고 모범답안을 보면서 내 연습 노트와 비교하면 내 부족한 부분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 내 풀이 과정의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서술형 배점을 점차 늘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학교 시험에서는 문제가 어려워지고 문제 수도 많아지면서 시험지 제일 마지막에 있는 서술형 문제 자체를 못 풀고 답안지를 내는 학생들도 늘어난다. 천 교사는 “그런 점에서 방학 동안에 초시계 등을 활용해 시간을 재면서 문제 풀이 시간을 체크하고, 시간을 점점 줄이는 모의 연습을 해두면 좋다”고 했다. “수학 스토리텔링 도입 등과 관련해서도 방학 동안 사전 대비를 해두면 좋죠. 입학하기 전에 교육방송에서 운영하는 수학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이트 ‘이비에스엠’(EBSm·www.ebsm.co.kr), ‘배움너머’(home.ebs.co.kr/beyond) 등을 쭉 훑어보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초등학교 때와 비교할 때 중학교 시험의 가장 큰 변화는 오엠아르(OMR) 카드 답안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른들 눈에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큰 변화다. 경기도 평택중 김동휘 교사는 “학교 쪽에서 사전에 오엠아르 카드 작성 교육을 하지만 실제 시험을 볼 때 답안지를 새로 달라는 친구들이 꽤 나온다”고 했다. 이렇게 답안지를 계속 바꾸다 보면 그만큼 문제를 풀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부모 홍현숙씨는 “사소해 보이지만 때론 마킹을 잘못해서 빵점을 맞는 학생도 있더라. 억울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학부모가 사전에 지도를 해주면 좋다”고 했다.

뚝 떨어지는 국어성적에 낙담하기도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 독서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어, 독서, 논술 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예비 중1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강좌들 역시 영어·수학인 경우가 많다. 이 속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영어, 수학에만 집중한 학부모들은 자녀의 1학년 1학기 국어 성적을 보고 좌절한다. 이 좌절감은 1학년 2학기, 2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더 심해진다. 아이들은 “엄마는 몰라. 갈수록 국어 독해가 어려워져”라고 이야기한다. 읽고 이해해야 할 독해지문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풍성중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실(송파구)씨의 딸은 국어 성적만큼은 늘 만점이다. 김씨는 그 비결로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던 가정에서 해온 ‘인간경’(‘인생 간접 경험’의 줄임말로 이씨네 가정만의 독서 문화) 활동을 중학교에 가서도 꾸준히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인간경은 1년에 책 100권 읽는 것을 목표로 일주일에 두 권씩 책을 읽는 활동이다. 이씨 가정 아이들은 용돈을 그냥 받는 게 아니다. 책을 읽으면 보상의 의미로 약간의 용돈을 받는다.

이씨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이 중·고교에 가서도 책 읽는 습관을 놓지 않도록 가족문화로 만들었다”고 했다. “보통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히다가 중학교 가서는 안 읽힙니다. 근데 독서는 계속 이어져야 누적이 되고, 독해력, 사고력 등이 생깁니다. 예비 중학생을 둔 부모들에게 독서만큼은 반드시 필수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생활평점제를 시행합니다

학부모 최자영(서울 영등포구)씨는 아들이 중1이던 지난해 학기 초, 학교 쪽의 문자를 받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귀하의 자녀가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아서 벌점을 받았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하자 교사는 ‘생활평점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에서는 잘못을 하면 담임교사에게 벌을 받는 식이지만 중학교에서는 벌점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 벌점은 일상 곳곳에 있다. ‘지각’, ‘청소당번 어김’, ‘교과서 안 챙겨옴’, ‘급식시간 새치기를 함’ 등 기본적인 생활 규칙을 어겼을 때 벌점이 주어진다. 학교에서 정한 점수 이상으로 누적이 되면 교내 봉사, 사회봉사 등을 해야 한다. 활동을 하면 벌점을 지워주는 식이다. 사소한 생활 규칙을 어겼을 때 벌점을 받을 수도 있다. 벌점 하나 받았다고 너무 놀라거나 아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물론 벌점을 받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는 데도 마냥 “괜찮다”고 하는 것도 문제다.

광성중 정부영 교사는 “중학교에 와서는 객관적인 점수로 자신의 학교생활이 평가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긴장을 유지하고 책임감을 갖는 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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