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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하고 싶은 일, 수학을 알면 더 잘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 수학을 알면 더 잘할 수 있어요"


박형주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박형주 2014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수텍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 위원장은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2014.1.14 abbie@yna.co.kr

'2014 세계수학자대회' 박형주 조직위원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흐릿한 CCTV 화면으로 범인을 포착하는 경찰, '이기는 경기'를 하는 야구 감독, '싸면서도 수익 많은 요금제'를 만드는 이동통신사…. 수학을 잘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박형주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포스텍 교수)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2014 세계수학자대회'를 계기로 한국의 수학이 더욱 성숙해지고, 국민과 산업의 활력소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학은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과목'이지만, 상당수의 초·중·고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운 과목'이라고 여긴다. 박 위원장은 '수학을 왜 배우지?'에 대한 답을 먼저 알아야 어렵더라도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며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007년부터 '세계수학자대회' 유치위원장을 맡아 2010년 유치에 성공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후 조직위원장으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해 오고 있다. 그는 세계수학자대회를 통해 다양한 대중강연과 홍보활동으로 수학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자력으로 수학의 발전을 일군 한국의 모습을 통해 후발국가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 수학계는 이번 수학자대회를 계기로 현재 4군인 우리나라의 국제수학연맹(IMU) 등급을 최상위급인 5군으로 끌어올려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는 계기로 삼을려고 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개발도상국 수학자 1천여명을 선정해 여비를 지원하는 '나눔 2014' 프로그램을 통해 과거 세계 수학자대회에 참가할 당시 IMU로 부터 받은 재정지원에 보답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세계수학자대회는 어떤 대회인가.

▲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첫 대회를 열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전통이 이어져 오는 유일한 학술행사다.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회 대회는 수학자 다비드 힐베르트가 23가지 난제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Fields Medal)을 개최국 국가원수가 수여하고 강연과 토론 등이 진행된다.

-- 서울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의미는.

▲ 한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학의 불모지였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논문 수가 약 2.5배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 성장했다. 자생적으로 이렇게 성장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서울 대회에서는 '후발국가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수학자 1천명을 이번 대회에 초청할 예정이다. 중국은 2002년 베이징 대회를 개최한 경험을 지렛대 삼아 전략적으로 수학에 엄청난 투자를 시작했고, 지금은 수학계에서 미국에 이어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 이후 한국의 수학 연구 역량도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 수학이 왜 중요한가.

▲ 수학적 소양을 가지면 다양한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범죄를 수사할 때 폐쇄회로(CC) TV에 찍힌 흐릿한 사진과 수천만개의 데이터베이스(DB)를 비교해서 범인을 찾는 것은 미분기하학의 도움이다. 수학은 스포츠에도 적용된다. 야구를 예로 들면 '만루 상황에서 안타율이 높은 선수' 등 통계를 활용해서 저평가된 선수를 찾는다면 같은 예산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할 때 미국 50개 주(州)의 승률을 다 맞춘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통계학자 출신이다. 아이들에게 미래에 진출할 분야에 수학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 수학의 중요성을 어떻게 알릴까.

▲ 사람들은 자신와 연관된 것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에 맞춰 수학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는 책을 많이 만들 계획이다. 교과서에 반영되면 좋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책과 강연 등 형태로 전파하고자 한다.

-- 올해를 '수학의 해'로 선포한 의미는.

▲ 세계수학자대회 개최로 수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한다. 개막일에 5천명을 대상으로 한 대중강연을 기획하고 있다. 수학자에서 헤지펀드 거물로 거듭나 세계적인 억만장자가 된 제임스 사이먼스가 초청 강연자로 나서 자신이 수학으로 성공한 비결을 얘기할 예정이다. 후반 3일은 각각 '수학교육의 날', '수학사(史)의 날', '수학 대중화의 날'로 지정해 집중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영화와 드라마 속 수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하는 수학영화축제를 열고, 추상적인 수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수학체험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 산업계의 관심도 촉구하고 있는데.

▲ 한국 기업들은 아직 수학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같다. 가령 통신사의 경우 요금제를 설계할 때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회사에 이익을 주고, 네트워크 부하량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데, 이는 수학의 최적화 문제로 풀 수 있다. 오는 10월에는 미국 미네소타의 수학 및 응용연구소(IMA)와 함께 워크숍을 개최해 수학으로 산업계의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 기업들이 수학의 가치를 이해하고 후원도 해주기를 바란다.

-- 한국인의 필즈상 수상 가능성은.

▲ 올해에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상을 받으려면 '세계 수학계의 주요 화두에 뛰어드는 젊은 수학자'와 '연구의 전통'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전까지 한국 수학계에는 세계에 영향을 미칠 논문을 쓸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도전적인 연구자가 늘어났다. 또 올해 세계수학자대회 개최를 전환점으로 연구의 전통도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의 전통이란 다양한 수학의 분야를 골고루 균형 있게 다루고, 연구와 교육이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을 의미한다. 필즈상 수상자는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고 학문적 성과만 심사하기 위해 국제수학연맹이 비밀리에 선정한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