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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학생별 맞춤형 스마트교육 도입해야”

학생별 맞춤형 스마트교육 도입해야”

등록 : 2014.01.08 21:20수정 : 2014.01.09 08:23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이찬승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학생간 정보격차 커져가는 추세
능력·환경 맞는 개별적 교육 필요
디지털기기 통해 구현할 수 있어

지금의 학교 시스템은 대부분이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첨단 정보기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현재의 학교 교육 시스템은 디지털 문명이 없던 시절과 그 환경에서 태어난 학생들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현재의 의무교육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규모로 학교를 떠나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능률영어 참고서의 저자로 유명한 이찬승(사진)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다.

그는 2009년 능률영어사를 매각하고 시민단체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한국 교육제도를 개혁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선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영어교육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박근혜 정부에선 교육부 국가교육과정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대표가 보는 디지털 환경의 학교는 장밋빛이 아니다. 그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연구원들이 함께 저술한 <한국 공교육 미래 방향 제안>(2013)을 보면 “영국에서 현재와 같은 국가 주도의 의무교육이 지속된다면 5년 후 학생의 절반이 학교를 떠날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극단적 수준의 국가적·세계적 불평등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능력)가 중요해짐에 따라 세대 간 격차뿐 아니라 또래집단 간 격차도 극대화되어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을 것이다”라는 세계 학자들의 진단을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의 국내 학교를 “학습 부진아를 길러내는 공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학교까지의 국민공통교육과정은 ‘중상’ 수준으로, ‘중하’ 수준에 맞춰진 서양 선진 국가들에 비해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반 학교에서 20%가량의 학생은 학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보조교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내 학교는 이들을 이끌어주거나 관심 가질 만한 지식을 가르쳐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보편적 학습설계’(UDL)와 이를 위한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학습설계란 학생들의 수준과 환경, 능력에 맞춘 교육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학습 활동으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난이도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 학생은 국어 수업 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베트남어로 번역된 교과서를, 난독증 학생은 음성 지원을 디지털로 제공받는 방식이다.

당장 외국처럼 태블릿피시를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은 아니다. 대신 의지가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가진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을 하는 것을 정부나 교육청 단위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지금도 가능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교육의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학교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닌 공허한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정부가 현재의 불평등한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0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수용자 맞춤형 스마트 교육을 도입해야 현장에서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스마트폰은 마약이야”…사용 막느라 활용 엄두 못내는 학교

등록 : 2014.01.08 21:24수정 : 2014.01.09 08:23

 

2013년 12월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아이윌센터 강사가 학생들에게 인터넷 게임을 48시간 동안 하다가 혈전(핏덩어리)이 폐를 막아 사망한 20대 청년의 사례를 혈전을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긍정적 활용방법 가르치기보다
부정적 사례·중독 막는 법만 교육

‘공부에 방해된다’며 압수했다가
돌려 달라는 학생들과 신경전도
“현재로선 금지가 교육적 선택”
교육에 활용하는 교사 소수 불과

“인터넷 게임을 많이 하면 뇌 전두엽이 손상받게 됩니다. 인터넷 게임 과다 사용자의 뇌는 마약 중독자와 치매 환자의 뇌와 비슷해요. 전두엽이 망가져 점점 하등한 동물적 본능밖에는 남지 않게 되죠.”

2013년 12월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3학년 교실. 서울시 수탁 인터넷 중독 예방 상담센터인 ‘아이윌센터’에서 나온 강사가 진행한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예방 수업은 ‘살인’, ‘지능 저하’ 등 부정적 사례들로 가득 찼다. 이 강사는 피가 엉긴 혈전 사진을 보여주며 게임을 48시간 동안 하다가 혈전이 폐를 막아 사망한 20대 청년의 사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부모를 죽인 게임 중독 고교생의 사례, 게임을 많이 한 중학교 여학생들의 지능지수(IQ)가 일반 학생들보다 평균 5가량 낮게 나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강의 마지막엔 극지방에서 늑대를 잡을 때 쓰는 방식을 스마트폰 중독에 빗대 설명했다. “피 묻은 칼을 얼음에 꽂아두면 늑대가 와서 피를 핥아 먹는다고 해요. 자기 혀가 베였는지도 모르고 혀에서 나오는 피까지 먹고 죽는다는 거죠.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자기를 해치는 것인지도 모르고 스마트폰과 게임에 중독됩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에 관한 수업을 들을 기회는 한 학기에 한 번씩 1년에 2번 정부 지침에 따라서 진행하는 아이윌센터의 수업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 설정 방법 등에 관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없다. 이날 수업을 들은 우아무개(16)군은 “피떡(혈전) 사진을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스마트폰이랑 인터넷 게임 중독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 학교에선 금지 대상일 뿐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마약’에 빗댄 아이윌센터 강사처럼 대부분의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있어 스마트폰을 격리 대상으로 취급한다. 강북구의 이 중학교도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학생들을 규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학교에선 학생들은 등교하면 담임 교사에게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한다. 내지 않고 사용하다 적발되면 ‘한달간 압수’라는 교칙을 만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저항이 워낙 거세 교칙대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이 학교 교감은 “스마트폰을 압수할 때부터 아이들의 저항이 완강해서 압수를 포기하는 교사도 있다. 교사가 압수를 해도, 학생이 쉬는 시간마다 교사를 찾아와 통사정을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하루를 버티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동대문구 전곡초등학교도 여느 학교처럼 스마트폰으로 고민이 깊은 학교였다. 스마트폰으로 학생들이 친구를 험담하거나 화장실에서 몰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한 반에선 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카카오톡으로 욕설을 해, 담임 교사가 문제의 카톡을 학급에 설치된 텔레비전에 띄워 보여주면서 지도를 하기도 했다.

6학년의 경우 지난해엔 전체 7개 반 중 4개 반에서만 스마트폰을 걷었지만, 올해부터는 교사들이 회의를 열어 논의한 끝에 모든 반으로 대상을 늘렸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통신료를 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학교가 일정 시간 동안 못 쓰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도 스마트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해서 결국 수거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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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카톡과 게임을 하느라 다툼이 일어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교사들로선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을 생각하기 어렵다. 6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는 강태선(41) 교사는 “학생들이 자극성이 강한 게임이나 카톡을 하느라 독서 같은 다른 활동에 흥미를 잃고 있다.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곤 생각하지만, 현재로선 학교에서라도 사용을 막는 것이 교육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8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다 보니 수거하거나 압수했다가 분실하는 경우도 고민거리다. 서울 중랑구의 한 고교 교사는 “동료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가 잃어버려 결국 자비로 50만원을 부담했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13년 5월 초·중등 교원 3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2%가 최근 1년 사이 학교에서 스마트폰 분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33%는 분실 사고로 본인 또는 동료 교사가 학생·학부모와 갈등을 겪었다. 55%는 교사가 자비로 배상했다고 답했다. 일부 학교에선 스마트폰 대신 배터리만 수거하는 방법을 쓰지만, 배터리 일체형이나 여분의 배터리를 활용하는 경우 한계가 있다. 뒤늦게 교육부는 올해부터 교사가 휴대전화를 수거했다 분실한 경우 학교당 2천만원까지 보상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 스마트폰 활용 교사는 소수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교육을 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당국의 지원은 없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현주(가명) 교사는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는 교사다. 미술 시간에는 학생들이 ‘프레지’라는 스마트폰 발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명화와 화가를 반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나도 큐레이터’라는 활동을 한다.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박 교사와 공유하면, 박 교사는 이를 ‘애플티브이(TV)’를 이용해 교실 내 티브이에 띄운다. 모든 학생이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5명씩 조를 짜서 한 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거나, 개인 과제의 경우 컴퓨터실 컴퓨터를 이용하게 한다.

박 교사는 스마트폰을 생활지도에 활용해 반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생·학부모와는 페이스북을 학교에 맞게 변형한 ‘클래스팅’을 한다. 학생들이 클래스팅에 부모와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와 친구가 집에 놀러온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 이번 겨울방학 중 하루는 학생들이 즐기는 비디오 게임기 같은 취미 활동 기구를 가져오도록 해 다 같이 해볼 계획이다.

하지만 박 교사가 스마트 교육을 할 때 학교로부터 받은 도움은 없다. 오히려 교육청이 보안을 이유로 무선공유기 사용을 금지해, 박 교사는 비싼 데이터요금을 부담하면서 데이터망을 학생들과 공유(핫스팟)했다. 애플티브이도 자비로 구입했다.

박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걸 걱정하는 주변 교사나 학부모님들도 계시긴 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지 말라고 막으면 더 음성적으로 하게 돼요. 대신 드러내놓고 같이 하면 아이들도 신뢰가 생겨서 스마트폰을 쓰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어른들한테 가져오게 되죠”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