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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목고만 유리” 비판에 일단 철회 - 서울대

특목고만 유리” 비판에 일단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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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서울대 ‘문·이과 교차지원’ 유예

ㆍ“추후 결정” 시행시기 안 정해

ㆍ일선 학교 혼란 거의 없을 듯

ㆍ교차지원 노리고 외고 지원한 중3 학생들은 불이익 될 수도

서울대가 27일 의예과·치의예과·수의예과 등에 문·이과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2015년 입시안을 유예키로 결정한 것은 급작스러운 전형 변화가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일부 특목고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여론의 비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 달여 사이에 일어난 서울대의 입장 번복으로 교육 현장의 혼선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대 발표를 보고 올해 외고를 지원한 중3 학생들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교차지원 비판 여론, ‘부담’

지난달 서울대가 문·이과 교차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새 입시 방안이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이들 학교와 일반고 간 고교 서열화 구조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서울대 발표 이후 실시된 올해 서울 시내 외고 입시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된 201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이과 융합안을 2017학년도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했다가 2021학년도로 미룬 교육부도 서울대의 발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서울대가 이날 문·이과 교차지원 방안 유예를 결정한 것은 이 같은 사정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예…환영, 공교육 흐름 맞춰야

교육분야 시민단체들은 “문·이과 융복합 교육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급한 적용이 문제였다”며 서울대의 이번 유예 결정을 환영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서울대의 당초 방안이 내년 수시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고2에게 적용하는 게 무리였는데 유예돼서 다행”이라며 “교육부가 2018년부터 고등학교에 문·이과 융합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고, 2021년도 수능부터 적용될 텐데 서울대 입시계획안도 이 같은 공교육의 흐름에 맞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는 “문·이과 융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현재 외고·과고 등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의 서열처럼 왜곡된 고교 체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정책, 안정성 흩트려

서울대가 학교 현장에 파급력이 큰 입시제도 변화를 갑작스럽게 발표했다가 유예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워낙 짧은 시간 안에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 직접적 영향은 적겠지만, 제도 안정성을 흐트러뜨린 측면에서는 신뢰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융합이라는 명분은 좋지만 현실에서는 문과 외고생에게 유리하고 일반고의 최우수 이과생에게 불리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서울대 입시계획안이 올해 서울지역 외고 원서접수 전에 발표돼 일부 중3 학생들은 서울대 입시안 때문에 외고에 원서를 쓴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이사는 “서울대가 오늘 교차지원 방안을 철회하면서 유예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올해 중3이 대학입시를 보는 2017년부터는 허용할 생각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