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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대학들 논술 채점 공정성 확보 묘안 백출

대학들 논술 채점 공정성 확보 묘안 백출

친인척 교수 채점관 제외·여러 채점관 점수 평균화 등

 

20여개 주요 대학들이 이달 말까지 주말과 휴일 동안 대학별로 논술시험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이 논술시험 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지난 10일 단국대 용인 죽전캠퍼스에서 수시 2차 논술시험을 보고 있다.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대학 논술시험 시즌을 맞은 가운데 논술시험 채점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들의 아이디어가 백출해 눈길을 끈다.

전국의 30여개 주요 대학들은 수시전형에서 논술시험 점수반영 비율을 20%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어 입시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객관식인 수능시험과 달리 채점 교수들의 주관에 따른 자의적인 채점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친인척 관계인 교수를 채점관 명단에서 제외하고 채점관을 여러 명으로 구성해 이들의 채점 결과를 산술평균해 공식 점수로 매기는 한편 점수관리에 컴퓨터를 동원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답안지 스캔, 일정시간 내 채점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20여개 주요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논술시험을 진행 중이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경희대, 중앙대 등이 지난 10~11일 논술시험을 치른 데 이어 17~18일에는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등이 논술고사를 치렀다. 이달 말까지 20여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치르고 채점에 들어간다.

이들 대학은 저마다 자체적으로 통일된 채점기준을 마련해 채점 교수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수험생의 인적사항 등을 제외한 논술 답안지를 채점 교수에게 컴퓨터로 스캔하도록 한 뒤 채점 결과를 입력해 전산화하는 방식으로 채점을 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그동안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술 채점 교수가 성적을 잘 주는 성향의 교수인 경우와 아닌 교수 간의 편차가 커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강대 입학처 관계자는 "일단 채점 교수 본인이 채점한 것과 다른 교수가 채점한 것 사이의 채점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편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컴퓨터 입력점수 수시 체크

연세대의 경우는 아직 채점 교수들이 직접 논술 답안지를 보면서 채점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학도 올해 들어 논술 채점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교수들이 채점한 점수를 컴퓨터에 직접 입력해 전산화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정성을 높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점 결과는 교수가 직접 입력하지 않고 행정직원들을 통해 입력이 이뤄졌다. 연세대 공과대학의 한 채점 교수는 "답안지의 이름을 모두 가리고 채점한다"면서 "이상한 표시 등을 남긴 답안지는 점수를 주지 않으며, 학생과 친인척 관계인 경우는 채점 교수 명단에서 아예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성 시비…논술시험 폐지도

일부 대학들은 논술시험 채점의 공정성 시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사교육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수시에서 논술시험을 폐지했다. 인천대 관계자는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시모집의 경우는 서울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들이 논술시험을 없앴다.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가리기가 어렵고 채점 부담이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학 교수들 스스로도 논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품은 이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 경희대 사회조사랩 황승연 교수(사회학과)가 논술시험을 실시하는 전국 4년제 대학 21곳의 교수 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한 교수의 44.5%가 '논술 시험이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채점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