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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직업관련

직업진로탐구 항공기 승무원

직업진로탐구 항공기 승무원

[중앙일보 박정식 기자]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항공기 승무원은 여성이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 꿈꾸는 직업이다. 멋지고 화려해보이는 겉모습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모습이 숨어있다. 2일 한국항공전문학교 1학년 이승화·이은별·김사랑 양이 학교 선배인 김수연(25) 스튜어디스(제주항공)를 만나 제주로 가는 비행을 함께 했다.

비행 내내 기기와 승객 안전 점검 반복해야

“점검하고 또 점검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의 연속이에요.” 김씨가 한 마디로 표현한 승무원의 역할이다. 기내 객실에서 잠깐 대화를 하는 중에도 김씨의 눈은 오가는 승객을 쉴틈 없이 지켜봤고, 손은 기기 상태를 점검하느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비행기 이륙 전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그 동안 승객과 화물의 상태를 모두 점검하고 비행중 안전사고에 대한 안내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승객이 모두 자리에 앉았는지, 안전띠를 맸는지, 화물칸은 제대로 닫혔는지 일일이 점검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큼 좁은 비행기 복도 끝과 끝을 날렵하게 넘나들었다.

오전 9시25분에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 준비를 위해 그는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오전 7시에 출근했다. 서울 노원구가 집이어서 새벽 5시부터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이륙 1시간10분 전비행회의가 시작됐다. 이날 함께 비행할 승무원 4명과 기장·부기장이 돌아가며 당일 비행일정·VIP탑승·기상상태·유의사항 등에 대해 20분 동안 요약 발표했다.

이륙 50분 전, 비행기로 이동한 그는 기내각 구역의 기기를 돌아봤다. 보안경비장치·편의시설·소화기·출입문, 그리고 각종 통신장치의 이상유무를 빠른 시간 안에 점검했다. “탑승 15분 전까지 점검을 마쳐야만 승객을 맞을 수 있거든요.”

점검이 끝나자 승객들 앞에 서서 비상탈출에 대해 설명했다. 비상 시 탈출 위치를 소개하고 튜브와 산소마스크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설명을 마치자마자 음료와 음식 서비스를 준비해 승객에게 제공하고 쓰레기를 수거했다. 비행 중에도 승객들의 상태를 살피거나 주문을 수행하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음 이륙 시간까지 쉬는 동안 승무원들은 현지를 관광하며 즐길 것으로 생각하죠?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그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을 하루 두 번 비행한다. 도착하면 30분 뒤 바로 이륙 준비를 해야 해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입사 준비생 20% 정도만 합격의 기쁨

김씨는 “비행시간이 10시간이 넘는 국제선에서도 쉴 틈이 없다”고 설명한다. 순번대로 선잠을 자는 시간이 있지만, 비행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 승무원은 잠을 이루기도 어렵다. 오랜기간 비행을 하다 보면 누적되는 기압 차이,뒤바뀐 밤낮, 비행 피로 등이 쌓인다. 이 때문에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평소 운동과 영양식을 챙긴다.

요즘 항공사 입사는 경쟁이 치열하다. 승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20% 정도만 합격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일부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지상근무를 하게 된다. 입사를 못한 졸업생들은 교육받은 서비스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비서·상담·안내 등과 관련된 직종으로 방향을 바꾼다.

어려워진 항공사 입사시험에 대한 후배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씨도 재도전 끝에 항공사에 입사했다. 입사 전까지 호텔과 영화관에서 일하면서 고객응대 서비스 경력을 쌓았다. 그는 “그 덕에 입사시험 때 당황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입사시험이 서비스 필기·실무, 면접, 안전교육으로 진행된다. 각각 1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면접은 인사담당자·승무원팀장·임원으로 이어지며 두 차례 진행된다. ‘상대방과 갈등을 겪을 때 해결하는 법’ ‘영어로 자기 소개하기’ ‘존경하는 사람과 그 이유’ ‘영어 외 제2외국어로 인사하기’ ‘장기자랑하기’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김씨는 “인성을 보는데 면접의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엔 승객에게 보여줄 재미있는 공연도 진행하기 때문에 각자 특기 하나씩은 갖춰야해요. 김씨도 며칠 전부터 풍선으로 사물 모양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는 “항공사가 자주 취항하는 국가를 살펴 필요한 외국어도 익혀야 한다”며 “나도 입사 후 일본어를 새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스튜어디스 김수연(왼쪽)씨가 함께 비행한 후배 이은별·이승화·김사랑(왼쪽부터)양에게 제주공항 시설을 둘러보며 승무원 직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제공=한국항공전문학교]
"영어는 기본… 여행할 나라 역사·문화 늘 공부해야"
해외·국내 여행가이드

좋아하는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일까. 여행가이드는 늘 선망의 직업으로 꼽힌다. 아름다운 세계 각 곳을 본인이 직접 누비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누구나 쉽게 여행가이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해외 및 국내 여행가이드를 각각 만나 숨겨진 직업 얘기를 들어봤다.

해외여행가이드 여혜란씨


고교재학 당시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한 여혜란(28·(주)모두투어 재직)씨는 졸업 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경험을 쌓았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를 알게 된 그는 그 즉시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영어공부를 하며 주경야독으로 정신없는 일년을 보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어요. 살기 위해 영어를 배우면서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지요. 뒤늦게 정신이 들어 대학 입학을 떠올렸습니다.”

2004년 귀국한 여씨는 한국관광대 관광경영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지원해 합격했다. 사교적이고 활달한 본인 성격에는 관광분야가 적격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그간 쌓았던 영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생각도 더해졌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학과 생활을 한 그는 “여행가이드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관광관련 학과를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전공으로 택해 기초 지식을 쌓아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여행가이드를 시작해 올해 5년차인 그는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낸다. 그의 여권에는 40여개 나라의 도장이 찍혀있다. 그의 일과는 주로 공항에서 여행자들을 인솔해 해당 지역으로 출발하면서 시작된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들과 늘 함께 하면서 챙기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여씨는 “현장에서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그의 몫이다. 여러 나라를 한꺼번에 탐방하는 패키지여행 프로그램의 경우 나라가 바뀔 때마다 해당 국가의 현지 가이드도 달라지기 때문에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커진다. 여행자들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그는 “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불편함이 없도록 주의한다”고 말했다.

여씨는 여행가이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공부하는 자세라고 꼽는다. “여행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 현재 상황을 알아야 고객들에게 잘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세계사 책, 외신뉴스를 익히느라 정신없이 바빠요. 또한 외국어 구사력도 중요합니다. 영어는 기본이고 유럽지역은 스페인어, 아시아는 일어나 중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국내 여행가이드 정명진씨


코스모진트래블 정명진(38) 대표이사는 여행업계에서는 베테랑으로 꼽힌다. 코스모진트래블은 세계 각국의 VIP들에게 국내 여행을 안내해주는 회사다. 그가 안내한 VIP들만 해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해외의 유명 석학, 연예인, 정치인들이 내한할 경우 그들이 한국에서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여행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호주 골드코스트대학에서 관광경영을 전공한 정씨는 귀국 후 좀 더 전문화된 여행가이드의 필요성을 떠올렸다. 국내 여행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VIP를 대상으로 국내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사업아이템을 생각해냈던 것이다. 정씨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문화에 길든 사람에게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다는 점이다. 어떤 경험을 선사해주느냐에 따라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여행가이드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는 고객이 만족했을 때를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꼽았다. “나이지리아의 前 국방부장관이 내한했을 때였어요. 처음 맛본 멸치볶음을 좋아한 그를 위해 직접 만들어 출국할 때 선물했지요. 이에 감동한 그가 몇 차례에 걸쳐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만족스러운 국내 여행을 마치고 손님이 밝게 웃으며 본인의 나라로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정씨는 늘 일할 때 속으로 본인이 최고라는 주문을 외운다. 자신감이 있는 상태에서 고객을 대해야 그들도 여행가이드를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자신감과 서비스업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버티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관광 분야의 비전을 밝게 평가한다. 경기를 타긴 하지만 국내를 방문하는 관광객,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럴수록 전문적인 여행가이드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