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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직업관련

대학 행정직 교직원 '神이 감춰 놓은 직장'

대학 행정직 교직원 '神이 감춰 놓은 직장'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초봉 대기업 수준… '칼퇴근'… 방학이면 단축근무… 사학연금 대상…

정년보장·대학원 진학 혜택… 경쟁률 200~300대1 예삿일… 미래 불안한 직장인들 몰려


"초봉도 대기업 못지않고 '칼퇴근(정시 퇴근)'과 정년이 보장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있을까요?"

294대 1(9명 모집에 2642명 지원)의 경쟁률을 뚫고 올 1월 성균관대 교직원에 채용된 김모(26)씨는 '교직원 예찬론'을 폈다. 올 2월 고려대를 졸업한 김씨는 학점이 3.9점(4.5 만점)을 넘고 토익도 만점이다. 김씨는 "교직원을 목표로 학점과 토익 성적을 관리했다"며 "대학행정에 관심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재학 중 학교에서 운영하는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합격 비결을 밝혔다.

대학 교직원은 정년 보장(57~62세)과 퇴직 후 사학연금, 방학 중 단축근무, 대학원 진학 혜택 등 안정적이면서 자기계발과 노후보장이 된다는 장점 때문에 '신(神)도 모르는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초봉도 35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웬만한 대기업에 버금간다.

교직원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사학연금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08년의 경우 20년 이상 재직한 교직원이 받는 월평균 연금이 남자가 231만원, 여자가 200만원이다. 근속연수와 월불입액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금액이다.

대학 교직원이 '신의 직장'이라던 공기업을 누르고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 최고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기업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신입 직원의 초봉이 10%씩 깎이며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대학 교직원은 거꾸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학 교직원은 최근 들어 채용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한다. '교직원 고시(高試)'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연세대가 작년 10월에 실시한 교직원 채용에는 3명 모집에 900명(300대1)이 지원했고, 한양대도 2008년 3월 교직원 4명을 채용하는데 1234명(309대1)이 지원했다. 서울대도 지난해 교직원 1명 뽑는데 209명이 몰렸다. 따라서 우수 졸업생들도 대학 교직원을 선호하고 있다. 2008년엔 한양대 영어교육과를 수석졸업한 이희연(26)씨가 다른 직장을 마다하고 모교 교직원으로 들어갔다.


대학 교직원은 특히 잦은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면서 정년 보장도 안 되는 다른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직(移職)을 원하는 직장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 직원 김모(32)씨는 지난 2004년 대학 졸업 후 취업지망생들이 꿈꾸는 삼성에 입사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교직원이 됐다. 김씨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구조조정 걱정을 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며 암담했다"며 "지금 하는 일은 교수 강의료를 지급하고 시간강사를 관리하는 정도이지만 일찍 끝나고 정년이 길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기업 입사 6년차인 김모(30)씨는 "회사에서 큰 일꾼이 되겠다던 신입시절의 야망은 사라졌다"며 "사학연금 등 노후보장이 되고 안정된 데다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교직원이 되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직원 지원자들의 스펙(자격조건)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올 3월 서울의 한 대학 교직원으로 입사한 강민구(31)씨는 외교통상부 인턴과 해외 통신사 기자,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재직 경력까지 갖췄다. 강씨는 "면접 때 보니 대기업 다니던 사람, 호주에서 대학원 나온 사람 등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사립 여대 교직원 채용 최종면접에는 국내 1위 인터넷 업체 3년 근무 경력자와 언론사 3년 근무 경력자, 대형 교육업체 5년 근무 경력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심모(25)씨는 "교직원이 되기 위해선 토익 900점 이상, 대기업 경력, 명문대 학벌 등 3종세트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반면 일선 대학 교직원들은 세간의 인식과 현실이 다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직원 임모(29)씨는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야근도 꽤 있는 편"이라며 "반복되는 업무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학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직원 김모(26)씨도 "안정적이고 편한 것만 바라보고 들어왔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시현 기자 shyun@chosun.com]

[심현정 기자 herei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