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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직업관련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정은지씨

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정은지씨
[중앙일보] 2010년 04월 21일(수) 오전 00:02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김기환.김상선] 정은지(25·여)씨는 ‘호텔리어’를 꿈꾼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스위스로 유학을 떠나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다. 학창 시절 틈날 때마다 호텔에서 실습을 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으며 웃고 울었다.

그는 “호텔의 화려한 면을 보고 지원하는 뜨내기는 아니다”며 “호텔에서 일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손님을 기쁘게 만든 경험을 잊을 수 없어 호텔리어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의 문턱은 높았다. 그는 “10곳 정도 호텔에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며 “얼마 전 한 호텔의 최종 면접에서 떨어져 실망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도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예비’ 호텔리어에게 자문단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경력 모두 담으려 말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방’ 보여라

STEP 1 서류 집중 분석

이력서
‘호텔’ 한 우물만 팠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력서다. 스위스까지 건너가 국제호텔관광경영학을 공부했던 경험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호텔 실습 경험을 쌓은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결코 쉽지 않은 호텔 업무를 몸소 겪어본 지원자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호텔 관련 경력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기억에 남는 ‘한 방’ 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예를 들어 정씨의 이력서에는 한 호텔에서 ‘세탁’ ‘청소’ ‘방역’ ‘주차요금 정산’ 등 각종 업무를 맡았다고 돼 있다. 황세연 SK텔레콤 인사담당 상무는 “호텔 관련 경험을 세세한 부분까지 나열해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본인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와 희망 직무에 가중치를 두고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담당 상무는 “호텔 지원자 중에는 관련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 경력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많은 지원자 중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없다”며 “경력을 적을 때는 맡았던 업무뿐 아니라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도 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성과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드러내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서비스 업종에 지원하는 만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정씨는 호텔에서 영어로 중국 관광객 통역 업무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력서에는 ‘중국 관광객 통역’이라고만 적었다. 서 상무는 “이렇게 쓰면 채점관은 정씨가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줄 안다(정씨는 간단한 수준의 중국어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며 “‘관광객 영어 통역’이라고 적어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정씨는 스스로를 외국어 실력, 서비스 마인드, 실무 경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980점) 점수를 가졌고 미국·스위스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3곳이 넘는 호텔에서 오랜 기간 인턴을 했으므로 서비스 마인드와 실무 능력도 갖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경험을 통해 증명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자기소개서는 경험을 적는 곳이지 지원자의 생각이나 주장을 적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정씨는 호텔 관련 경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언급하더라도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간 것이 아니라 근무했다는 사실만 적었을 뿐이다. 서 상무는 “호텔에서 좌충우돌했던 경험이 호텔리어를 꿈꾸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능력을 가졌다고 나열하기보다 경험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 상무는 “경험만 잘 적어도 된다. 채점관은 경험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직무와 ‘적합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서류전형 평가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호텔에서 실습 경험을 쌓은 정씨. 특히 호텔리어가 외국인을 많이 상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에서 공부했다는 점까지 강점으로 갖고 있는 지원자다.

하지만 경력을 무기삼아 채점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제대로 포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 상무는 “경력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나열에 그쳤다”며 “채점관이 자기소개서를 읽고 나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 서너 가지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서 상무는 “채점관은 지원자가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감동시켰던 경험을 적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은지씨는

학력·학점

스위스 세자르 리츠대 국제호텔관광경영학과 졸업(2008년 6월) / 3.06(4점 만점)

외국어·해외연수 토익 980점(2009년 6월), 일본어능력시험(JPT) 740점(2009년 12월) / 아일랜드 어학연수(2004년 9월~2005년 5월)

경력 스위스 라마다 파크 호텔 식음료부 인턴(2006년 9월~2007년 2월), 세자르 리츠대 기숙사 편의시설 관리(2008년 7~9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객실관리부 아르바이트(2008년 11월~2009년 2월),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 보안과 파견직(2009년 4~9월)

희망 직무 호텔(사무·객실·프런트) 업무, 여행사 사무(상품개발), 관광업
‘고객 감동’ 사례 언급하면 좋은 평가 받을 것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해달라.

A 나를 짧게 표현하라면 ‘돌봄과 배려’라고 말하겠다. (머뭇거리며) 죄송하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호텔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라고 생각한다. (머뭇거리며) 잠깐만 시간을 달라. 진심이 담긴 서비스로 손님을 대할 자신이 있다.

▶서비스 경험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소개야말로 기본 질문이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만큼 준비한 지원자인지 성실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질문이다. 따라서 술술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야 한다. 내용이 너무 밋밋한 것도 고쳐야 할 부분이다. 간단한 경험을 예로 들어 어떤 사람인지 강한 첫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다.

Q 회사에 두 종류의 부서가 있다. A부서는 일은 재미없지만 팀장의 역량이 뛰어나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B부서는 일은 재미있지만 팀장이 뛰어나지 않아 배우기 어려운 곳이다. 어떤 부서를 선호하는지.

A 재미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둔다. B부서를 선호한다.

▶지원자가 성장 욕구를 갖고 있는지 평가하는 질문이다. A부서를 택했다면 당장의 만족을 포기하더라도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추측이, B부서를 택했다면 현재의 만족을 위해서 일한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두 부서 중 어느 곳을 택했더라도 합리적인 설명이 뒷받침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A를 택한 지원자에게 점수를 줄 것이다.

Q 호텔 손님을 배려했던 경험을 말해 본다면.

A 객실을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손님이 베개 커버를 벗겨놨더라. 까끌까끌한 커버였는데 피부가 민감한 손님이 일부러 벗겨놓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호텔 매뉴얼대로라면 청소할 때마다 새로운 커버를 씌워놓아야 하는데,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그대로 놔뒀다. 베개 커버를 벗길 정도라면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손님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Q 우연히 손님의 뜻과 일치했지만, 원치 않았을 수도 있었을 터다. 사전에 손님의 의사를 물어봤어야 하지 않을까.

A 프런트나 레스토랑에서 서비스한 경우였다면 사전에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객실 청소를 하면서 손님과 접촉하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손님이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분이구나’ 하고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Q 호텔 지배인은 정씨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A 손님을 배려하기 위한 서비스였다는 것을 안다면 문제없다고 볼 것이다.

Q 과도한 배려는 손님에게 불편을 줄 수 있지 않을까.

A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직속 선배에게 물어보고 상담했을 것이다.

▶연속된 질문에 매끄럽게 잘 답했다.

Q OO호텔에 갔을 때 불편하다고 느낀 점은.

A 위치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시내에 있는 다른 호텔과 달리 외딴 곳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한 사람이 일하다가 자리를 비우면, 한참 지나서야 다른 사람이 와서 서비스하는 것을 보고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경험을 통해 지적하기보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니까) 평소 호텔업계에 갖고 있던 관심과 고민을 바탕으로 좀 더 전문적인 측면에서 지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적을 할 때는 한 가지 키워드를 잡고, 조목조목 분석하는 것이 좋다.

실전 면접 평가 질문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호텔 경험에 대해 물었을 때는 막힘이 없었다. 채점관이 공감할 만한 사례를 예로 들어 조리있게 답했다. 서 상무는 “경험에 바탕한 답변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손님의 감동을 이끌어냈던 사례를 언급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했다. 긴장해 떠는 것도 연습을 통해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 모의 면접을 통해 답변을 가다듬어야 한다. 황 상무는 “예상 질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답변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 이력서의 경우, 경력을 나열하기보다 어떤 업무를 했는지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에서는 호텔 경험을 ‘그림 그리듯’ 설명해야 한다. 서 상무는 “중요하지 않은 경험은 빼도 좋다”며 “호텔 관련 경험을 다 담으려 하기보다 중요한 경험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라”고 충고했다.

호텔에 지원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황 상무는 “호텔은 다양한 상황이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곳”이라며 “긴급한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서비스할 수 있는 인재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 자문단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1998년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다. 명지대 겸임교수, 중부여성발전센터 자문위원,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우주인 선발위원 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인재경영의 기술』『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책을 펴냈다.

황세연 SK텔레콤 인력관리 총괄 상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인적자원관리 프로페셔널(SPHR) 자격증을 미국에서 땄다. 2004년까지 SK그룹의 인사·채용 분야를 맡았다. 2005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HR연구팀장, 글로벌 HR팀장을 거쳐 현재는 국내외 인력 관리 전반을 총괄하는 HR그룹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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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repor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