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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직업관련

면접때 ‘나’는 떨어지고 ‘우리’는 합격


면접때 ‘나’는 떨어지고 ‘우리’는 합격

경기 침체로 ‘일자리 기근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다. 고용인과 피고용인간 ‘갑ㆍ을’관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는 셈이다. 뽑아주지 않으면 백수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별난 채용 시험은 조금 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선 까다로운 스펙으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고, 회사도 적절한 인재를 선발할 확률을 높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최고경영자대상 지식정보 사이트 ‘세리CEO’가 이를 소개했다.

이 색다른 방법엔 ‘암행 면접관’ ‘괴짜 인터뷰’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도 취업 준비생 중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인물을 뽑기 위해 취중 면접 등을 활용한다. 학력 출신 등에 개의치 않고 선발한다고는 하지만, 채용하고 나서 보면 인재 풀은 명문 대학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인력 선발은 그 과정 뿐 아니라 결과 마저도 특정 부류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출신 배경 등 객관적인 배경을 채용 잣대로 삼지 않으면서도 이 회사가 미국 유력지 포천지 선정 100대 기업에 10년 연속 포함됐다는 사실이 가치를 높인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채용의 핵심 포인트는 면접자들의 태도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모든 게 출발하고 끝난다. ‘태도를 보고 채용하라, 기술은 익히면 된다(Hire for attitude, train for skill)’는 식이다.

‘암행 면접관’은 면접자들에게 일종의 함정을 제시한다. 채용에 당락을 미치지 않을 인물을 선정해 면접관으로 임명하고, 면접자들의 심성을 체크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안내데스크 직원이 면접관으로 나설 수도 있다. 면접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면접자들이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불친절했다면 아무리 학력과 기술이 좋다고 하더라도 탈락이다.

‘우리(We)’라는 공동체의식을 알아보는 인터뷰도 있다. 팀워크가 중요한 항공사 업종의 특성에 맞는 인재 수혈을 위한 것이다. 면접자가 인터뷰에서 ‘나(I, me)’라는 단어를 많이 쓰면 탈락의 고배를 마실 것을 각오해야 한다. ‘우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은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조직 전체의 목표도 귀하게 여긴다는 점을 간파한 테스트다.

이밖에 기존 직원이 생활하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사우스웨스트항공 취업을 권유할 수도 있게 했다. 이른바 직원의 ‘헤드헌터화’다. 회사의 취업 정보가 적힌 카드를 직원 1인당 5장씩 나눠 주고 언제 어디서든 인재 채용 네크워크를 넓히게 만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회사 특성에 맞는 인재를 고르려면 과감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