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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풀이만 하는 수학공부 그만!

문제풀이만 하는 수학공부 그만!
한 반 절반이 수학 포기?   생활 속에 숨은 수학 찾기와  재밌는 놀이 통해 배우면  어렵다는 생각 대신 흥미 쑥쑥
한겨레 이종규 기자
»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 안에 있는 수학체험관(mathwin.co.kr)에서 초등학생들이 고무줄을 이용해 쌍곡면을 만들어 보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수학체험관 제공
수학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따분한 과목으로 꼽힌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수학 선행학습을 많이 시키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좀더 일찍 가르쳐서 학교에서 배울 때 쉽게 따라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선행학습이라는 것이 대부분 반복적인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라는 데 있다.

» 초등학생이 읽어볼 만하나 수학 관련 책들
전국수학교사모임 체험교재팀장인 김남준 서울 신묵초 교사는 “초등학교 때는 수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교육을 통해 주어진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푸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아이들이 일찌감치 수학에 흥미를 잃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6학년이 되면 한 반 학생의 절반 가량이 수학을 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수학=김 교사는 “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수학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며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면 수학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일상 속에서 수 감각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위를 이용해 어림셈을 해 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아이의 팔 길이나 보폭 등을 이용해 거리를 재 보는 것은 수학적 감각을 기르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아파트 정문에서 현관까지의 거리가 몇 걸음이고, 미터로 환산하면 대략 얼마인지 알아보는 식이다. 이때 오늘날과 같은 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른 주먹 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거리(한 자, 약 30.3㎝) 등 몸을 이용해 길이를 쟀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전기와 수도, 가스 등 공공요금 청구서도 좋은 소재다. 예를 들어, 수도 요금 청구서 뒷면에는 요금 체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는데, 아이와 함께 1세제곱미터의 물이 어느 정도의 양이고 요금은 얼마인지 등을 알아보고 단가에 따라 요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김 교사는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료수 병이나 우유갑에 쓰여 있는 단위들이 뭘 의미하는지 살펴보면 분수와 소수, 비율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벽지와 욕실의 타일, 골목의 보도블록에서는 무늬꾸미기 단원에 나오는 테셀레이션(같은 모양의 조각들을 서로 겹치거나 틈이 생기지 않게 늘어놓아 평면을 가득 채우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놀이로 배우는 수학=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린아이라면 놀이를 통해 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좋다. 집에서 ‘엄마표 놀이’를 통해 딸에게 수학을 가르친 경험을 〈수학아, 놀자〉라는 책으로 묶어낸 이원영씨는 수학놀이의 장점으로 엄마가 자유롭게 아이의 기호와 성장 단계에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예를 들어, 승부욕이 강해지는 6~7살 때에는 ‘10 만들기’ 카드놀이를 하면 지루해하지 않고 놀이에 몰두할 수 있으며, 4~5살 이상이 되면 역할놀이를 좋아하는데 이때 가게놀이를 한다면 즐겁게 덧셈·뺄셈을 배울 수 있다. 이씨는 “연산 부분에서는 적당한 연습이 필요한데 지루한 학습지나 문제집을 생각 없이 계속 푸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이라며 “같은 연산이라도 물건을 사기 위해, 또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비싼 교구를 살 경우 ‘본전 생각’ 때문에 ‘잘 활용해야겠다’는 부담을 느끼기 쉬운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놀이를 하면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교육적일 뿐 아니라 부담도 없어서 일석이조다.

이씨가 제안하는 ‘10 만들기’ 카드놀이는 서양카드 1벌을 숫자가 안 보이게 쌓아둔 뒤, 엄마와 아이가 번갈아 카드를 뒤집어 바닥에 내려놓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카드 2장의 합이 10이 되면 두 장을 가져가는 게임이다. 쌓아둔 카드가 다 없어지면 각자 가져간 카드 숫자의 합으로 승부를 가린다. 또 가게놀이는 집안 물건에 가격을 매긴 뒤 1부터 10까지 숫자가 쓰인 가짜 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놀이다.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덧셈·뺄셈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책으로 배우는 수학=수학은 단지 계산 능력이 좋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과목은 아니다. 풀이 과정이 아무리 간단하더라도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풀 수 없다. 예를 들어, 곱셈 단원의 문장으로 된 문제의 경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문장에 나오는 수를 무조건 곱하기만 하면 틀릴 수밖에 없다. 〈초등 공부 독서가 전부다〉의 저자인 강백향 수원 화서초등학교 교사는 “저학년 때는 수학을 잘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몇 가지 단서를 주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문제를 만나면 어렵다고 느낀다”며 “수학적 사고에는 논리력과 문제 이해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논리력과 이해력을 높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풍부한 독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수학그림책과 수학동화 등 수학 관련 책(표 참조)을 꾸준히 읽으면 논리력과 이해력을 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학 개념과 원리를 깨칠 수 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