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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등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게

고등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게…”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10-19 03:01 기사원문보기
▲ 18일 고려대 LG 포스코관 이명박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들이 저마다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학생 공부 시키기’에 나서면서 대학생들 학습량도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불붙는 대학 개혁 경쟁 <4> 학생들 공부 시키기 스터디그룹 만들고 선배가 후배 과외도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학점 낮으면 수업료 2배 “요즘 면학 분위기 좋아져… 1학년 가장 열성적”

대학들이 학생들의 공부량을 늘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 성과뿐 아니라 재학생·졸업생의 학력 수준, 사회적 평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학부생의 모든 수업을 영어 강의로 의무화한 카이스트부터 ‘공부 2배 더하기’ 캠페인을 벌인 연세대, 학점이 낮은 학생들의 수업료를 2배까지 높이겠다는 고려대 경영대의 구상은 모두 대학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 공부시키기’ 경쟁의 일환이다.

◆공부만이 살길

지난 8일 오후 고려대 중앙광장 122호 ‘교수학습개발원’. ‘학습스타일을 진단하고 상담해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이곳에 학생들이 붐빈다. 2003년 학생들의 학습 능률을 올리기 위해 개원한 이곳은 주로 학부생을 상대로 교수, 선배, 동료 등에게서 ‘공부 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준다. 올 1학기부터 시작한 ‘KUPT’(고려대학교 또래 튜터링)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 특정 과목에서 A학점 이상을 딴 선배가 같은 과목을 듣게 된 후배에게 한 학기 16번의 ‘과외 수업’을 해주는 것이다. 학습 지원 상담을 맡고 있는 권현수 연구원은 “학업 부담을 많이 느끼는 저학년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학생들의 출석률을 높이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05년부터 ‘사진 강의출석부’ 제도를 도입했다. 또 1학년 학생 5~7명이 한 조를 이뤄 특정 공부를 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하면 학교에서 이들을 지도할 대학원생을 붙여주는 ‘어깨동무’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연세대는 2004년부터 학부 대학생을 상대로 ‘공부 2배 더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도입 당시 연대생들은 일주일에 한 과목당 평균 2.47시간 공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2년 후 평균 공부시간이 4.71시간으로 늘어났다. 연대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는 방식으로 강의방식을 개선한 교수에게는 교수 평가 때 가점을 주고 있다.

서울대 자연대의 경우 올해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평가시험을 실시해 시험결과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해 수학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 학생에 비해 공부량 부족

국내 대학들이 학생들 공부시키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몇년 전부터다. 세계 우수 대학과 비교한 국내 학생들의 공부량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학생들의 1일 평균 공부량(수업 제외)은 8시간(1999년 통계)이며, 옥스퍼드 학생들은 주당 50시간을 공부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2003년 서울대 학부생 12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하루 평균 2.4시간을 공부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교육부가 2001년 전국의 6개 대학 재학생 178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1%가 하루에 30분도 공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울대가 지난 2001년 학사경고 기준을 2.0에서 1.7로 낮춘 후 이를 고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신의순 연세대 학부대학장은 “외국 우수 대학과 경쟁하려면 그 대학 학생들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며 “대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몇 배 더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문화 혁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세계 명문 대학의 ‘공부시키기’ 방법 중 벤치마킹한 것은 토론식 수업과 학생들에게 많은 과제량을 부여하는 것. 예를 들어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교수와 1대1로 수업을 하는 ‘튜터링’ 제도를 위해 1주일에 10권 가까운 책을 읽고 2000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 하버드대학 입학생은 토론식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1주일에 책과 논문 500페이지를 읽고 월 3편의 에세이를 쓴다.

성균관대 학부대학 백승수 과장은 “저학년 때부터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서 요즘은 1학년이 공부에 제일 열심이다”고 말했다.


[안석배 기자 sbahn@chosun.com]


[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