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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들 “수능성적 글쎄, 창의력 없으면 꽝”

대학들 “수능성적 글쎄, 창의력 없으면 꽝”
헤럴드 생생뉴스 | 기사입력 2007-10-16 11:26 기사원문보기
 
“틀에 박힌 모범생은 필요 없다. 창의적 사고와 리더십을 갖춘 숨은 인재를 찾아내라.” 카이스트와 서울대가 올해 입시에서 수험생의 잠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면접관으로 교수 100명을 동원하는 등 학생 선발 과정에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칭기즈칸’으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자격증 쌓기에만 열중한 사람은 미래에셋의 인재로 적합지 않다. 자격증 수집자들에게 감점을 주라”는 파격 지시를 내린 것에 이어 대학도 ‘공부만 한 모범생’ 걸러내기에 나선 것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16일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잘 적응한 공부벌레보다 학업성적은 조금 뒤처질지 모르나 사교육으로 따라올 수 없는 잠재 능력이 감춰진 인재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카이스트 입시에서 현재 1차 서류시험을 통과한 1500여명은 오는 25일 A부터 Z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이른바 ‘끝장면접’을 치러야 합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면접은 구색 맞추기로 실시하고 수능성적 우수자 선발에만 목을 매는 주요 사립대의 근시안적 입학 전형과 확연히 차이를 두겠다는 게 이들 대학의 목표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무처장은 “지난해까지 1차 서류 전형에 2차 면접 전형의 점수를 합산해 이른바 ‘커트라인’을 냈다면, 올해는 합산하지 않지 않기 때문에 면접점수가 좋은 학생들의 합격 분포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 100명이 3인 1조로 3일에 걸쳐 조당 14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카이스트 면접은 ▷개별 면접 ▷그룹 면접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어진다. 일부 대학이 본고사 논란을 몰고 온 전공 소양 지식을 묻는 심화 면접은 하지 않는 대신, ‘꿈’이나 ‘사랑’ 등 학생들 스스로 미래를 그려보도록 하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학생과의 논리적 토론 능력 등을 살핀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업계고 출신의 지승욱(19) 군을 합격시킨 카이스트는 “지군도 본인이 잘하고 또 좋아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있어서는 카이스트에 다니는 어떤 과학 영재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학교 공부에 사교육까지 받아 입시 위주 문제 풀기에만 달인인 학생은 우리 학교에 적합지 않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를 부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서울대도 올해 정시모집 농어촌특별전형에서 면접인원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확한 사정관 인원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재직 교수로 구성되고, 적어도 50여명 선은 될 것”이라며 “콘텐츠의 시대, 상상력의 시대에서 수능 1~2점에 합격, 불합격이 결정되는 입시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선발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성연진 기자(yjsu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