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1점 더 얻으려 수백~수천만원…스펙 무한경쟁의 덫 | |
기사입력 2012.11.19 17:05:38 | 최종수정 2012.11.19 17:51:51 | ![]() ![]() ![]() |
◆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③ ◆
# 연세대를 다니는 안 모씨(29)는 요즘 학원에 다니느라 휴학 중이다. 고시 공부 때문에 못한 취업준비를 한꺼번에 하다 보니 학교 수업까지 듣다간 학점 관리가 안 될 것 같아서다. 매달 토익과 토익스피킹 시험을 봐야 하고 이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만 월 70만원이 들어간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준비를 위한 응시료와 학원비 20만원은 별도다. 안씨는 "불안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털어놓았다. 취업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쌓기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 스스로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남들이 스펙을 높이니 불안한 마음에 경쟁적으로 스펙 향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할 정도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위해 시작된 스펙 경쟁이 스스로를 옥죄는 덫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일례로 어지간한 대졸 취업준비생이라면 어학연수 한 번은 기본으로 다녀오는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어학연수 한 번은 예의, 두 번은 다녀와야 스펙 관리를 했다고 말할 정도"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다. 건국대 졸업을 앞둔 이소정 씨(23)도 "글로벌 인재라는 인상을 주려면 2개국어는 능통해야 할 것 같다"며 "중국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지만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취업에 성공하기가 어렵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스펙 포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어학연수, 인턴에 나서다 보니 대학에 다니는 기간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현재 어학연수ㆍ인턴을 위해 휴학한 대학생이 19만1000명에 달한다. 이는 5년 전인 2007년 10만6000명에서 1.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20만명에 가까운 학생이 취업을 위해 휴학한 상황은 대학기간의 연장을 낳았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들이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9년3개월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학을 평균 10년 가까이 다니는 셈이다. 명문대라는 서울대도 상황은 비슷해 이 학교 관계자는 "취업에 대한 걱정에 스펙 쌓기에만 주력하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눈에 들어오는 이력서를 만들려다 보니 고득점에도 불구하고 각종 시험에 매회 응시하는 학생들도 있다.
고달픈 삶이지만 김씨의 사례는 그나마 행복한 고민이다. 부모님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스펙이라도 쌓을 수 있어서다. 당장 높은 등록금부터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은 스펙을 위한 돈을 마련하느라 정작 취업준비는 하지도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급여는 사실상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라 생활비 충당도 벅차서다. 취업준비생 노 모씨(26)는 "매일 8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는 포기할 지경"이라며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지만 당장 수입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한 달 수강료가 20만원이나 하는 토익 학원은 꿈도 못 꾼다"며 "소득 양극화가 취업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려대를 다니는 이 모씨(27)는 "회사별로 다른 인성시험 준비를 위한 수험서를 사려면 30만원은 족히 들어간다"며 "당장 한두 푼이 아쉬운 학생들에겐 이 금액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의 스펙쌓기는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스펙을 제외하고는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또 기업들 역시 1차 서류전형 등에서 객관성을 유지해 스펙이 높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짧은 면접시간에 판단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스펙이 높은 쪽에 후한 점수가 나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기획취재팀=정욱 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장재웅 기자 / 김규식 기자] |
간판보다 취업…4년제 졸업후 전문대 U턴 | |
기사입력 2012.11.19 17:06:18 | 최종수정 2012.11.19 17:07:54 | ![]() ![]() ![]() |
◆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③ ◆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에 입사한 박광범 씨(28ㆍ가명). 에쓰오일에서도 최종 면접까지 올랐지만 날짜가 겹쳐 관리직군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택해 당당히 합격했다. 취업 빙하기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박씨의 취업 성공담은 남다른 선택 덕분이었다. 박씨는 2010년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취업은 쉽지 않았고 결국 영진전문대학 기계과에 다시 입학했다. 주변의 반대도 컸지만 박씨의 선택은 2년 뒤 취업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특색 없는 4년제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로 발길을 돌리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대졸이라고 취업 후 연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오산이다. 거제대학교 관계자는 "조선업체에 취업하는 조선학과 학생들은 생산직ㆍ설계직 초봉이 3100만~3400만원"이라고 귀띔했다.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학의 인기학과 졸업장은 별 특성이 없는 4년제 대학 졸업장보다 더 취업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거제대(80.4%) 영진전문대(79.3%) 동양미래대(68.8%) 등 전문직 기술을 가르치는 대학들의 취업률은 전국 대학 평균(56.2%)에 비해서 큰 폭으로 앞섰다. 이들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취업이 잘되는 인기학과가 누리는 `호사`일 뿐이다. 졸업 후 즉각적으로 일선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면 전문대 역시 취업 한파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대의 올해 평균 취업률은 60.9%다. [기획취재팀=정욱 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 장재웅 기자 / 김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