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00대1, 2시간 30분 PT·영어면접…식은땀이 줄줄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기업 투자 위축…신입사원 채용안해 경제민주화 논란 사회불안감 확산…채용은 대선 뒤로 좁아지는 취업문…일반 사무직 채용에 박사학위 대거 지원 | |
기사입력 2012.11.15 17:08:11 | 최종수정 2012.11.15 17:56:25 | ![]() ![]() ![]() |
◆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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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SK아카디아 연수원 3층에선 SK이노베이션 신입사원 면접이 있었다. 10명을 뽑는 기술직에는 총 1000여 명이나 지원했다. 최소한 10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살아남는다. 높은 경쟁률만큼이나 면접장에선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날 치러진 `비즈니스케이스 면접`은 문제를 보고 15분 동안 답안을 고민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 뒤 2명의 면접관 앞에서 25분간(질의응답 포함)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식이다. 면접을 마친 유성진 씨(가명)는 "프레젠테이션보다 더 걱정된 게 질문공세"라며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눈에 뜨일까 식은땀이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면접이 끝난 뒤엔 영어 심층면접과 밸류테스트(인성면접) 등 총 2시간30분의 강행군이 이어졌다. 정유업체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채용할 신입직원은 6개 직군별로 10~20여 명씩 총 100명을 뽑는다. 사무직의 경우 3600여 명이나 지원했다. # "3수, 4수는 기본이고 3년이나 준비했다가 결국 포기한 사람도 많다." 대한항공 승무원(스튜어디스) 2차 임원면접장에서 만난 강 모씨(22)의 말이다. 강씨는 이어 "토익점수 550점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지만 실제는 900점이 넘어도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명문대학은 물론 외국대학 졸업자들도 낙방 대열에 합류하기 일쑤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선망의 직종인 만큼 지원자들이 들이는 시간과 비용은 만만치 않다. 당장 면접 때마다 각종 준비로 드는 돈만 15만원에 달한다. 승무원 입시학원에라도 다니면 매달 140만원에 달하는 수강료가 들어가지만 입사를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지원자가 대다수다. 통상 1년에 5~6차례 수시로 채용하는 국내 항공사 승무원 시험 경쟁률은 매번 100대1을 훌쩍 넘는다.
침체된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은 위축 국면에 놓였다. 부메랑은 애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 불황과 대선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대졸 구직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신입사원 공채에는 대부분 지원자가 1만명을 넘어간다. 100명을 뽑는 공채라면 9900명을 제쳐야 하는 식이다. 안정성이 뛰어나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공사는 경쟁률이 더 높다. 최근 채용을 실시한 한 금융공기업은 10명 모집에 2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고(高)스펙 졸업생들이 선호하던 외국계는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인력을 줄이는 판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G사의 한국지사는 올해 안에 인력을 약 30% 감축할 계획이다. 경영지원 인력은 대부분 아ㆍ태본부로 이관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스펙`이 아무리 높아도 안심할 수 없어 중복 지원이 늘어 모든 지원자가 모든 기업에 다 지원하는 식이다. 준비가 좀 더 잘된 지원자는 많은 곳에 합격하지만 약간만 부족하면 줄줄이 낙방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가중되고 있다. 또 거세지는 취업난의 파고에 평소라면 지원하지 않을 직군에까지 원서를 내는 사람이 늘면서 모든 직군에서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취업준비생을 더 고달프게 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신입사원을 채용 중인 넥센타이어에는 박사 학위자가 셋이나 지원했다. 석ㆍ박사들이 대상인 연구개발(R&D) 분야가 아닌 일반 사무직 채용이다. 70명을 뽑는 대졸공채 경쟁률이 작년 60대1에서 올해 130대1로 치솟았다. 스펙도 덩달아 치솟아 지원자 중 10%가 석사 이상 학위를 갖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전문대졸을 채용하는 전문직 합격자 중 대졸자 비중이 20%나 된다. 전문직은 통상 공항 항공사 부스에서 예약서비스, 화물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작년에는 대졸 비율이 10%도 안됐는데 올해는 2배 이상"이라며 "취업시장이 어렵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하는 서치펌(헤드헌팅)들이 말하는 현실도 취업 빙하기라는 최근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치펌 `유니코써어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들어온 채용 의뢰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치펌에서 찾아낸 인재를 기업에서 최종적으로 채용하는 액티브잡(active job)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이는 기업이 겉으로는 인재 채용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최종 채용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서치펌 관계자는 "졸업생이 신입으로 취업하는 시대는 끝나간다"고 단언한다. 채용에 나서는 기업들이 3년 이상 경력자를 우선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당장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 관계자는 "대학졸업장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인턴`직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경수 엔터웨이파트너스 대표는 "채용이 많을 시기인데 올해는 예년과 달리 채용 의뢰가 상당히 줄었다"고 말했다. 한 서치펌 컨설턴트는 "대선 주자들의 `경제 민주화` 공약 등 반기업 정서가 흐르면서 경영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채용계획도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정욱 기자 (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 장재웅 기자 / 김규식 기자] |
증권·은행가 채용 `한파` 신입 113명 뽑았던 미래에셋증권, 올핸 아예 접었다 | |
기사입력 2012.11.15 17:09:19 | 최종수정 2012.11.15 19:07:42 | ![]() ![]() ![]() |
◆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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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어려운데 어떻게 더 뽑나요. 인재들이 아깝지만 할 수 없어요."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금융권 채용 시장은 한겨울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내년에도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면서 많은 금융사들이 대졸 신입 공채를 없애기 시작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공채에도 경력직과 고졸 채용이 늘면서 대졸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융권 취업은 더 힘들어지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해온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우수한 인재들이 많지만 어쩔 수 없다"며 "증시 불황으로 영업점 수도 대폭 줄이는 마당에 인원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신입사원 113명을 공채로 선발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64명으로 채용 인원을 절반 이상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신입 사원을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2008년 152개소였던 영업점도 올해 79개소로 절반 정도 줄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앞으로는 부문별로 인력 수요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직원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예년 40명 선에서 20명 수준으로 채용 인원을 절반 이상 줄였다. SK증권과 동양증권은 올 하반기에 대졸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요즘 스펙 좋은 대졸들도 많지만 인건비를 줄이려면 아무래도 신입보다 경력이 낫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모든 증권사가 인력 감축을 걱정할 판"이라며 "인력 1명을 늘리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학벌을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도 금융권에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 100명이 넘는 인원을 뽑았던 한화증권은 올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대신 고졸자 6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전체 200명 정원의 60%를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했고 200명의 고졸 신입사원을 추가로 선발했다. 200명을 채용할 예정인 올 하반기 공채에는 2만여 명이 지원해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열린 채용이 점점 확산돼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대졸 취업 경쟁률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좁은 취업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면서 취업문을 뚫은 신입사원들의 스펙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 30명을 뽑는 신입사원 공채에 4000명이 지원해 1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때 선발된 신입사원 중에는 연세대와 조지워싱턴대 석사를 졸업한 고학력자도 있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올해 초 공채로 뽑은 신입사원 6명 중 5명이 로스쿨 혹은 석사 학위 소지자였다. 신생 회사인 브레인자산운용의 경우 7명 신입사원 채용에 칭화대 등 해외 명문대 졸업자들이 대거 몰렸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호황기에는 구하기 힘든 인재들이 우리 같은 소규모 신생 회사에 대거 몰려왔다"며 "업계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에는 인재 채용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정욱 기자 (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 장재웅 기자 / 김규식 기자] |
박사 9000명도 사실상 실업자 실질실업자 200만명 | |
기사입력 2012.11.15 17:42:12 | 최종수정 2012.11.16 09:07:15 | ![]() ![]() ![]() |
◆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② ◆
채씨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선배들도 사정은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경기도와 충남에 있는 대학에서 과목당 월 35만원을 받고 시간강사 자리를 얻었다. 교통비를 빼면 남는 게 없었다. 채씨와 같은 사실상 실업자가 2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의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월 현재 취업애로계층은 197만6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실업자로 불리는 취업애로계층은 2009년 연평균 182만명에서 2010년 1월 224만명까지 치솟은 뒤 그해 5월 180만명까지 떨어졌다. 올 10월에 200만명 정도로 늘어난 것은 고용 환경이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학력별(졸업ㆍ중퇴ㆍ휴학ㆍ재학생)로는 고등학교 출신과 대학교(전문대 포함) 출신이 각각 100명 중 36명, 35명으로 많았다. 또 대학원(석ㆍ박사급) 출신도 2명이나 됐다. 구체적 인원은 석사 출신 3만1200명, 박사 출신 9000명이었다. 특히 박사 출신 중 대다수는 인문ㆍ사회 전공이었고 평균 연령은 45세로 일자리 공급이 부족한 계층이었다. 단기근로자 3300명 중 상당수는 단기근로 이유에 대해 "평소에 일거리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박사급 인재를 포함해 사실상 실업자들이 늘어난 까닭은 불황에 따른 `경기적 실업` 요인이 컸다. 일할 능력과 뜻은 있지만 직장을 찾지 않고 있는 43만8000명의 4명 중 1명 이상이 그 이유에 대해 "이전에 찾아보니 일거리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 <용어설명> 취업애로계층 : 공식 실업자에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능력과 뜻이 있는 사람, 주 36시간 미만 단기근로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불완전취업자)를 합한 인구로 `사실상 실업자`로 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