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학생적인 발상으로 '플래너 시장' 도전
바쁜 여름방학이지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들이 있다. 지난 3월 한영외국어 고등학교(교장 이택휘) 유학반 2학년 15명으로 결성된 창업 동아리 '라 까사(La Casa)' 멤버들이다. 라 까사는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 동아리 부장 유현곤군은 "소비자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고,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정했다"고 말했다.
라 까사는 교내 경제 신문 동아리 부장인 김보명양이 "뉴스나 이론을 통해 배우는 경제 공부에서 벗어나 실제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경제와 경영 분야에 관심이 있던 멤버들이 삼삼오오 모였고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 JA(Junior Achievement) 코리아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JA 코리아는 1919년 미국에서 설립돼 100여 개국 7000만명(2006년 기준)의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해온 JA 컴퍼니의 한국 지부다.
어렸을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듣던 이들은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칫솔 몸통에 치약을 넣어 어디서나 바로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치약 칫솔',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을 때 위치 추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휴대전화 고리', 쉬는 시간 책상에 엎드려 잘 때 유용한 '수면 베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발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특허청 목록을 살피면 어김없이 이미 출원된 것들이었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 하면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었어요.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했어요."(강희석군)
한 달여 동안 아이디어 발굴에 매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들은 처음으로 돌아가 본인들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발명가, 사업가가 아니라 '학생'으로 특화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 '스터디 플래너'가 나왔다. 회원들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거의 모두 플래너 사용하고 있었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고 외고생으로서 겪는 생생한 경험을 넣으면 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시장조사가 시작됐다.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된 다이어리만 1만2000개. 가격도 3000원대부터 5만원대까지 다양했다. 회원들은 가격대별로 각자 한 권씩을 정해 4~5월 두 달간 사용하며 장단점을 분석했다. 해당 업체에 일일이 전화해 자신들의 계획을 알리고 원가와 공정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주말에는 학교 인근 대형 문구점과 학원가를 돌며 수요층 분석을 하고, 인쇄업체가 밀집해 있는 충무로에 나가 3~4시간씩 장맛비를 맞아가며 생산 원가와 인쇄용지, 표지와 속지 재질, 제본 방식 등에 대해 배웠다. 황인호군은 "진열대에 올라와 있는 제품을 볼 때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는데 실제 제작 과정을 살펴보니 경우의 수가 무척 다양했다. 발로 뛰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 까사'의 첫 제품이 될 스터디 플래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현재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홍광표군은 "계획을 충분히 적을 수 있는 공간확보,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휴대성,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 등 학생의 입장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특히 매월 마지막 장에는 우리가 공부하며 겪었던 에피소드, 조언, 팁을 넣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8월 말 제작이 완료되면 직접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유현곤군은 "플래너를 단체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모교를 찾아가 교장 선생님께 제품을 홍보할 계획이다. 또 중학생 대상 학원 밀집 지역의 대형 문구점 등에 납품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광표군은 "JA 동아리로 선발되고 첫 회식에서 우스갯소리로 2조원을 벌자고 얘기했다. 중국 사람 모두가 1개씩 사야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제품을 준비하면서 사업은 모두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소은 양은 "시장조사를 하면서 '어른들이 학생이라고 하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부분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스스로 학생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 많은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chjoh@chosun.com ]
라 까사는 교내 경제 신문 동아리 부장인 김보명양이 "뉴스나 이론을 통해 배우는 경제 공부에서 벗어나 실제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경제와 경영 분야에 관심이 있던 멤버들이 삼삼오오 모였고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 JA(Junior Achievement) 코리아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JA 코리아는 1919년 미국에서 설립돼 100여 개국 7000만명(2006년 기준)의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해온 JA 컴퍼니의 한국 지부다.
어렸을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듣던 이들은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아이디어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칫솔 몸통에 치약을 넣어 어디서나 바로 양치질을 할 수 있는 '치약 칫솔',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을 때 위치 추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휴대전화 고리', 쉬는 시간 책상에 엎드려 잘 때 유용한 '수면 베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발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거다!'라고 생각하고 특허청 목록을 살피면 어김없이 이미 출원된 것들이었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 하면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이었어요.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했어요."(강희석군)
한 달여 동안 아이디어 발굴에 매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들은 처음으로 돌아가 본인들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발명가, 사업가가 아니라 '학생'으로 특화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 '스터디 플래너'가 나왔다. 회원들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거의 모두 플래너 사용하고 있었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고 외고생으로서 겪는 생생한 경험을 넣으면 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시장조사가 시작됐다.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된 다이어리만 1만2000개. 가격도 3000원대부터 5만원대까지 다양했다. 회원들은 가격대별로 각자 한 권씩을 정해 4~5월 두 달간 사용하며 장단점을 분석했다. 해당 업체에 일일이 전화해 자신들의 계획을 알리고 원가와 공정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주말에는 학교 인근 대형 문구점과 학원가를 돌며 수요층 분석을 하고, 인쇄업체가 밀집해 있는 충무로에 나가 3~4시간씩 장맛비를 맞아가며 생산 원가와 인쇄용지, 표지와 속지 재질, 제본 방식 등에 대해 배웠다. 황인호군은 "진열대에 올라와 있는 제품을 볼 때는 다 비슷비슷해 보였는데 실제 제작 과정을 살펴보니 경우의 수가 무척 다양했다. 발로 뛰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 까사'의 첫 제품이 될 스터디 플래너 '봄 여름 가을 겨울'은 현재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홍광표군은 "계획을 충분히 적을 수 있는 공간확보,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휴대성,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 등 학생의 입장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특히 매월 마지막 장에는 우리가 공부하며 겪었던 에피소드, 조언, 팁을 넣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8월 말 제작이 완료되면 직접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유현곤군은 "플래너를 단체로 구매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모교를 찾아가 교장 선생님께 제품을 홍보할 계획이다. 또 중학생 대상 학원 밀집 지역의 대형 문구점 등에 납품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광표군은 "JA 동아리로 선발되고 첫 회식에서 우스갯소리로 2조원을 벌자고 얘기했다. 중국 사람 모두가 1개씩 사야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제품을 준비하면서 사업은 모두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소은 양은 "시장조사를 하면서 '어른들이 학생이라고 하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대부분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우리 스스로 학생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있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더 많은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chjoh@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