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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친구에게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부모님은 공부만 하라네요”

“친구에게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부모님은 공부만 하라네요”



ㆍ어려지고 심해지는 학교폭력 … 대응요령 교육 등 절실

초등학교 6학년인 ㄱ군은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왕따’다. 친구들은 수시로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가만히 앉아있는 ㄱ군의 의자를 발로 차거나 머리를 툭툭 치고 간다. 지속적인 놀림과 괴롭힘에 지친 ㄱ군은 자신을 욕하는 친구들을 죽여버리거나 스스로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유서를 써서 사이버상담실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ㄱ군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부모님이다. 그가 이렇게 힘든데도 부모님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강요할 뿐 ㄱ군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려 하지 않는다.

해마다 처음으로 학교폭력을 휘두르거나 당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 학생 10명 중 2명은 학교폭력의 피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초·중·고 청소년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22.6%가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특히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는 학생 중 53.6%가 최초로 학교폭력을 당한 시기가 초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조사돼 학교폭력의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양상에 대해서는 집단화 추세가 특히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이상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이 전체의 66.4%로 나타났고, 특히 여학생은 여러명으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경우가 82.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자주 일어나는 학교폭력 종류는 신체 폭행(25.8%)이 가장 많았고, 집단 따돌림(21.2%), 괴롭힘(21.7%), 언어폭력(8.6%) 등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정신적 피해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 중 상당수는 일상화된 학교폭력에 익숙해져, 폭력을 당하고도 이를 폭력이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빵셔틀’(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빵이나 담배 등을 대신 사다 주는 행위)이 학교폭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 수준인 54%에 불과했고, 3분의 1은 ‘졸업빵’(졸업식 뒤풀이라며 서로 때리고 괴롭히는 행위)이 학교폭력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또 다섯명 중 한명 꼴로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것’은 학교폭력의 종류가 아니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로 ‘장난’(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상대 학생이 잘못해서’라는 응답도 23%로 나타나 상대방이 잘못하면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이 학생들 사이에 은연중에 퍼져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그 밖에 오해와 갈등(16%), 이유 없음(1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정작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은 ‘자살충동’을 호소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정신적 피해를 겪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30%는 피해후 죽음을 생각했다고 답했으며, 또 절반 이상이 등교거부를 호소했다.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부분 모른 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2%가 ‘모른 척했다’고 답했으며, 어른들이나 경찰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같이 피해를 당할까봐’(27.5%), ‘관심이 없어서’(24.6%),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4.0%)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 폭력의 문제점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본인이 폭력을 당했거나 친구의 학교폭력 모습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 올바른 대응요령을 알려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