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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논의 13년 만에 확정된 '로스쿨법'

논의 13년 만에 확정된 '로스쿨법'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07-04 04:13 | 최종수정 2007-07-04 05:57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김승현.정효식] 김영삼 정부 시절 논의하기 시작한 지 13년 만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속칭 로스쿨법)이 확정됐다. 장기적으로 현행 사법시험은 사라지고 로스쿨을 나온 뒤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판검사와 변호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새 법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는 시점은 2012년이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은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법시험은 2012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에는 로스쿨 수와 학생 정원 및 변호사 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이를 둘러싸고 법조계와 학계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변호사 자격시험 제도 및 판검사 임용 방식도 명시하지 않아 '반쪽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대통령령과 추가 입법을 통해 확정된다.

남아있는 가장 큰 쟁점은 학생 정원. 새 법은 로스쿨의 교수당 학생 수를 15인 이하로 하고 교수의 20%는 변호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 많은 대학이 이런 기준에 맞춰 신규 교수를 채용하는 '선투자'를 했지만 몇 개의 로스쿨이 생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로스쿨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학은 국.공립 12개, 사립 28개를 포함해 40개에 달한다. 교수 확보와 건물 신축에 202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하지만 이 중 10여 개 안팎의 대학만이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들은 로스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사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는 이른바 명문대는 안정권이지만 지방대나 서울의 중위권 대학은 로스쿨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로스쿨이 설립되는 대학은 기존의 법학 학부 과정이 폐지된다. 일례로 서울대가 로스쿨을 유치하면 '서울대 법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법조계의 주류를 이뤘던 '명문대 법대'의 자리도 '명문 로스쿨'로 대체된다.

또 다른 쟁점은 변호사 숫자다. 새 법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얼마로 할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법조계의 의견을 모아 이를 확정할 방침이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변호사 업계는 로스쿨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변호사 합격자 수는 1200~1300명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협 최태형(변호사) 대변인은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 수를 더 늘리면 법조인의 질도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계와 시민단체는 3000명 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국대 김영철 법대 학장은 "전국에 시.군.구가 150개가 되는데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곳이 120개가 넘는다"며 "연간 3000명 정도는 배출해야 국민에게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현.정효식 기자

◆로스쿨(law school)=실무 위주의 법학교육을 하는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 기존의 법대와 사법연수원을 합쳐 놓은 역할을 하게 된다. 1870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처음 도입했다. 일본도 2004년 이 제도를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