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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등급만 달랑 적힌 수능 모의성적표

등급만 달랑 적힌 수능 모의성적표 받으니 막막”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7-06-29 03:21 | 최종수정 2007-06-29 04:57 기사원문보기
[동아일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일 실시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응시자 57만5618명)를 채점한 결과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사회, 과학)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응시자의 0.21%인 835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영역별 등급 비율은 외국어와 탐구영역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기준 비율과 비슷해 난이도 조절이 적절했다는 평가다.》

▽등급 비율 무난=등급 비율은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6등급 17%, 7등급 12%, 8등급 7%, 9등급 4%로 맞추도록 되어 있다.

올해 수능부터는 표준점수 없이 등급만 제공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특정 등급이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외국어영역에서 1등급이 5.41%, 2등급이 5.73%로 기준 비율보다 각각 1.41%, 1.27%의 차가 있었고 제2외국어 중 스페인어 1등급은 6%나 됐다.

▽‘언+수+외+탐’ 모두 1등급 835명=언어, 수리 ‘가’형, 외국어, 과학탐구(4과목)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자연계열 수험생은 369명으로 응시인원 12만8259명의 0.29%였다. 또 언어, 수리 ‘나’형, 외국어, 사회탐구(4과목)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인문계열 수험생은 466명으로 응시 인원 26만2171명의 0.18%였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을 모두 합치면 835명으로 응시자의 0.21%가 1등급을 받았다.

이번 모의평가에는 수리 ‘가’에 14만8811명(26.7%), ‘나’에 40만8542명(73.3%)이 응시했다. 수리 ‘가’와 ‘나’의 1등급 수는 각각 6978명과 1만8482명, 2등급은 1만495명, 2만9308명이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이사는 “수리 ‘가’형과 ‘나’형을 모두 인정하는 대학의 경우 ‘가’형은 응시자 수가 적어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고 가중치를 주더라도 ‘나’형보다 불리하다”며 “이 때문에 자연계열에서 수리 ‘나’형에 응시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이 성적통지표를 받은 학원생 1000여 명의 성적과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원점수 기준으로 1등급 구분점수는 △언어 84점 △수리 ‘가’ 89점 △수리 ‘나’ 88점 △외국어 96점이며 2등급 구분점수는 △언어 76점 △수리 ‘가’ 77점 △수리 ‘나’ 74점 △외국어 91점 등으로 추정됐다.

▽등급만 제공해 진학지도 비상=수능 성적을 등급만 제공하는데 대해 일선 고교에서는 정확한 점수를 알 수 없어 어떤 기준으로 진학지도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

이날 성적표를 받아 본 서울 풍문여고 박해인(18) 양은 “예전 성적표에는 표준점수가 나왔는데 이번 수능에선 등급만 제시해 실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수 학생이 몰려 있는 일부 외국어고의 경우 언어, 수리, 외국어 등급 점수가 반 학생 모두 2등급 내에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A외국어고의 한 반 35명의 수능 등급은 △언어 1등급(17명), 2등급(18명) △수리 ‘나’ 1등급(21명), 2등급(14명) △외국어 1등급(31명), 2등급(4명)으로 3등급 이하가 한 명도 없었다.

한영외국어고 우동하 교사는 “수능 성적이 좋지만 내신은 등급비율을 강제 배분하기 때문에 수능에 비해 내신이 너무 불리하다”며 “실제로 대학에 지원할 때 수능 등급만 갖고 진학지도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서울대나 고려대 연세대의 상위 학과와 의약학과는 4개 영역의 평균등급이 2등급 이상,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인문계는 3등급, 자연계는 4등급 이상 돼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