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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스승의 날 ?

스승의 학창시절’ 사진전·제자 발 씻겨주기…
[조선일보 2007-05-15 08:00]    
오늘 스승의 날… 학교마다 이색 행사

제26회 ‘스승의 날’인 15일 부산 남구 연포 초등학교(교장 정일권)에서는 특별하면서도 ‘비밀스러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저소득 학생과 학습 부진 학생 29명에 대해 각각 교사 1명씩 후견인으로 짝이 되는 행사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해당 학생과 교사들을 따로 불러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작년 스승의 날에 별다른 행사를 갖지 않고 정규 수업만 진행한 이 학교의 박종현 교무부장은 “지금까지 부정적이었던 ‘스승의 날’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교사들 스스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잠동 초등학교에서는 주인성 교장이 강당 연단 위 의자에 학생들을 앉혀 놓고 발을 씻겨 주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대상은 장애 학생, 소외계층 학생, 5월 15일이 생일인 학생 등이다. 이런 행사는 각 교실에서도 이어진다. 전 학급에서 담임교사가 모든 학생들의 손을 종이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아 주기로 했다. ‘스승의 날’ 주객(主客)이 바뀐 듯한 이 행사를 준비한 주 교장은 “교사가 먼저 학생들을 섬기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했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교문을 활짝 열어 놓는 학교들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 ‘스승의 날’ 하면 촌지를 연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문을 닫거나 별도 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던 학교들이 올해부터는 다채로운 이벤트로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14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15일 휴업하는 학교의 비율은 전체 학교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8%(5276개교)로 예상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10곳 중 7곳이 학교 문을 닫았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 초등학교(교장 김인숙)에서는 14일부터 교사들이 주인공이 된 ‘추억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교사들의 초·중·고교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 초임 교사 시절의 사진들이 1층 복도에 가득 내걸렸다. 학교측은 “학생들과 교사들간의 거리를 좁히려고 마련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림초등학교(교장 이경희)는 교사들이 15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기로 했다. 아침밥을 굶는 제자들을 배려한 이벤트다. 또 영등포구청의 지원으로 학생들에게 논술교재를 나눠 주는 행사도 기획했다.

부산 해운대구 해동 초등학교(교장 이종호)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뒤 과수원에 모여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매실나무와 사과나무 한 그루씩을 심는 행사다. 이종호 교장은 “교사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학생들에게 베풀고, 학생들은 그런 교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