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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지루한 역사? 이야기하듯 익히면 쏙쏙 들어오죠"

"지루한 역사? 이야기하듯 익히면 쏙쏙 들어오죠"


 

김종연 기자

역사 이야기 연재 '파워 블로거' 이주은씨의 공부법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4학년인 이주은(25)씨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는 '소재장'이란 알쏭달쏭한 이름의 메모가 있다. 그 안엔 '에드워드 8세' '파울 괴벨스' 등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이 빼곡하다. 이씨는 "앞으로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 역사 이야기 소재를 적어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 royalsweet16)에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눈숑눈숑 역사탐방' 코너를 운영 중이다. "이야기로 접하니 역사가 재미있더라"는 학생부터 "초등생 자녀와 함께 본다"는 학부모까지, 하루 최대 27만명의 방문객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지난달엔 지금까지 올린 150여 편 이야기 가운데 일부를 골라 '스캔들 세계사(파피에)'라는 책까지 펴냈다.

"저는 소설 '정글북' 작가인 키플링이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많은 사람이 역사를 '지루한 과목' 쯤으로 여기고, 대중이 쉽게 다가갈 만한 역사책도 부족하다는 점이 늘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제 블로그에 역사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죠."

스토리텔링,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

역사 이야기 연재는 이씨의 공부 습관에서 비롯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떤 내용이든 이야기로 만드는 '스토리텔링'형 공부를 즐겼다. 일례로 한자를 공부할 때 '편안할 안(安)'이 나오면 집안에 여자가 아이를 안고 앉아 있는 그림을 생각하며 이야기로 꾸미는 식이었다. 학교 시험을 준비할 때도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부모님 옆에서 읊곤 했다. 이씨는 "공부 내용을 녹음해 잠들기 전에 들으면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고 귀띔했다. 역사 과목에서도 친구들이 이해 못 하는 내용이 있으면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곤 했다.

"역사는 국어보다 상상력을 더 많이 펼칠 수 있는 과목이에요. 교과서 속 사건이나 발생연도를 무작정 외우려 들면 어려울 수밖에 없죠. 우리가 연예인 스캔들에 귀를 쫑긋 세우듯,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도 마치 우리 이웃 얘기처럼 상상하면 공부가 한결 재밌어요. '옛날에 어떤 왕이 있었는데 바다 건너 사는 여왕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했어. 그래서 나중에 전쟁까지 벌이는데…(스페인 펠리페 2세와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이야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스페인 무적함대' 등을 외우느라 끙끙 앓던 친구들도 신나게 듣곤 했어요."

영어학습,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부터 정복

이씨는 역사 이야기를 연재할 때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원서까지 뒤져가며 글을 쓴다. 이런 외국어 실력은 어릴 때부터 이어진 '방대한 독서'에서 나왔다. 그는 유아기 때부터 '활자 중독'이 의심될 만큼 책 읽기를 좋아했다. 글자로 쓰인 것은 무엇이든 좋아해 신문에 끼워 온 광고지까지 탐독하곤 했다. 독서는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학,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읽고 싶은 마음에 영어를 공부했고, 중학교 3학년 땐 홀로 미국 유학까지 감행했다.

"미국에선 홈스테이 가정의 호스트 아주머니와 매일 도서관에 다녔어요. '나니아 연대기'나 '제인 에어'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 한국에서 좋아했던 소설을 원서로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죠. 부족한 실력이지만 영어로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구하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4년 뒤엔 AP(Advanced Placement) 영문학 과목에서 A 학점을 받고, 미국 친구들이 제게 영어 단어 철자를 물어볼 정도가 됐어요."

그는 "영어(혹은 외국어)를 공부할 때 조급한 마음을 버려라"고 충고했다. 많이 듣고 말하는 외에 다른 왕도는 없다는 뜻이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어린이용 영어방송 한 편을 녹화해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돌려보며 공부했다. "중학교 2학년 때도 영어로 된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중학생용) 한 권으로 공부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1쪽, 내일은 1·2쪽, 모레는 1·2·3쪽을 소리 내어 읽는 식으로 반복학습 했어요. 읽을 때 제 목소리를 녹음하고, 책에 딸린 오디오테이프로 원어민 발음과 비교했죠. 유학 간 후에도 당시 5·9세였던 홈스테이 가정 아이들과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수없이 돌려보며, 셋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할 수 있을 정도로 대사를 달달 외웠고요. 영어 공부가 어렵다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나 드라마, 영화 한 편을 정복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는 접두어나 접미어, 어근 등을 함께 살폈다. 접두어나 접미어, 어근 등은 한 번 익히면 영어 단어를 외우는 수고가 절반 이상 줄어들기 때문. 더불어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어의 뜻까지 추측할 수 있다. 'honest(정직한)' 앞에 부정의 의미를 가진 'dis'가 붙어 'dishonest(정직하지 못한)'가 되는 식이다. 이씨는 "이렇게 외국어를 공부하면 마치 퍼즐 맞추기와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