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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접고 들어서 주차하고… 게임룸으로 바뀌고… 기발한 車·車·車

접고 들어서 주차하고… 게임룸으로 바뀌고… 기발한 車·車·車

휴대가 간편한 1인승 이동수단으로, 보행을 도와주는 ‘하이언맨’. /주완중 기자
[현대車 사내 공모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 X자 모양으로 된 차 '액시스'

가윗날을 벌렸다 오므리듯 접어 좁은 곳에 주차할 수 있어

- 大賞 '리얼 레이싱 인 현대'

핸들·페달 움직임 실시간 인식, 車 앞유리를 게임 화면으로


"급하게 어딜 가야 하는데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주차돼 있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져 차를 밀 수도 없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차의 제왕'이 이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1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3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행사. '왕의 귀환'팀 유제훈 연구원의 말이 끝나자 무대에 나온 기아차 '소울' 차량 아래로 17㎝ 높이의 소형 로봇이 스르륵 굴러 들어갔다. 로봇은 차 밑에서 4조각으로 분리돼 바퀴 4개를 붙들더니 30㎝가량 차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행사장에 모인 200여명 사이에서 "와~" 하는 탄성과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로봇은 들어 올린 차를 전후좌우 네 방향으로 옮겼고, 제자리에서 회전도 시켰다. 이 과정은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이뤄졌다.

'R&D(연구개발)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매년 열리는 현대차그룹의 사내 공모전이다. 4회째인 올해 주제는 '고객 소망 들어주기 프로젝트'. 62개 참가팀 중 예선을 뚫은 10팀이 이날 본선에 나왔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주제로 삼은 만큼, 이날 행사에선 무선 원격 제어, 동작 인식, 생체 신호 분석 등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누구나 겪는 주차 문제나 카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특히 평균 연령 30대 초반의 젊은 연구원들이 주축으로 참가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기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그룹의 기술 개발을 주도할 젊은 기술 인력들이 낸 아이디어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실제 차량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정희석 연구원 등 5명이 선보인 1인용 자동차 '액시스(aXis)'의 경우, 차량을 반으로 접어 주차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X(엑스)자 모양으로 된 자동차를 가윗날을 벌렸다 오므리듯 접어 좁은 곳에 주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고,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또 소형 주택과 자동차를 연결해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리는 아이디어(스페이스 플러스)도 나왔다.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이 도킹하듯 주택에 차량 뒷부분을 붙일 수 있는 문을 만들어 차량과 주택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면 자동차 오디오나 에어컨, 좌석 등을 집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반으로 접어서 주차… 주차할 때 스스로 모양을 바꿔 좁은 공간에 주차하기 편리한 ‘액시스(aXis)’. /주완중 기자

노령화 시대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노인·장애인 등의 활동을 보조하는 장치도 여럿 등장했다. 글로브(GLOVE)라는 제품은 핸들을 움직이거나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다. 운전자가 장갑을 끼고 손목을 위아래로 꺾거나 좌우로 손을 뒤집으면, 장갑에 내장된 센서가 동작을 인식해 자동차 모터와 방향 장치에 전달하면 차량이 움직인다. 이날 일반인보다 성장이 더딘 왜소증을 앓고 있어 운전이 어려운 이성주(28)씨가 이 장갑을 끼고 직접 차량을 움직여보기도 했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로봇도 볼 수 있었다. 부츠처럼 생긴 '하이언맨(현대+아이언맨)' 로봇을 신으면 전기 모터가 발바닥 쪽 바퀴를 굴려 평지를 달릴 수 있다. 계단이나 경사를 오를 때는 관절 쪽 보조 장치가 무릎에 걸리는 하중을 줄여 힘이 들지 않게 해준다.

1·2등인 대상과 최우수상을 결정지은 것은 상용화 여부였다. 대상을 받은 '리얼 레이싱 인 현대'라는 작품은 차량 앞유리를 게임 화면으로 바꿔 실제 자동차의 핸들과 페달, 기어 등을 조작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핸들과 페달의 움직임을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인식해 게임 화면에 반영한다. 자동차가 게임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제작비가 1대당 48만원이면 된다는 점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몇 가지만 개선하면 1~2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E.U.M(확장형 도시 이동수단·Expandable Urban Mobility)은 전기 모터가 달린 바퀴를 유모차나 카트, 자전거 바퀴에 붙여 스마트폰으로 작동시키는 제품이다. 사용자가 수동으로 움직여야 했던 탈것을 쉽게 전동 장치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바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 원래 제품을 따로 변형시키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점도 호응을 이끌어냈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완성도, 상품성, 실용성 측면에서 현대차 연구원들의 창의력이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평했다.

[화성=정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