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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서점가에 행복을 다루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간된 '행복' 담론 책들. |
['행복' 담론 쏟아지는 출판계]
올해 출간 251종 제목에 '행복', '행복의 조건'에 대한 관심 늘어… 위로받기보다 스스로 행복 찾아
'행복이란 무엇인가'(2월), '행복의 신화'(3월), '행복 스트레스'(5월),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7월)….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에 대해 파고드는 책들이 올해 들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출판시장을 점령했던 힐링과 멘토링 관련 서적은 주춤하고 있다.
◇쏟아지는 행복 담론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올해 들어 16일까지 출간된 도서 목록 중 제목에 '행복'이 들어간 책은 251종(어린이책과 요리 등 실용서 제외). '행복을 꿈꾸는 보수주의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등 인문서가 39종, '합리적 행복' '성공이 목표일지라도 행복이 우선이다' 등 자기계발서가 48종에 달한다.
예스24 최세라 도서팀장은 "지난 몇년 동안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언해주고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어떤 게 행복한 삶인지 풀어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예스24 상반기(1~6월)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정신과 의사 꾸뻬씨가 어떤 치료로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지 알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나는 내용. 2004년 번역된 이 책이 뒤늦게 주목받은 것은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방송 후광 효과'가 컸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다른 책들의 반응은 미미했는데 유독 이 책에만 관심이 몰린 것은 그만큼 '행복의 조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뜻.
◇정의→힐링→행복
왜 지금 행복론인가. 출판평론가인 표정훈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 성공 시대'를 내걸었지만 불평등·양극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역설적으로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책이 많이 팔렸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좌절한 사람들이 힐링과 멘토링 책을 읽으면서 타인에 의한 치유를 갈구했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스스로 해답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남이 해주는 위로를 받기보다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힘드냐, 나도 힘들다' 식으로 '공감'만 하는 힐링에 지친 사람들이 '그래서 어쩔 건데' 하는 대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면서도 "아직 확실한 키워드가 떠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과도기적으로 '행복'에 대한 주체적 탐색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관적 행복을 객관적으로 탐색
행복을 내세우는 책이 전에 없던 현상은 아니다. 김수영 로도스 대표는 "내면의 평화나 주관적 행복에 대한 담론은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행복의 사회·인문학적 의미를 캐거나,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행복의 가치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철학자 탁석산씨가 펴낸 '행복 스트레스'가 대표적. 이 책은 행복 이데올로기가 현대인의 세속 종교가 됐다고 비판하면서 개인에게 집중된 행복이란 화두를 공동체적 시각으로 넓힌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 행복 시대'를 내걸면서 책 제목에도 '행복'이란 단어를 넣는 게 '가벼운 유행'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곽금주 교수는 "요즘엔 사소한 프로젝트 제목에도 '행복'을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적 분위기가 있다"며 "출판시장에 불고 있는 '행복' 바람도 이 같은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허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