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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우 기자 |
음악학도였던 변호사, 서울대 출신 카레이서
시행착오 거쳐 자신의 길 찾은 2인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교내 진로탐색 활동 추진 방안을 골자로 하는 '중학교 자유 학기제 시범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부만 잘하면 진로가 대충 결정되는' 환경에서 자란 학부모 세대에게 자유 학기제 개념은 낯설다. 그렇다면 온 힘을 다해 진로를 고민한 끝에 비로소 자기 길을 걷게 된 사례에서 힌트를 발견하는 건 어떨까. '엔지니어가 될 뻔했던 카레이서' 임채원씨와 '작곡가가 될 뻔했던 변호사' 강애리씨 얘기가 흥미로운 건 그 때문이다.
◇진로는 '연애'… 목표 달성보다 그 이후가 중요
강애리씨의 진로는 취미와 호기심을 따라 끊임없이 바뀌었다. 초등 4학년 때 배우기 시작한 바이올린의 매력에 빠져 고 2 때 클래식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음악 관련 대중문화에 관심이 생겨 대학에선 언론정보학 공부에 매진했다. 법학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공연·전시 기획을 공부하던 중 저작권 분쟁 예방 절차를 밟으며 처음 접했다. 그는 전공 분야를 세 차례나 바꾼 경험을 통해 "특정 목표를 갖는 것보다 목표 달성 이후의 삶이 내게 맞는지 따지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고 가정해보세요. 처음엔 그의 마음만 얻으면 만사가 술술 풀릴 것 같죠. 하지만 진짜 연애는 두 사람이 '사귀자'고 합의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직업도 마찬가지예요. 고교생 때까지만 해도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만 들어가면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소속'보다 중요한 건 '행동'과 '실천'이더라고요."
임채원씨의 어릴 적 꿈은 축구선수였다. 초등생 땐 매일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축구에 몰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며 오랜 기간 방황을 거듭했다. "(운동에 대한)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 늘 답답했어요.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은 죽어도 싫더라고요. 그 문제로 아버지와 툭하면 다퉜죠. 한동안 스노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와 PC게임에도 미쳐 있었고요."
그가 마음을 다잡은 건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서부터였다. 성적만 중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재수, 결국 목표였던 서울대 진학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에도 공부가 성향에 맞지 않아 여러 학과를 전전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뜻밖에도 '운전'이었다. 2008년 낡은 중고차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붙인 취미 덕에 카레이서의 길로 들어선 것. 이후 그는 2010년 국내 주요 카레이싱 대회 중 하나인 'CJ슈퍼레이스'에 처녀 출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해 전공을 기계공학으로 바꾸며 자동차공학 공부도 시작했다.
◇재능·책임감 있다면 어떤 진로 택하든 '오케이'
두 사람에게 지난날의 시행착오는 일종의 '자기 투자'였다. 강씨는 "지금 다시 고 3으로 돌아간다 해도 예전처럼 작곡을 공부했을 것"이라며 "음악이란 특기 덕분에 변호사가 된 후에도 저작권 같은 연계 분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진로를 택할 땐 내 재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내 경우 작곡가 입시를 준비하며 유명 강사에게 테스트를 받았고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전엔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로 현재 수준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임씨 역시 '세계 최고 카레이서'를 목표로 정한 후 곧바로 국내외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며 자신을 담금질했다.
진로 변경 과정에선 부모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단, 이때 부모는 자녀에게 '(정신적) 멘토'와 '(금전적) 후원자'가 돼줘야 한다. 이와 관련, 강씨는 "예상되는 상황을 제시하는 건 부모이지만 최종 선택은 자녀 몫이란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임씨는 "자녀가 평소 책임감 있는 성격을 지녔다면 그 뜻을 믿고 따라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성공에 필요한 첫째 요건은 단연 '재능'이죠. 하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열정도, 흥미도 아닌 '책임감'입니다. 취향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열심히 살고자 하는 태도는 여간해선 안 바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