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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아이의 호기심 채워주고 늘 공부하는 부모 되세요"

"아이의 호기심 채워주고 늘 공부하는 부모 되세요"

 

최근 '1% 호기심, 꿈을 쏘는 힘'(코리아닷컴)을 출간한 김성완 교수는 "내가 세계적 공학자가 된 건 어린아이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융합인재 본보기' 김성완 교수의 당부

'정말 실현 가능한 얘기야?'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3'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의문이다. 대부분은 고개를 가로젓겠지만 김성완(51)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 차세대 우주왕복선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0년 귀국, 서울대병원에서 로봇팔·인공장기 등을 연구 중인 그에게 아이언맨은 '머잖은 현실'이다. "아이언맨을 현실에서 만나려면 융합적 사고를 지닌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그에게 물었다. "자녀를 융합형 인재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message1|자녀 호기심 짓밟는 건 '금물'

서울대 전자공학과(자동제어 전공) 출신인 김 교수가 나사를 거쳐 의공학에 몸담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즐겨 본 미국 드라마 '600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였다. 당시 또래 초등생이 '600만…'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에 열광할 때, 그는 오스틴을 빚어낸 연구진에 주목했다. "극중 오스틴을 만든 곳이 나사였거든요. 드라마를 보며 '나도 크면 꼭 나사에서 일해야지' 생각했죠. 친구들과 놀 때도 늘 '김 박사'를 자처하며 로봇 팔다리를 만들어주곤 했어요."

'초등생 김성완'은 소문난 사고뭉치였다. 형의 과학 준비물을 사러 들른 전파사에서 전기회로를 만지다 폭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아버지가 연대장으로 근무하던 군부대 인근 매설 지뢰 얘길 듣고 '지뢰가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위험 구역에 돌멩이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에도 딱 세 마디만 건넸다. "돌멩이는 왜 던졌니?" "궁금증은 풀렸어?" "이런 장난은 위험하니 앞으로는 하지 말거라." 자식의 호기심을 장려하는 가정 환경 덕에 그는 '궁금증이 생기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어린아이에게 최고 재능은 단연 '호기심'이다. 이때 자녀의 재능을 살리고 죽이는 건 전적으로 부모의 언행이다. "한국 식당에서 목격한 일이에요. 한 아이가 식탁 위로 저 혼자 미끄러지는 국그릇을 보더니 '아빠, 국그릇이 살아 있나 봐!'라고 말하더군요. 그 아이 아버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시끄러우니 얌전히 앉아 있어'라고 대꾸하는 거예요. 반면, 미국 식당에서 마주친 한 아버지는 '이렇게 맛있는 스테이크 소스는 어떻게 만드느냐'는 아이 질문에 '이따 집에 가서 우리도 이 소스 만들어보자'라고 대답했어요. 둘 중 어떤 아버지가 자녀의 호기심을 키워줄 수 있을까요?"

message2|융합의 출발점은 '탄탄한 기초'

김 교수는 대학 4학년 때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인턴 연구원으로 일하며 의공학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의공학의 기초가 되는 제어·항법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제어계측공학과 내 의공학 전공)을, 미국 UCLA에서 박사과정(항법제어 전공)을 각각 이수했고 보잉사(社)를 거쳐 오랜 꿈이던 나사에 입성했다. 3년 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직에 오르면서부터는 '공학·의학의 융합'이란 중책을 맡았다. 그는 "우주공학과 의학은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제어 분야를 접목하면 얼마든지 융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융합의 핵심은 '기초 간 만남'입니다. 융합이란 미명 아래 서로 다른 학문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접하기 전 자신의 기초가 뭔지, 그 기초는 얼마나 탄탄한지부터 따져보세요."

message3|솔선수범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김 교수의 아들 마루치(20)씨는 미국 UC버클리에서 전기전자전산제어를 전공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처럼 나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 온 덕에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김 교수가 꼽는 자녀 교육법의 으뜸은 '솔선수범'이다. 실제로 그는 마루치씨가 어릴 때부터 한 방에 책상 두 개를 놓고 아들과 함께 공부했다. '늘 공부하는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 질문에 언제든 응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는 "아이가 중학생일 때 영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1998)를 함께 보며 '2010년쯤 내가 우주에서 길을 잃으면 네가 찾으러 오라'고 말하는 등 일상 속 대화로 우주과학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유도했다"고 귀띔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어떤 가정에서든 손쉽게 '아빠(엄마)표 과학 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생활 속 과학 원리를 자녀와 함께 체험해보세요. △유리·플라스틱·양철 그릇 중 온기가 가장 오래가는 것 살피기 △드라이아이스에 '화상 주의' 경고문이 붙어 있는 이유 조사하기 등이 좋은 예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우리 아빠(엄마)가 최고'란 생각을 갖게 되는 건 덤입니다."



[오선영 맛있는 공부 기자]